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신토불이 넘어…아시아 신흥국 농업금융 적극 진출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농협의 발자취는 한국 농업의 역사와 늘 함께해 왔다. 1900년대부터 꿈틀거린 농협 현대 역사의 첫 장면은 1961년 ‘농협중앙회’의 탄생을 꼽을 수 있다.
◆농민의 생활에 뿌리 내리다
농협중앙회는 창립 이듬해인 1962년 서울에 농산물 공판장을 개장했다. 이후 전국 5대 도시에 공판장의 문을 열었고 1965년 농협중앙회에 공판 사업부를 설치했다. 농협의 농산물 공판장은 한국 농업 유통의 새 역사를 썼다고 평가 받는다.
농민들은 공판장을 통해 대량의 농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게 됐다. 또 농협이 운영 중인 ‘하나로클럽·마트’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대형 농산물 전문 매장인 양재동 하나로클럽은 농업인이 생산한 농축산물 확대 판
매라는 농협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농축산물 취급 비율을 높여 나가고 있다.
초창기 농협중앙회의 사업은 정부 시책과 함께했다. 1970년대 들어서는 ‘새마을운동’과 협조했다. 마을 시설 개량을 비롯한 농촌 시설 정비에 앞장섰다. 또 농촌에 과학 영농 기술 보급, 우량 종자 공동 구입을 주선하면서 당시 선진 기술을 농촌에 보급했다.
농협은 ‘사람’에도 주목했다. 미래의 농업과 농촌의 발전을 이끌어 갈 영농 후계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다양한 지도 지원 사업을 펼쳐 왔다. 1966년부터 농협은 자립·과학·협동의 새농민운동정신을 잘 실천하는 농업인을 대상으로 새농민상을 제정, 시상하고 있다. 또 담보력이 미약한 농업인들을 위해 안정적 자금 조달을 위한 신용 보증에도 나서고 있다.
농협은 농산물 수입 개방 반대 기조를 지켜 왔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농협은 1980년대 중반까지 수입 농산물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였지만 한계에 부닥치면서 소비자 대상 대응 활동을 발전시키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이에 따라 농협은 ‘우리 농산물 애용 운동’에 주목했다. 1990년대 들어 농협은 우리 땅에서 난 먹거리가 제일 좋다는 ‘신토불이운동’을 시행해 큰 호응을 일으켰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농협에도 민주화 바람이 불었다. 농협은 1988년 조합장과 중앙회장 직선제를 도입했다. 또 1990년에는 농협중앙회 최초로 직선 회장을 선출했다.
2000년대 들어서 농협은 구조적 전환점을 맞았다. 농협·축협·인삼협중앙회를 통합한 통합농협중앙회가 출범했다. 그 후 농협법 개정을 통해 2005년 사업부문 대표 이사제를 도입해 책임 경영 체제를 강화했다.
농협중앙회의 50주년이었던 2011년, 농협은 더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농협중앙회는 사업 구조 개편을 통해 지난 50년간 하나의 조직 안에서 수행되던 경제 사업과 신용 사업을 각각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이는 각 사업 부문의 경쟁력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사업 구조 개편에 따라 신설된 농협경제지주는 13개의 경제 자회사를 두고 총자본 5조9500억원을 투입해 경제 사업 활성화 계획을 주도한다.
자산 규모 240조원의 NH농협금융지주는 NH농협은행·NH농협생명보험·NH농협손해보험 등 7개 금융 자회사를 둠으로써 국내 5대 금융지주회사의 반열에 올랐다.
시대가 변하면서 국내 금융 산업의 경쟁이 심화되고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정착되면서 농협금융의 글로벌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농협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와 차별화된 해외 진출 전략을 구사한다.
먼저 농업 기반, 성장 잠재력이 큰 아시아 신흥국 우선 진출을 고려한다. 진출 방식으로는 성공 가능성이 높은 합자와 지분 투자 중심을 택했다. 특화 전략으로는 금융과 유통을 연계하는 차별화된 사업 모델로 범농협 시너지를 창출한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활발한 해외 진출 성과를 올렸다. 2016년 농협금융은 중국 공소그룹 융자 리스 지분 투자 계약 등 글로벌 현지 파트너와의 협업으로 우수한 투자 기회를 발굴했다. 또 미얀마 현지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한 소액 대출 회사를 설립했다.
농협금융은 2017년을 본격적으로 대한민국 대표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확립하는 해로 삼았다.
◆세계 진출로 열매를 맺다
농협금융은 내실 경영을 기반으로 은행과 비은행의 손익 비율을 50 대 50으로 재정립하는 등 장·단기 균형 잡힌 손익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 변화하는 경제 상황에 대비해 농협금융 통합 위기 상황 분석 시스템 구축, 산업 분석 고도화 등 미래 위험 대응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다.
시너지 효과 창출은 농협만이 가진 장점이다. 경쟁 구도가 업권 내 개별 회사 간 경쟁에서 그룹 간 경쟁으로 바뀌는 현 상황은 성장 잠재력이 큰 농협금융에 가장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를 비롯해 유통·경제·상호금융 계열사를 모두 보유하고 있고 이러한 범농협 시너지를 사업 기반으로 연결한다.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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