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정책 전망]
정부 주도 일자리·저소득층 사회안전망 확대에 우선순위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경제정책 기조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대표적 어젠다는 ‘친서민’과 ‘재벌 개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를 치르며 내놓은 주요 경제정책 공약을 보면 사람 중심의 경제성장과 적정한 소득분배를 위한 경제 질서 확립, 재정지출 확대와 대기업 주도의 경제개혁 정책이 주를 이루고 있다.

변화는 이미 예고되고 있다. 경제 구성체랄 수 있는 재정·금융·통상·기업·부동산 등 5대 경제정책이 모두 대상이다.

다만 변화의 폭이 얼마나 클지, 시기가 언제쯤일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한경비즈니스는 국내외 경제 상황 및 산업·기업별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전문가 ‘17인의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에 대해 알아봤다.
대기업 개혁 ‘빠르게’…서민복지 더 ‘넓게’
◆ [재정정책] 정부 주도의 고강도 복지 정책 추진

17인의 리서치센터장들은 문재인 정부의 거시경제 정책 핵심은 ‘확장적 재정정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문 대통령이 소외 계층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과감한 재정 투입을 약속하는 등 복지국가로의 발전 방향을 제시한 만큼 성장 정책이 아닌 고강도 복지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 높다고 진단했다.

특히 정부가 주도하는 일자리 확대와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 안전망 확대 정책이 가장 우선적으로 실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필요한 재원 조달 방안이 명확하지 않아 본격적인 복지 확대가 이뤄지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진단은 17인 대부분의 의견이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운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매년 36조원 정도의 재정 추가 지출 소요가 발생한다”며 “재정 적자 확대를 용인하거나 상황에 따라 이행 시기를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재정지출을 통한 복지 정책 확대가 가능하지만 시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금융정책] 금융 감독 시스템 변화 가능성 높아

금융 분야에서도 변화의 물결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금융정책을 총괄하고 감독할 기관들의 개편을 예상하는 리서치센터장들이 많았다.

김일구(한화투자증권)·김재중(대신증권)·양기인(신한금융투자)·이경수(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융 감독 시스템의 변화를 예측했다.

이경수 센터장은 “신정부는 관치보다 민간 금융업의 자생적 발전을 유도하는 한편 금융 소비자 보호를 강화한다는 시각이어서 정책(금융위)·감독(감독원)의 분리나 축소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문 대통령이 재벌 개혁을 근간으로 한 금융·산업 분리 강화 공약과 관련해서는 센터장 간에 엇갈린 견해가 나왔다. 대체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예측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현 상태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완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금산 분리가 강화될 것으로 예측한 센터장은 김일구(한화투자증권)·김재중(대신증권)·노근창(HMC투자증권)·박희정(키움증권)·윤지호(이베스트투자증권)·이창목(NH투자증권) 등이다.

구용욱(미래에셋대우)·양기인(신한금융투자)·최석원(SK증권) 센터장 등은 현 체제 유지를 예상했다. 반면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산 분리가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통상 정책] 한·중 ‘호전’, 한·미 ‘마찰’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난제 중 하나로 꼽히는 통상 분야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와 중국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등의 통상 압박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고 극우파 성격인 트럼프 정부와의 마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특히 한·중 관계에 대해선 호전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반면 한·미 관계에서는 FTA 재협상이나 통상 마찰이 일어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최석원 센터장은 “한·중 관계는 다소 호전, 한·미 관계는 통상 마찰이 우려된다”고 예측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이전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며 “이는 향후 중국과의 갈등을 완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센터장들은 문재인 정부의 출범으로 그간 무너졌던 통상 분야의 컨트롤타워가 재구축됐다는 것을 반기는 분위기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요 교역국과 외교·통상 라인을 가동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생겼다는 점 자체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 [기업 정책] 법인세 인상은 천천히 진행할 듯

기업 정책 분야에서는 대부분의 센터장들이 ‘대기업 개혁 추진’은 무조건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경수 센터장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 및 지주회사 요건 강화(부채비율·자회사 등 지분 요건, 순환 출자 해소 등)를 통해 대기업 지배구조 제재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센터장들이 시기가 문제일 뿐 인상안이 추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소기업 정책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친서민 정책을 펼치는 만큼 상당한 지원 정책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거래 공정성 확립 등 중기의 자생적 성장에 방점을 둔 정책이 임기 내내 추진될 것이라고 진단한 센터장들이 많았다.

◆ [부동산 정책] 서민 주거 복지 방점, 인위적 부양책 없을 것

부동산 정책 분야와 관련해 센터장들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중 가장 분명한 색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민 주거 복지에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임대주택 17만 가구 공급, 도시 재생 뉴딜 정책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센터장들은 이전 정부에서 시도한 인위적인 부양책은 당분간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 문 대통령 공약에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부동산 정책이 없기 때문이다. 그 대신 가계 부채 관리 차원의 금융 규제는 현 수준이 유지되거나 오히려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김영준 센터장은 “서울 등 대도시 지역의 부동산 버블을 억제하는 정책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함께 보유세 인상 논의가 재임 기간 중 본격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설문에 참여한 17인의 리서치센터장 명단(가나다 순)
구용욱(미래에셋대우)·김영준(교보증권)·김일구(한화투자증권)· 김재중(대신증권)·노근창(HMC투자증권)·박기현(유안타증권)· 신지윤(KTB투자증권)·양기인(신한금융투자)·오현석(삼성증권)· 윤희도(한국투자증권)·이경수(메리츠종금증권)·이창목(NH투자증권)· 조용준(하나금융투자)·조익재(하이투자증권)·최석원(SK증권)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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