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폴리틱스-2017 대선]

대선 당일 출근하는 기업 많지만 투표하기 한층 수월해져
19대 대선, 역대 최고 투표율 되나
(사진)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13일 앞둔 4월 26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거소투표신고인에게 발송할 거소투표용지를 출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대통령 선거일(5월 9일)이 코앞에 다가왔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하지만 그동안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과거 대선 당일을 살펴보면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서비스 업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이나 일부 대기업에서도 출근해야 하는 이들이 많아 제대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이번 대선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시간이 늘어나고 사전투표제가 도입돼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이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임시공휴일’의 의미는

통상적으로 임기 만료에 따른 대통령 선거일은 법정 공휴일로 지정된다. 다만 이번 대선은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돼 치러지는 보궐선거다.

따라서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의해 임시공휴일로 지정됐다. 쉽게 말하면 이날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쉴 필요는 없는 것이다.

민우기 법률사무소 서한 변호사는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회사의 취업규칙·노사협약 등에 관공서의 공휴일을 휴일로 한다는 규정이 있다면 휴일에 대한 규정을 적용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평일과 동일한 근무일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많은 중소 제조업체가 이번 대선일에도 정상 근무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4월 17~20일 중소 제조업체 250곳을 대상으로 5월 초 징검다리 연휴 기간(5월 1~9일) 임시 휴무 계획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임시 휴무 계획이 없는 기업은 30.4%로 조사됐다. 10곳 중 3곳이 대선 일에도 출근해 정상 근무를 하는 셈이다.

아직 휴무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기업도 15.6%로 집계돼 이 수치는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 물론 점심시간이나 짬짬이 틈을 내 투표소를 찾을 수도 있지만 일상적인 근무에 치이다 보면 쉽지 않은 일이다. 이날 출근하는 노동자들이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셈이다.

다만 이번 대선에서는 예전에 비해 일하는 노동자들이 투표하기가 한층 수월해진 것은 사실이다. 이는 투표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은 투표 시간이 길어졌다. 예전 대선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투표가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보궐선거이기 때문에 투표 시간이 2시간 더 긴 오후 8시까지다. 즉, 퇴근 후에도 투표가 충분히 가능하다.

5월 4일부터 5일까지 이틀간 전국 읍·면·동에서 사전투표가 실시되는 것도 투표율 상승에 일조할 전망이다. 2013년 도입된 사전투표제도가 대통령 선거에서 실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출근이나 개인 사정 등으로 대선 당일 투표할 수 없으면 사전투표를 이용하면 된다. 별도의 사전 신고 절차 없이도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등 신분증만 지참하면 전국 어디에서든 투표할 수 있다.

사전투표소 역시 인터넷 검색으로 쉽게 찾을 수 있다. 5월 4일은 평일이기 때문에 자영업자나 노동자들이 직장·사업체의 읍·면·동 사전투표소를 이용해 투표할 수 있다. 5월 5일은 법정 공휴일인 어린이날이어서 더욱 투표하기 좋다는 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측의 설명이다.

◆유권자 투표 의지 확고해

최순실 국정 농단에 따른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지는 대선이어서 반드시 한 표를 행사하겠다는 유권자들의 의지가 강한 것도 투표율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유권자 5명 중 4명은 이번 대선에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일보와 한국리서치가 4월 24~25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무려 92.2%나 됐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가장 높았던 투표율은 제13대 대선 당시 89.2%였는데, 해당 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이번 대선 투표율이 이를 웃돌 수도 있다.
19대 대선, 역대 최고 투표율 되나
물론 다소 투표율이 낮게 집계된 조사 결과도 있어 쉽게 단정하기는 어렵다. 여론조사 전문 기관 리얼미터(CBS 의뢰)가 4월 24~26일 전국 성인 15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투표율이 지난 18대 대선(75.8%) 때보다 낮았다. 응답자 79.1%가 이번 대선에서 투표하겠다고 답변했고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70.2%에 불과했다.

다만 전통적으로 투표율이 낮은 20~30대 젊은 세대의 투표 의향이 높은 것으로 조사돼 대선 결과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답변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19~29세’로 무려 77.3%에 달했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조사에서 투표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온 만큼 지지율 취약층을 공략하기 위한 각 대선 후보 진영의 움직임도 더욱 바빠졌다. 각 후보들이 부동층을 겨냥해 얼마나 확고한 정책과 소신 등을 펼치느냐가 선거 결과를 판가름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