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모기업 의존 벗어나 자생력 키우는 중…‘상부상조’ 마케팅 강화
‘홀로서기’ 시작한 한국의 프로야구
(사진)2017년 한국 프로야구 타이어뱅크(KBO)가 막을 올렸다.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4월 2일 두산베어스와 한화이글스 경기가 열렸다.(/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다들 같지만 야구팬들에게 4월은 그 어느 달보다 특별하다. 겨우내 담금질을 마치고 프로야구가 개막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1982년 6개 팀으로 시작된 한국 프로야구는 2015년 10개 구단 체제를 완성했다. 삼성·LG·SK·기아·롯데·두산·한화·KT 등 재계 10위권에 올라 있는 대기업들이 프로 야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스폰서 형태로 참여하고 있는 타이어 기업 넥센과 신생팀이지만 3년째 ‘가을 야구’에 참전하고 있는 NC도 있다.

기업들의 야구단 운영 목적 중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은 단연 ‘홍보’다. 모기업은 프로 야구단을 통해 자사의 핵심 제품이나 사업 기술을 야구팬들에게 좀 더 친숙하게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홀로서기’ 시작한 한국의 프로야구
(사진)양상문 LG트윈스 감독은 지난 3월 열린 '프로야구 미디어데이'에서 LG의 신제품 G6를 활용해 개막전 선발투수 소사를 공개했다.

◆‘5G 홍보’ 앞장선 SK·KT 야구단

5G 시대를 열고 있는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야구장에서도 ‘통신사 라이벌 대전’을 지속하고 있다. 프로야구 개막전이 열렸던 3월 31일, SK와이번스는 SK텔레콤의 5G 서비스를 홍보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SK텔레콤은 5G커넥티드카·360라이브존·멀티뷰·AR서비스 등으로 구성된 ‘5G스타디움’과 4D행글라이더·잠수함·번지점프 체험으로 이뤄진 테마파크 ‘5G어드벤처’를 프로야구 개막 3연전에 맞춰 운영했다.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개막전 시구’에서도 모기업의 5G 기술이 적용됐다. 인천 SK와이번스와 수원 KT위즈의 개막전에선 시구·시타자가 5G커넥티드카를 타고 마운드에 등장했다. 시구자의 생생한 표정이 대형 전광판에 5G로 생중계돼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관람객들은 구장 1루 측 외야석에 설치된 ‘360라이브 VR존’을 통해 경기장 8곳의 특수 카메라에서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경기 영상을 관람했다.

KT 역시 야구를 통한 5G 기술 활용에 여념이 없다. 지난해 KT위즈는 수원 구장 홈 개막전에서 세계 최초로 기가(GiGA) 가상현실(VR) 모바일 야구 생중계를 제공했다.

이 생중계는 1루·3루·포수석에 각 5대씩 설치된 VR 전용 카메라로 촬영된 영상들을 실시간으로 조합해 영상을 생성 및 전송했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KT가 무료로 제공한 1000여 개의 카드보드형 VR 기기와 스마트폰을 이용해 다양한 각도로 경기 영상을 즐겼다.

올해 증축된 수원 야구장(KT위즈파크)에는 5G 관람석이 100석 정도 신설됐다. 이 자리에 앉은 관중은 기가 VR·드론을 통해 5G 기술을 체험할 수 있다.

야구는 신제품 홍보의 좋은 수단이 되기도 한다.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각 구단의 감독과 대표 선수들이 참석하는 ‘미디어데이’에서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이 모기업 LG전자의 신제품 G6를 활용해 개막전 선발 투수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개막전 선발 투수 공개가 미디어데이의 가장 중요한 대목인 만큼 모기업의 신제품을 활용한 ‘재치 있는 이벤트’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LG전자는 LG트윈스의 개막전 당시 잠실야구장 중앙 매표소 부근에 ‘LG G6’ 체험 공간을 설치해 제품 소개와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또 LG유플러스는 프로야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야구팬들에게 쾌적한 모바일 중계를 제공하고 있다. 앱을 실행하면 광고 없이 바로 경기 시청이 가능하며 경기 도중에도 타 구장의 경기 상황과 현재 플레이 중인 타자와 투수의 상대 전적을 알아볼 수 있다. 또 한 화면에서 5개의 야구 경기를 동시에 시청하도록 해 10개 구단 팬들을 모두 겨냥했다.

삼성라이온즈는 삼성전자와 손잡고 ‘갤럭시 S8 삼성라이온즈 에디션 폰’을 출시했다. 삼성라이온즈 블루멤버십 회원은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 광장에 마련된 판촉 행사장에서 선착순 1000대 한정으로 구입할 수 있다.

이 특별 에디션 폰은 삼성라이온즈 디자인 테마가 적용된 한정 수량의 특별 폰이다. 구매 고객들에게는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VIP석 티켓 2장도 함께 제공된다.

야구단의 ‘스토리’를 모기업의 마케팅에 활용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은 야구단을 주제로 한 기업 광고다. 지난해 정규 시즌과 한국 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두산베어스는 2군 구장인 이천 베어스파크를 주제로 ‘두산 베어스의 미래가 자라는 곳’ 이라는 카피의 광고를 내보냈다.

이천 베이스파크의 수중 재활실을 비롯한 첨단 시설을 소개한 후 ‘두산은 지금 내일을 준비합니다’라는 광고 문구를 띄웠다.

두산베어스는 외부 영입보다 내부 선수를 육성하는 ‘화수분 야구’로 유명하다. 2군 구장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로 신인 선수들의 능력을 최대로 키워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고 그 결과 2015년, 2016년 연이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이러한 두산베어스의 철학을 활용한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 광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SK텔레콤의 광고 역시 큰 주목을 받았다. SK텔레콤은 ‘연결의 파트너’라는 주제로 SK와이번스의 불펜 포수를 메인 모델로 만든 광고를 상영했다. 불펜 포수는 투수들이 경기 등판 전 몸을 풀거나 연습할 때 공을 받아주는 포수를 말한다.

8년간 SK와이번스에서 불펜 포수로 일하며 묵묵히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 온 이석모 씨가 주인공이었는데 이 광고는 지난해 열린 ‘제25회 국민이 선택한 좋은 광고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홀로서기’ 시작한 한국의 프로야구
◆야구, ‘성적’과 ‘투자’의 관계는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2016년 시즌 누적 관중은 역대 최다인 총 736만5242명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 이미 누적 관중 800만 명을 넘기며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렇게 야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미 대중 사이에서는 ‘모기업’과 ‘구단’을 구분하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박성배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롯데자이언츠의 성적이 좋지 않다고 해서 모기업 롯데에 악영향이 가지는 않는다. 물론 선수가 구설에 오르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 이미지 타격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프로야구의 역사가 오래되면서 대중은 이미 모기업과 구단을 별개의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기업 역시 단순한 ‘홍보’에서 벗어나 사회공헌, 비즈니스로 야구단 운영 목적을 확장하고 있다. 동시에 성적을 내기 위한 무조건적인 투자를 지양하는 움직임도 생겼다.

대규모의 투자가 성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야구 순위가 증명하고 있다. 2016 시즌을 앞두고 한화이글스는 내부 자유계약(FA)과 외부 FA에 191억원을 투자해 역대 한 시즌 최대 FA 투자 금액을 기록했다.

하지만 한화이글스는 2016년 정규 시즌에서 7위를 기록해 가을 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한화이글스는 2014년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외부 FA 선수를 잡고 고연봉의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고 있지만 2008년 이후 9년 동안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최근에는 기업이 야구단에 자생력을 키울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은 삼성이다. 삼성은 2016년 운영하던 스포츠 구단을 모두 광고 계열사인 제일기획 산하로 이관했다. 삼성은 야구단 삼성라이온즈 외에도 수원삼성축구단·삼성썬더스농구단·삼성블루밍스여자농구단·삼성블루팡스배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 라이온즈의 대주주도 2016년 1월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변경됐다. 현재 제일기획은 삼성라이온즈 지분의 67.5%를 갖고 있는 대주주다. 삼성라이온즈를 인수한 제일기획의 임대기 사장은 지난해 1월 삼성 수요 사장단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삼성라이온즈가) 우승이다, 아니다보다는 유망주 육성과 자생력을 기르는 게 더 큰 목표”라고 말한 바 있다.

삼성그룹의 움직임을 따라 다른 대기업들 또한 향후 야구단의 자생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프로야구단은 매년 적자 실적을 반복해 왔다.

2016년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공개된 프로야구단의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LG트윈스(LG스포츠의 실적으로 농구단과 함께 집계)와 SK와이번스가 각각 약 36억원, 3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 규모도 롯데자이언츠 1억1192만원, 두산베어스 6억690만원으로 크지 않다. 2015년에는 기아타이거즈를 제외한 모든 구단이 영업이익마이너스를 기록했었다.

최준서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대기업은 프로구단을 운영하면서 적게는 연간 20억~30억원, 많게는 200억~300억원씩의 적자 출혈을 감수하고 있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경영은 더 이상 포기하겠다는 삼성의 방향 전환이 다른 기업들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더 이상 모기업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의지는 선수들의 유니폼에서도 포착할 수 있다. 두산베어스는 모기업의 소형 건설장비 계열사인 ‘밥캣’과 3년 연속 광고 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2017 시즌 두산 선수들은 선수단 수비 모자 우측에 밥캣 로고를 부착하고 경기하게 된다. 또 두산베어스 선수들은 모기업 계열사 외에도 한국타이어·KB국민카드·대화제약의 로고를 유니폼에 부착하고 있다. 이는 더 이상 야구단이 그룹 계열사에 의존하지 않고 타 기업과의 광고 계약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수익을 늘리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자생 노력이 결실을 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전용배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야구단이 모기업에 기대지 않고 수익을 거두려면 최소한 5년에서 10년은 걸릴 것”이라며 “야구단에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홀로서기’ 시작한 한국의 프로야구
(사진) 장원준 두산베어스 투수가 역투하고 있다. 유니폼에 새겨진 스폰서 업체들의 이름이 보인다.(/연합뉴스)

◆야구단, 전문 세일즈 인력 강화해야

국내에서는 이미 모기업에 기대지 않는 새로운 구조의 야구단이 탄생했다. 서울을 연고지로 한 넥센히어로즈가 대표적이다. ‘넥센’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지만 넥센은

야구단의 모기업이 아니다. 타이어 기업인 넥센은 야구단 ‘서울히어로즈’의 메인 스폰서다. 서울히어로즈에는 67개 기업이 스폰서로 참가하고 있다. 넥센 외에도 나이키·오비맥주·애큐온캐피탈·HK저축은행·보람상조·JT금융그룹·KB생명·농심이 서울히어로즈의 스폰서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서울히어로즈는 큰 폭의 흑자를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히어로즈의 지난해 매출액은 626억원으로 전년 대비 52.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01억8700만원으로 전년 대비 흑자 전환했다. 광고 수입과 기타 수입이 늘어난 것이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타 수입의 증가는 지난해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인 미네소타 트윈스로 이적한 박병호 선수의 포스팅 금액이 큰 몫을 차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 선수의 포스팅 금액은 약 150억원이다.

넥센히어로즈의 이와 같은 호실적은 한국 프로 야구단이 무조건적으로 모기업에 기대는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익 모델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다.

하지만 모기업에서 완전히 독립된 야구단을 만들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우선 야구단 프런트의 규모가 지나치게 작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야구단 업무를 전담하는 프런트 직원의 숫자는 최대 70명에서 가장 적은 구단은 그의 절반인 약 35명으로 이뤄져 있다. 박성배 교수는 “현재 야구단의 프런트 직원 수는 한 구단을 운영하기엔 너무 적다. 전문적으로 ‘세일즈’를 할 수 있는 인력들이 많이 투입돼야 야구단의 자생력도 강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용배 교수는 “일부 구단은 직접 인력을 채용하는 대신 아웃소싱 형태로 일을 맡기고 있는데 전문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공교롭게도 삼성라이온즈는 제일기획으로 이관된 첫해였던 2016년 정규 시즌 9위를 기록했다. 2002년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차지한 이후 2005년과 2006년 한국시리즈 2연패,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사상 첫 통합 4연패를 차지했던 ‘삼성 왕조’와는 어울리지 않는 성적이었다. 그리고 올해 시즌에서도 4월 27일 기준 3승 2무 17패로 꼴찌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라이온즈의 성적 하락을 제일기획 이관과 무조건 연결 지을 수는 없다. 오히려 수지타산은 향상됐다. 삼성라이온즈는 제일기획으로 넘어간 지난해 매출액 706억원, 순이익 16억원으로 넥센히어로즈 다음으로 우수한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모기업의 투자가 예전처럼 동반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고액 FA를 잡는 횟수, 시설 투자 규모는 차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는 곧 프로야구 성적과도 직결된다는 것이 야구팬들의 우려다.
‘홀로서기’ 시작한 한국의 프로야구
(사진)SK와이번스의 사회 공헌 프로그램 '희망 더하기 캠페인'. 선수들이 실종 아동의 이름을 단 유니폼을 착용한 모습.(/SK와이번스)

◆인터뷰 - 김재웅 SK와이번스 홍보팀 매니저
‘스포테인먼트’로 사회공헌 이뤄요

야구단이 모기업과 관련된 마케팅만 하는 것은 아니다. 구단은 사회공헌을 통해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주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대표적 구단은 인천을 연고지로 둔 SK와이번스다. 다음은 SK와이번스 김재웅 매니저와의 일문일답.

SK와이번스는 인천 연고 구단입니다. SK와이번스의 지역 친화 마케팅을 소개해 주세요.

“프로야구는 연고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입니다. 이 때문에 지역 마케팅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지역사회에 야구와 SK와이번스를 널리 알리고 지역 주민들이 야구를 통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인천 지역 18개 사회복지관과 연계해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야구 관람을 지원하고 자매결연한 석모도 주민들을 초청하기도 했습니다.

또 인천교통공사와 협력해 구도 인천을 상징하는 이미지와 SK와이번스 우승 엠블럼, V4를 기원하는 문구가 그려진 ‘와이번스 응원열차’, CGV 인천점의 와이번스관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회공헌에도 앞장서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직접적으로 어려운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는 활동과 함께 프로야구단의 특성을 활용해 도움이 필요한 계층과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선수들이 유니폼에 실종 아동의 이름을 달고 경기에 임한 ‘실종 아동 찾기 캠페인’이 큰 호응을 얻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희망 더하기 캠페인을 통해 난치병 어린이의 소원을 들어주고 인천 서구 지역 발달장애 초·중학생 140여 명을 초청하는 ‘희망 키움 야구교실’을 개최할 예정입니다.”

SK와이번스 구단만이 갖고 있는 마케팅 철학은 무엇입니까.

“SK와이번스는 2007년부터 ‘스포테인먼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스포테인먼트는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로, 스포츠를 단순히 경기 자체로만 보지 않고 다양한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스포테인먼트’ 추진과 함께 2007년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SK와이번스는 전년 대비 두 배에 가까운 관중 수(65만6426명)를 기록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향후 팬들의 니즈에 맞춰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마케팅을 해 나갈 것입니다.”

◆한국판 ‘머니볼’, 선수 출신 단장 전성시대
모기업 파견 인사 대신 선수 출신 선호
‘홀로서기’ 시작한 한국의 프로야구
영화 ‘머니볼’은 메이저리그 야구단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빌리 빈 단장의 이야기를 담았다.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빌리 빈 단장은 오클랜드의 선수 출신 단장이다.

촉망 받던 유망주였지만 야구 선수로서의 커리어는 좋지 않았다. 재정 사정으로 매번 주전 선수를 다른 팀에게 빼앗겼던 오클랜드 구단은 빌리 빈 단장의 결단으로 ‘머니볼’ 이론을 도입한다. 선수에 대한 기존의 정보를 모두 잊고 오로지 ‘출루율’에만 초점을 둔 머니볼 이론이 오클랜드 구단에 어떤 변화를 불러왔는지가 이 영화의 핵심 스토리이다.

빌리 빈 단장처럼 최근 한국 프로야구단에는 선수 출신의 인사를 단장으로 낙점하는 것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한화이글스 박종훈 단장, SK와이번스 염경엽 단장, 넥센히어로즈 고형욱 단장, NC다이노스 유영준 단장이 2017 시즌을 앞두고 새로 선임됐다. 이 밖에 두산베어스 김태룡 단장, LG트윈스 송구홍 단장도 야구 선수 출신으로 10개 구단 중 6개 구단이 ‘선수 출신 단장’이다.

당초 프로야구 단장은 모기업에서 파견한 인사들이 주를 이뤘다. 2014년 선임된 롯데자이언츠 이윤원 단장의 경력을 살펴보면 롯데그룹 정책본부에서 롯데자이언츠 관련 업무를 맡았고 롯데푸드 경영기획부문장을 역임한 바 있다.

‘선수 출신 단장’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모기업이 야구 현장과 관련된 구단 운영을 선수 출신 인사에게 위임한다는 의지로 해석하고 있다.

최준서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비선수 출신 단장들의 장단점을 체험해 봤으니 현장 지식과 비즈니스 센스를 겸비한 선수 출신 단장에게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성배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는 “경영 감각을 지닌 야구인이 늘어나고 있어 단장직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사장과 단장 사이에 ‘본부장’이라는 직함을 신설하는 프런트도 생겼다. 기존에 단장이 수행했던 구단 관리 업무를 본부장에게 위임함으로써 단장은 그라운드에서 일어나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