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족’과 ‘홈술’, ‘홈스케이프’의 증가, 빅데이터로 본 집돌이와 집순이 [한경비즈니스=최재원 다음소프트 이사] 보통 집에 있기 좋아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집순이’, ‘집돌이’라고 한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집순이·집돌이’에 대한 언급량을 살펴보면 2013년 1만210건, 2014년 1만29건, 2015년 7만2143건, 2016년 18만7990건으로 기록됐다.
언급량은 2015년에 전년 대비 7배 이상 급증했고 2016년에도 전년 대비 2.6배 증가해 ‘집순이·집돌이’에 대한 관심이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집순이·집돌이’에 대한 언급량을 보면 2월, 7월, 8월에 2만5000건 이상을 기록해 ‘방콕’하는 사람들의 언급이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집순이·집돌이’가 언급된 경우 2월에는 ‘춥다’에 대한 반응이 많았고 7~8월에는 ‘덥다’는 반응이 많았던 것으로 보아 외출하는 대신 집에서 다양한 여가 활동을 하는 것에는 날씨의 영향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집밥·홈술·홈트족’ 키워드 해마다 급증
이들에 대한 반응은 어떨까. ‘좋다(655건)’, ‘좋아하다(577건)’, ‘귀찮다(466건)’, ‘최고다(384건)’, ‘완벽한(193건)’, ‘위험하다(127건)’ 등으로 상위 감성 키워드에는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부정 키워드라고 하더라도 ‘귀찮다’는 ‘나가기 귀찮다’, ‘위험하다’는 ‘집 밖은 위험하다’는 뜻으로 부정의 의미보다 집에 있고 싶어 하는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이러한 집순이·집돌이를 ‘홈족(집에서 음식·문화 등으로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라고 부르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집에서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단순히 집에서 쉬는 것이 아니라 집을 ‘자신만의 공간’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집’에 대한 일상 키워드로는 작년 기준으로 ‘공부’가 6만687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요리(2만9849건)’, ‘운동(1만7397건)’, ‘낮잠(1만2485건)’ 순이다.
최근에는 ‘집밥(집에서 먹는 밥)’,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 ‘혼술(혼자 마시는 술)’ 등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하는 취미를 가지는 이들이 많아졌다.
또 1~2인 가구가 늘면서 여러 가지 반찬보다 간단한 한 끼 메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그래서 인스턴트 제품에도 자신만의 요리법을 개발해 색다른 메뉴를 선보여 공유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
이런 트렌드는 ‘쿡방’, ‘먹방’ 등이 유행하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먹방’은 2014년 33만7635건, 2015년 45만7833건, 2016년 75만728건으로 언급량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집’과 관련된 음식 키워드 중 1위는 ‘밥’이다. 20만2156건으로 상위에 올랐다. 이어 ‘술(13만4105건)’, ‘라면(6만4089건)’ 순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치킨(5만5848건)’, ‘고기(4만3431건)’, ‘커피(4만3207건)’, ‘맥주(4만2480건)’ 등이 언급됐다.
밥 다음으로 술이 언급된다는 점은 ‘홈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입증한다. 최근에는 비싼 돈을 주고 밖에서 술을 사 먹기보다 집에서 간단한 안주와 가볍게 음주를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또한 ‘혼술’이 유행하는 것도 집에서 혼자 술을 즐기는 ‘홈술’이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실제 ‘혼술’에 대한 언급은 2016년 1분기 993건, 2분기 2554건, 3분기 2만508건, 4분기 2만564건으로 2016년 3분기에 급증한 후 높은 언급량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한 감성 키워드로는 ‘좋다’, ‘즐기다’, ‘좋아하다’, ‘맛있다’, ‘먹고 싶다’ 등의 긍정적인 키워드가 많이 나타난다.
최근에는 ‘홈트족’에 대한 관심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홈트족’은 홈 트레이닝을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 ‘홈족’들 중 많은 이들이 ‘홈트족’이라고 할 수 있다.
운동에 대한 관심이 계속 늘고 있지만 바쁜 현대인들은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 어렵다. 그러나 ‘홈 트레이닝’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고 별도의 비용도 들지 않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집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운동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홈 트레이닝’에 대한 언급량은 2013년 3753건, 2014년 6275건, 2015년 2만3266건, 2016년 7만6271건으로 2016년에 전년 대비 3.2배 증가하며 관심이 급증했다.
또 요즘 홈 트레이닝의 트렌드는 운동법을 찾아보며 혼자 운동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운동 과정이나 운동 일지, 관련 정보 등을 SNS에 기록하면서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소비층’ 홈족의 급증, 시장 판도 변화
홈족이 느는 이유도 데이터를 통해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집’에 대한 감성 분석을 실시한 결과 긍정이 55%, 부정 45%로 긍정적인 인식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키워드로는 ‘가고 싶다’, ‘피곤하다’, ‘좋다’, ‘최고다’, ‘편하다’ 등의 표현이 나타났다.
사회경제학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현대인들에게 ‘집’이란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 위로받을 수 있는 안식처로 여겨지고 있다.
밖에만 나가면 ‘집에 가고 싶다’고 느끼거나 인간관계 등 다양한 사회적 요소들에서 ‘피곤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으므로 ‘집’에서 편안하게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굳이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충분히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서비스 등이 발달한 것도 ‘홈족’이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다.
집에서 컴퓨터·모바일을 통해 인터넷을 활용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타인과의 소통이나 정보 습득을 집에서도 손쉽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배달 서비스도 ‘홈족’들이 즐기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신조어들도 생겨나고 있다. ‘스테케이션(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 ‘홈스케이프(각박한 현실에서 탈출해 안식처인 집에서 머무르는 것)’ 등이 있는데 예전처럼 가족 단위의 가구가 줄어들고 1~2인 가구가 늘면서 집이 ‘나만의 공간’으로 여겨지게 된다. 내가 먹고 싶은 음식, 직접 꾸미는 나의 공간, 타인에게 간섭받지 않는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집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앞으로는 집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홈족’들이 점점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홈족’들은 인테리어 시장, 식품 시장 등의 소비 시장을 주도하는 소비층으로 거듭나고 있다. 다양한 시장에서 ‘홈족’들을 사로잡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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