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일자리 해법, 기업이 답이다]
‘사람이 힘이다’ 패러다임 바꾼 기업들①
스펙은 가라, 직무 능력이 핵심이다
(사진) 최태원 SK그룹 회장(가운데)이 1월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2017년 신입사원과의 대화’를 마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위원회를 신설하면서 일자리 창출을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청와대는 5월 16일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에 이용섭 전 국회의원을 임명했다. 부위원장은 장관급 대우와 함께 정책특보를 겸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자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일자리 정책을 직접 평가·기획한다. 새 정부의 일자리 창출에 대한 의지를 가늠하게 하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공공 일자리 81만 개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민간 부문 일자리 50만 개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위해 1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청년실업률은 11.2%로 4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단순한 숫자 늘리기보다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등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결해야만 청년실업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고령화에 따른 고령층 일자리 확충 방안과 출산에 따른 경력단절여성 고용 창출도 주요 과제다. 전문가들은 세금을 쏟아붓는 공공 일자리 확대보다 기업 등 민간 주도의 일자리 확충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에는 고용이 비용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강하다. 계획에 없던 일자리를 추가로 늘리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기업들이 스스로 고용을 창출할 여건을 조성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일자리 정책의 답은 결국 기업에 있다.

◆SK그룹, 올해 8200명 신규 채용
스펙은 가라, 직무 능력이 핵심이다
SK그룹은 올해 대졸 신입 2100명을 포함해 경력 사원 등 총 8200명을 뽑기로 했다. 이는 예년보다 증가한 규모로, 어려운 경영 환경이지만 채용 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된 데 따른 것이다.

SK는 창의적 인재 채용을 위해 탈스펙 채용 전형인 ‘바이킹 챌린지’를 2013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바이킹 챌린지는 스펙 대신 지원자의 역량만 평가하는 방식이다. 이름·생년월일 등 최소한의 개인 정보와 스토리 중심의 자기소개서로 1차 서류 심사를 실시한다. 개인 역량을 소개하는 프레젠테이션(오디션 면접) 및 심층 면접과 인턴십을 거쳐 합격자를 최종 선발한다.

SK그룹 관계자는 “2015년부터 대졸 신입 사원 채용 입사지원서에도 스펙 관련 항목을 대폭 삭제했다”며 “과도한 ‘스펙 쌓기’ 경쟁보다 직무 수행 능력 중심의 ‘열린 채용’ 정착을 위해 스펙 항목을 줄인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 5년간 7만 명 신규 채용
스펙은 가라, 직무 능력이 핵심이다
(사진) 롯데슈퍼 신입 그룹공채 지원자들이 자율 복장으로 면접에 임하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롯데그룹은 향후 5년간 40조원을 투자하고 7만 명을 신규 채용할 예정이다. 또한 유통 계열사 5000명, 식품 계열사 3000명, 금융 및 기타 계열사 2000명 등 비정규직 기간제 노동자 1만 명을 향후 3년간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롯데는 구직자의 스펙보다 직무 능력을 우선하는 능력 중심의 채용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롯데는 2009년부터 직무별 필요 역량을 기반으로 한 선발 전형인 ‘구조화 역량 면접’을 도입했다. 2011년에는 신입 공채 학력 제한을 고등학교 졸업으로 완화했다.

롯데는 지난해부터 사진, 수상 경력, 정보기술(IT) 활용 능력 등 직무 능력과 무관한 항목을 입사지원서에서 제외했고 필요한 직무를 제외하곤 어학 점수와 자격증 제출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롯데는 특히 2015년 상반기부터 상·하반기 신입 사원 공개 채용과 별도로 지원자의 직무 능력만으로 인재를 채용하는 ‘스펙 태클 오디션’ 을 진행 중이다. 스펙 태클 오디션은 학벌이나 스펙 중심의 서류 전형에서 벗어나 적합한 직무 능력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입사지원서에는 이름·이메일·주소·연락처 등 기본 인적 사항만 기재한다. 평가는 해당 회사가 요구하는 직무 관련 주제에 대한 기획서 또는 제안서, 자기 PR 동영상 등을 통해 진행한다. 면접 전형 역시 회사별·직무별 특성을 반영한 주제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이나 미션 수행 등의 방식으로 진행된다.

롯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존 스펙 태클 오디션 평가 방식을 보완해 지원자의 직무 수행 능력과 함께 창의성·열정 등 개인 역량을 더욱 세밀히 살펴보고 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 중인 코리아세븐을 예로 들면 푸드 MD 선발 시 지원자들에게 1인 가구를 위한 편의점 도시락 메뉴를 기획하고 이를 실제 제작하는 과제를 제시한다. 롯데월드는 테마파크를 견학한 후 개선 방안을 제안하는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합격자를 가린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원자의 개성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롯데월드·대홍기획·롯데렌탈·롯데리아·롯데슈퍼 등 13개 계열사의 면접을 자율 복장으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 ‘드림스테이지’로 탈스펙 앞장
스펙은 가라, 직무 능력이 핵심이다
(사진) 정용진(왼쪽부터)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박승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이 지난해 6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신세계그룹&파트너사 채용 박람회’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제공

신세계그룹은 2014년 채용 제도 전반을 획기적으로 개편했다. 스펙만 뛰어난 인재가 아닌 인문학적 소양을 두루 갖춘 인재, 특정 분야에 풍부한 경험과 역량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조치다.

2014년부터 도입한 ‘드림스테이지’는 신세계의 채용을 대표하는 브랜드다. 지원자의 업무 열정과 직무 역량을 평가해 ‘실전형 인재’를 뽑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전형 방법은 자신이 지원한 직무에 대한 남다른 능력이나 경험을 내부 전문가 앞에서 소개하는 방식이다.

그룹 내 각 계열사는 10여일 전에 응시자들에게 실제 현업에서 고민하는 주제를 알려준다. 지원자는 사전 준비 과정을 거쳐 면접 당일 15분간 자신의 꿈을 펼치게 된다.

신세계는 평가 과정에서 지원자의 잠재 역량에만 집중하기 위해 면접관에게 출신 학교와 학과·나이·어학성적 등 개인 정보를 일절 제공하지 않는 블라인드 면접을 진행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드림스테이지 합격자들은 겨울방학 동안 7주간의 인턴십 과정을 거치게 된다”며 “지원 직무에 투입돼 실습 과정과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 직무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와 사전 경험을 하고 최종 면접을 거쳐 입사하게 된다”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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