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마이알레·종로 기와탭룸 등 ‘쉼과 아날로그’ 키워드로 인기 (사진) 온실형 카페 겸 레스토랑 '마이알레'
[한경비즈니스=김영은 인턴기자] 밝은 초록색에 노란색을 가미한 색상인 ‘그리너리(greenery)’. 세계의 컬러 트렌드를 주도하는 미국의 색채연구소 팬톤이 선정한 ‘올해의 컬러’다. 팬톤은 그리너리가 기술 발달과 스트레스로 긴장된 일상을 보내고 있는 현대인에게 ‘희망’과 ‘쉼’의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소개했다.
팬톤의 발표에서도 나타나듯이 바쁘고 지친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자연 친화적인 삶을 추구하는 현대인이 늘어나고 있다. 산업 전반에 걸쳐 자연과 휴식이 트렌드가 된 지금, 외식업도 이 트렌드에 맞춘 특별한 콘셉트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식물원 또는 온실을 콘셉트로 하거나 친환경 재료만을 사용하는 음식점이 늘어나고 있다. 외부 정원에 조경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꽃과 나무를 실내로 들여 사계절 내내 싱그러운 초록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 ‘여기가 식물원이야 식당이야’ (사진) 온실형 카페 겸 레스토랑 '마이알레' / 이승재 기자
대표적인 곳은 경기도 과천시에 있는 ‘마이알레’다. 마이알레는 조경·인테리어 전문 기업 ‘디자인알레’가 만든 온실형 카페 겸 레스토랑이다.
‘자연을 벗 삼는다’를 철학으로 한 마이알레 곳곳에서는 세계 각지의 특색 있는 식물들이 자리 잡고 있다. 유리로 된 온실형 건물에서는 사방에서 들어오는 자연 채광을 맞으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사진) 벽을 둘러싸고 채소가 자라는 온실형 레스토랑 '식물원 K' / 식물원K 홈페이지
또 다른 온실형 레스토랑은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식물원 K’다. 식물원 K는 이름만큼이나 매우 독특하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비닐하우스 같이 생긴 외형과 다르게 실내는 숲속 정원을 연상시킨다.
벽을 둘러싸고 자라는 녹색식물들은 나무가 아니라 직접 재배하고 있는 채소와 허브다. 식물원 K 관계자는 “사방이 신선한 채소로 뒤덮인 식물원에서 식사를 하기 때문에 삼림욕까지 동시에 가능하다”며 “손님들이 오랫동안 머무르며 여유롭게 식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사진) 동선동에 위치한 '숑디 인 오하라'/ 숑디 인 오하라 인스타그램
서울에서도 초록이 가득한 온실형 카페를 만날 수 있다. 동선동에 자리한 ‘숑디 인 오하라’는 일본 교토의 ‘오하라’ 정원에서 영감을 받아 실내 정원을 꾸몄다. 오래된 한옥을 개조해 유리로 지붕을 덮고 가게 중앙에 벽돌로 만들어진 이끼 정원을 뒀다.
정원에는 앵두나무 등 10종이 넘는 식물이 있다. 숑디 인 오하라를 찾은 윤나영(24) 씨는 “비가 오는 날 유리 천장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정원을 감상하기 위해 카페를 찾는다”며 “가만히 앉아 정원을 보면서 차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안정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많은 현대인들이 식물원 콘셉트의 카페를 일종의 테라피(치유) 공간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디자인진흥원 관계자는 “도심의 많은 카페들이 지친 삶에 휴식을 제공하고 활력을 충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콘셉트를 내세우고 있다”며 “소비문화와 테라피가 결합된 새로운 문화 치유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이자카야 인기 넘어선 한옥 펍 (사진) 소격동에 위치한 한옥 펍 '기와탭룸' / 이승재 기자
또 다른 변화는 한옥에서 나타난다. 한옥은 한정식 가게나 찻집이 아닌 카페, 프랑스 레스토랑, 맥주를 파는 펍 등 새로운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이렇게 새로워진 한옥이 최근에는 골목길 상권을 주도하고 있다. 일례로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정문 앞에만 한옥 카페와 식당이 5곳이 넘는다. 인사동이나 북촌 한옥마을이 아닌 대학 상권에 한옥이 생겨나고 있는 현상은 최근 들어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에서도 한옥을 향한 관심을 볼 수 있다. 신한카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옥 상권이 자리 잡고 있는 익선동 골목길 상점의 카드 결제 건수가 2014년 대비 2.2배 늘어났다.
이용객은 20~30대의 비율이 62.3%로 가장 높았다. 전통으로만 여겨지던 한옥이 젊은 감각과 아날로그적인 트렌드와 맞물려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사진) 소격동에 위치한 한옥폅 '기와탭룸' / 이승재 기자
종로 소격동 좁은 골목 안쪽에 자리한 ‘기와탭룸’은 한옥에서 수제 맥주(크래프트 비어)를 파는 ‘한옥 펍’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ㄷ’자 모양의 기와지붕 위로 하늘이 보이고 처마 아래 자리한 툇마루에서 맥주를 마실 수 있다.
입식 테이블에 비해 좁고 불편할 수 있지만 툇마루가 가장 먼저 만석이 된다. 기와탭룸을 찾은 노윤재(25) 씨는 “한옥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라며 “서울 그 어디를 가나 있는 이자카야 말고 전통 한옥을 이용한 술집이 더 많이 생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옥 레스토랑이나 카페는 새로 짓지 않고 옛 한옥을 개조해 만든 것이 많다. 기와와 천장은 전통 한옥의 형태를 그대로 살려 한옥 특유의 아름다움과 분위기를 자아낸다.
혜화문 근처에 들어선 퓨전 레스토랑인 ‘성북동 디너쑈’도 1961년에 지은 한옥을 개조해 만들었다. 천장은 한옥의 형태를 그대로 살렸고 나무 문짝을 과감하게 테이블로 활용하는 등 전통적인 요소가 곳곳에 남아있다.
이처럼 상가에 한옥 열풍이 부는 이유는 뭘까. 박성희 한국트렌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아날로그에 대한 인간의 본성’과 ‘차별화를 위한 전통으로의 회귀’라는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그는 “아날로그란 디지털 시대에서도 없어지지 않는 인간의 본성이며 한옥도 높은 빌딩 숲 사이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아날로그적 공간”이라고 말했다.
또 이미 많은 상점과 디자인에 노출된 소비자들에게 전통이나 자연이 오히려 색다르게 다가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개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를 위한 차별화의 방법으로 전통에서부터 소재를 차용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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