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주요 공약, 신규 원전 건설 중단·노후 원전 폐쇄가 핵심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과연 대한민국 역시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탈원전’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부터 탈원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문 대통령의 정책 소개 사이트인 ‘문재인 1번가’에서 최다 지지를 받은 공약도 탈원전이 포함된 에너지 정책이었다. 현재 국내에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상당수 원전이 공사 중단이나 사업 취소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미 세계는 탈원전 바람
2011년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은 하나의 세계적인 추세가 됐다. 한때 원전 강국이었던 독일이 대표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독일의 탈핵 방침은 양자화학자이자 독일의 핵안전부 장관 출신이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2010년까지만 해도 메르켈 총리는 친원전 정책을 펼쳤다. 독일 내 노후한 원자로들의 가동 연한을 15년 연장하면서 이를 비판하는 이들에게 원전의 안전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사고의 참혹함을 목격한 뒤 방향을 급선회했다. 2022년까지 독일 내 17개 원자로를 모두 신속하게 해체한다는 급진적인 정책을 내놓았다. 당시 독일 전력 생산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율이 23%였던 만큼 어려운 결정이었다.
메르켈 총리는 원전을 줄이는 대신 신재생에너지 공급을 점차 확대해 2050년까지 전기 생산량의 8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현재 독일에서는 꾸준히 신재생에너지 공급을 늘리는 가운데 단 8기의 원전만이 가동 중이다.
1969년 첫 원전 건설을 시작으로 원전 투자를 늘려 왔던 스위스 역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탈원전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5월 21일 탈원전을 놓고 국민투표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찬성표가 많으면 2050년까지 5기의 원전 가동을 모두 중단하고 대체에너지 개발 활성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아시아에선 대만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다. 올해 초 2025년까지 모든 원전의 운전을 중지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돼 아시아 최초의 탈원전 국가가 될 전망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한국도 원전을 축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 내놓은 원전 공약은 크게 두 가지다. 신규 원전 전면 중단 및 건설 계획 백지화, 노후 원전인 월성 1호기 폐쇄 등이다.
◆사회적 합의가 중요해
공약대로라면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4호기와 신한울 1·2호기, 신고리 5·6호기 등 모두 5기의 건설이 중단된다. 건설 예정인 신한울 3·4호기와 천지 1·2호기, 신규 원전 1·2호기 등 6기에 달하는 원전 역시 전면 백지화된다.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총 25기인데, 고리 1호기(6월 폐로)에 이어 월성 1호기까지 폐로를 결정하면 23기의 원전만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원전 공약이 실제로 이행되면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신고리 5·6호기는 4월 말 기준 공정률이 27.61%다. 현재까지 투입된 돈만 1조5000억원에 달하는데 이 금액이 사실상 날아가게 된다. 이미 건설된 시설을 다시 해체하는 데도 적지 않은 금액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전력 생산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율이 30%로 높은 것도 문제다. 사실상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앞서 탈원전을 선언한 독일도 비용이 많이 드는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을 높이는 과정에서 가구당 연간 수십만원의 전기료를 더 걷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덴마크는 1990년대부터 재생에너지 육성에 나섰다. 풍력·바이오매스·바이오가스·수력·태양력 증으로 에너지를 공급하고 소비하는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풍력 분야에서 전 세계 1위 강국으로 올라섰다. 세계 풍력 시장을 평정한 덴마크 베스타스의 풍력발전기./한국경제신문.
김명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전이 국내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공약을 했더라도 100% 이행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원전을 중지해 후회하는 정부도 많다”고 했다. 원전을 중단하게 되면 현재 활발하게 진행 중인 국내 원전 수출 역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김 교수는 내다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여론은 원전 축소를 이행해야 한다는 쪽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세계적인 흐름인 것은 물론 지진 등으로 인한 원전 불안감이 가중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100% 안전한 원전은 없다. 사고를 막기 위해선 원전이 제로가 되는 것이 해답”이라며 “탈원전을 하면 많은 부작용도 있겠지만 결국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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