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시장 동향]
지난해 15만6256가구 거래…일부에선 중소형보다 청약률·프리미엄 더 높아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금융 위기 이후 ‘찬밥 신세’로 전락했던 중대형 아파트(전용면적 85㎡ 초과)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거래량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매매가도 상승세를 타면서 분양 시장에서도 인기다. 희소성까지 높다. 최근 몇 년 사이 건설사들이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중소형 아파트(전용면적 85㎡ 이하)를 집중적으로 공급했기 때문이다.
중대형 아파트의 귀환…거래량·가격 ‘껑충’
◆ 소형 열풍에 물량 부족, 희소성 높아져

최근 몇 년 새 중대형 아파트를 찾는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아파트 거래량 113만4747건 중 중대형 아파트 거래량은 15만6256가구로 전체 거래량의 13.77%를 차지했다. 2015년에도 중소형 아파트 거래량은 17만2174건이 거래돼 전체 거래량의 14.04%였다.

하지만 공급은 이러한 수요를 받쳐 주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분양 아파트의 물량 36만8062가구 중 중대형 아파트의 분양은 3만4355가구로 9.3%에 머물렀다.

2015년 역시 전체 분양 아파트 물량 44만680가구 중 중대형 아파트의 물량은 3만7148가구로 8.4%에 불과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불어 닥친 2008년 당시 전체 분양 아파트의 물량 15만2097가구 중 중대형 아파트의 분양 물량은 5만8675가구로, 전체 분양 물량의 38.6%를 차지한 것과 비교된다.

2009년에만 5만6699가구가 분양됐을 뿐 2010년부터 3만 가구 내외로 분양이 이뤄졌다. 서울 지역 역시 중대형 아파트의 공급은 수년간 저조했다. 2008년 7132가구가 공급된 이후 2009년 5488가구로 감소세를 보였고 지난해에는 2911가구가 공급되는데 그쳤다.

반면 금융 위기 이후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된 부동산 시장에서의 중소형 아파트 공급이 급증했다. 2008년 9만3422가구가 공급됐던 중소형 아파트는 이후 꾸준히 늘어 2011년부터 10만 가구를 훌쩍 넘어섰고 2015년 40만3532가구, 2016년 33만3707가구가 공급됐다.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데 비해 공급량이 급감하다 보니 매매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중대형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거래 가구비율(%)X평균 등락률(%)]은 4.05%였다.

2014년 2.34%의 오름 폭을 보인 이후 2015년 4.34%까지 3년 연속 상승 기류를 보이고 있다. 서울 지역의 중대형 아파트 값 변동률은 더욱 가파르다. 2014년 1.89%, 2015년 4.02%, 2016년 6.95%의 상승 추이다.

아직 중소형 아파트(전용면적 85㎡ 이하) 상승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가 불어 닥친 2008년 전국 평균보다 6.59%나 떨어지며 2013년까지 급락했던 상황과 비교하면 가파른 상승세다.
중대형 아파트의 귀환…거래량·가격 ‘껑충’
◆심상치 않은 매매가격, 더 오를 수도

특히 올해 서울 지역의 중대형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는 더욱 도드라질 전망이다. 6월까지 서울에서 공급됐거나 공급이 예정인 아파트는 총 7756가구인데 이 중 중대형은 224가구에 불과해 수급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분양 시장에서 중대형 청약률이 소형보다 높게 나온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 동작구에서 분양된 ‘사당 롯데캐슬 골든포레’는 전용면적 97㎡B 타입은 9.5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전용면적 59㎡A 타입 청약 경쟁률 5.16 대 1보다 높았다.

중대형 아파트 분양권 프리미엄이 소형보다 높은 것도 있다.

2015년 분양된 서울 송파구 가락동 송파 헬리오시티 전용 99㎡ 분양권의 시세는 12억원으로 기존 분양가(8억9000만~9억7000만원) 대비 2억원의 프리미엄이 붙은 상태다. 전용 59㎡ 프리미엄보다 5000만원 이상 높게 형성돼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금융 위기와 함께 찾아온 부동산 침체기 동안 중대형 아파트가 주목받지 못했지만 최근 몇 년 새 중소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분양가를 낮추고 희소성을 갖추면서 실수요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선 중대형 아파트가 분양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국 민간 아파트의 최근 1년간 1㎡ 당 평균 분양 가격은 290만3000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74만7000원보다 5.6% 올랐다.

102㎡ 초과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301만6000원에서 340만5000원으로 12.9%나 올랐다. 60~85㎡(5.5%)나 85~102㎡(1.7%)는 물론이고 인기가 높다는 60㎡ 이하(8.1%)와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중대형 아파트의 분양가 주도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강남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와 경기도 화성과 시흥 등 신규 택지지구에 브랜드 아파트들이 잇따라 대형 면적을 분양했기 때문이다. 세종시와 춘천 등에도 대형 면적이 대거 공급되며 분양가를 끌어올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전용 198㎡ 초과 대형 주택 착공 건수는 2014년 1714건으로 바닥을 찍은 뒤 2015년 2383건, 지난해 3399건으로 상승 추세다.

거래 역시 늘어났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서울 지역 30억원 이상 아파트의 거래 건수는 2014년 96건, 2015년 111건, 2016년 130건으로 증가했다.

부유층이 모여 있는 서울의 강남과 용산 지역에서는 초호화 대형 주택이 인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30억원 이상 고가 주택의 거래 건수는 총 229건으로 2013년 30건에서 7배 이상 급증했다.

3.3㎡당 가격이 1억원에 육박하는 용산구 한남동의 ‘한남더힐’을 비롯해 강남구의 타워팰리스, 서초구의 래미안퍼스티지 등이 거래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cw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