[글로벌 현장]
日 초고속열차 신칸센, 청소 통해 ‘혁신’ 이뤄
하버드가 주목하는 ‘7분간의 기적’
(사진) 신칸센을 청소하는 근로자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 대학원 교수]신칸센은 철도의 나라 일본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교통수단이다. 소음·진동 없이 시속 300km가 넘는 초고속 열차는 고가임에도 많은 이들이 애용하는 교통수단이다.

신칸센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은 쾌적한 객실 환경이다. 새것처럼 깨끗하게 만드는 정리정돈은 여행 피로를 덜고 편안함을 제공하는 신칸센의 트레이드마크다.

◆日 접대 문화의 표본으로 거듭나

신칸센이 제공하는 쾌적하고 안락한 여행 환경엔 일본이 뽐내는 최고의 접대 문화가 있다. 압권은 7분간의 청소 작업이다.

사무적 거래 관계에 익숙한 벽안의 외국인에겐 특히 감동적인 쇼다. 환상적인 청소 작업을 보고 CNN은 2012년 ‘7분간의 기적’이란 제목의 특집 방송을 내보냈다.

굉장한 볼거리답게 일부러 7분간의 쇼를 보러 관람객까지 몰려든다. ‘신칸센극장’의 개막이다. 한편의 짧은 연극 관람에 빗대도 손색이 없다는 평이다.

최근엔 하버드대 MBA스쿨에서 신칸센의 청소 비법을 필수 교재로 채택했다. 경영자에게 꼭 필요한 사례로 평가하며 화두를 제공한다. ‘세계 최첨단의 경영학’이란 부제까지 붙는다. 고정관념을 깬 파격적인 근로 의욕의 고취와 직원 만족의 경영 덕분이다.

하버드대가 주목한 것은 관리 강화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의욕을 고취한 생산성의 개선 사례다. 2015년 5월부터 교재로 채택했지만 풍부한 사례 중심의 내용을 중시하는 학풍답게 높아진 학생 반향을 수용해 필수 교재로 업그레이드했다. 2016년에는 온라인 인기 강좌로까지 올라섰다.

신칸센극장의 주역은 JR동일본이 운영하는 신칸센 청소회사 ‘텟세이(Tessei)’다. JR동일본의 신칸센은 기점지역인 도쿄역에서 12분 동안 정차하는데 이때 청소가 이뤄진다.

승객의 하차 시간을 빼면 허용된 청소 시간은 단 7분이다. 이 시간에 종업원은 테이블·의자·화장실 청소를 비롯해 분실물 확인, 좌석 방향 전환 등 전체 작업을 종료해야 한다. 팀워크와 숙련도는 발군이다. 손발을 맞추니 단 1분의 시간 낭비도 없다.

매뉴얼은 단순하다. 열차가 다가오면 22명의 직원(10량 기준)이 일제히 목례로 인사한다. 승객이 내리면 큰 비닐을 들고 하차 인사를 하면서 승객이 손에 든 쓰레기를 받는다. 이후 대기하던 청소 직원들이 신속히 들어가 부지런히 청소한다. 승차 준비가 끝나면 다시 차량 옆에 정렬해 승객에게 인사한다.

신칸센극장이란 호평답게 청소 직원의 마음가짐은 남다르다. 단순 청소가 아니라 여행 추억을 파는 서비스 종사자란 인식이 강하다. 도쿄역의 명물 볼거리로 유명세를 치르면서 장인정신이 녹아든 환대 문화의 주역이란 자부심까지 있다.

고객과의 신용도 지킨다. 즉 그들이 7분을 어기면 열차가 제때 출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출발 시간을 어기면 궁극적으로는 신칸센 전체 매출과도 직결된다.

고객의 반응은 고무적이다. 일례로 승객부터 미리미리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동기부여로 연결된다. 연극 조연이 승객인 셈이다.

혁신은 현장에서 비롯된다. 가령 화장실은 전담팀이 따로 있다. 나머지는 1명이 대략 100석을 맡도록 분업화된 매뉴얼을 완성했다. 자발적인 혁신 성과가 적지 않다. 물청소를 하지만 양동이는 없다.

미관상 좋지 않다는 현장 제안에 따라 작은 물통을 가방에 넣어 활용한다. 모든 청소 기구도 겉으로 보이지 않게 가방 안에 넣는다. 분실물을 발견하면 작은 종을 가방에 매달아 청소 종료 이후 바로 분실물센터에 보내도록 일종의 인지 장치도 고안했다.

이 때문에 7분으로 제한해도 실제로는 5~6분에 끝난다. 이후는 상급자의 OK 사인 때까지의 대기 시간이다. 차가 몰리는 휴가철엔 4분이면 작업 종료다. 모두 11개 팀이 있는데 팀당 하루 평균 20대를 처리한다.

2016년 3월 기준 1일 업무량은 차량 170대의 좌석 17만3000석이다. 연말연초 등엔 사무직도 가세한다. 전원 청소 업무를 익힌 덕분이다. 당연히 고객의 항의 비율은 제로에 가깝다.
하버드가 주목하는 ‘7분간의 기적’
◆분위기 개혁이 불러온 기적

처음부터 기적의 7분은 아니었다. 10년 전만 해도 고민거리가 산적했다. 노동자의 사기 저하는 일상적이었다. 3D(일본에선 3K로 불림. 힘들고 더러우며 위험하다는 일본어 앞 글자를 따 3K로 명명) 직장으로 이직률이 높고 갈등이 상당했다.

상사가 질책으로 현장을 압도하자 노동자는 더 위축되는 악순환에 빠졌다. 칙칙한 유니폼에 허겁지겁 일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자부심이 생겨날 수 없는 환경으로 충성도는 바닥 상태였다.

이 딜레마를 깬 게 2005년 그룹에서 경영기획부장으로 파견된 구원투수 야베 데루오 씨였다. 1966년 국유철도에 입사한 이후 전차·객실의 안전 대책 전문가로 40년을 지낸 베테랑이다.

취임 당시 사고·불만이 많았던 신칸센 청소회사에 토털 서비스를 정착시킨 주역이다. 계기는 2013년 쓴 ‘기적의 현장’이란 책이다. 부제는 ‘신칸센 청소팀의 일하는 자부심’이다. 누적 10만 부를 넘긴 베스트셀러로 미디어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첫 작업은 분위기 쇄신. 제복을 레스토랑 스태프처럼 밝은 디자인으로 바꾸고 차량은 노동자의 청소 기량을 뽐내는 무대로 의미를 부여했다.

귀는 크게 열어뒀다. 현장에서의 개선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그의 대답에 ‘노(No)’는 없다. 여름 제복을 알로하 셔츠로 바꾸거나 모자에 꽃을 장식하는 것 등은 자유롭고 수용적인 제안 문화 덕분에 정착됐다.

인사·평가·승진 시스템도 개혁했다. 동료의 장점을 추천하고 간부 등용에도 길을 넓혀 사기를 높였다. 별도의 학습 제도도 만들었다. 엄격했던 정규직으로의 전환은 장벽을 낮췄다.

45세 이상만 정규직 전환 자격을 주던 것에서 아르바이트라도 1년만 지나면 되도록 했다. 2017년 4월 아르바이트 모집 개요를 보면 사회보험 완비, 제복 대여, 교통비(월 3만 엔), 심야수당 등이 제안된다.

휴일은 월 7~9일 제공된다. 당근만 주지는 않았다. 신상필벌은 확실했다. 지각이 반복되면 상여금을 감액하는 식으로 서비스의 품질 향상을 주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