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일자리 해법, 기업이 답이다]
공공부문 확충으로 민간 위축 우려, 비정규직 축소는 역효과 가능성
정책은 ‘마중물’…가고 싶은 中企 키워야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한국의 실업자 수는 역대 최고치를 매번 경신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4월 기준 청년실업자는 50만 명이다. ‘단군 아래 최대 스펙’이라지만, 대학을 졸업한 후 변변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떠도는 청년들의 고민은 날로 깊어가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취업에 성공했다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경력단절 등 일자리와 관련된 고민은 산적해 있다. 한경비즈니스는 전문가 6인의 조언을 통해 한국 사회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해법을 찾아봤다.

답변에 응한 전문가(가나다 순) : 김영봉 건국대 취업지원센터장,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 김홍유 한국취업진로학회 회장, 변지성 잡코리아 홍보팀장, 위정현 중앙대 교수, 이시한 이시한닷컴 대표 겸 성신여대 겸임교수

◆새 정부 일자리 정책, 기대와 우려 동시에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으로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의 실효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 6인은 새 정부의 정책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내놨다.

전문가들은 우선 새 정부의 적극적인 일자리 관련 정책 추진에 대해 전반적으로 높은 점수를 줬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당장 실현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특히 인천공항공사와 같이 독점 사업을 영위하는 공기업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비교적 쉽게 가능하다”고 밝혔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일자리 창출에서 정부 정책은 마중물 기능을 할 수 있다. 새 정부가 정부와 민간 양자 노력에 의한 일자리 창출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고 밝혔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영훈 실장은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은 일부 기업만이 가능하며 장기적으로 공공 부문에 대한 선호를 심화한다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시한
이시한닷컴 대표 겸 성신여대 겸임교수는 “비정규직 규모를 줄인다는 것은 세계적 추세와 상반되는 흐름이다. 세계 추세는 고용 유연화를 통한 기업의 수익성 향상 및 인공지능(AI)의 등장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결국 정책의 시대 역행은 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비정규직 전환이 공공 부문에 집중되면 세금 부담이 늘고 인재가 공기업에만 몰리는 역효과를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홍유 한국취업진로학회 회장은 “대통령 일자리 직속 컨트롤타워, 노동시간단축종합추진단 구성, 청년 기본 일자리 보장 등은 매우 좋은 방향이라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공공 부문 81만 개 일자리 창출 등은 생산 주체로 기업과 공공 기관의 역할에 혼란이 올 수 있고 비정규직 규모 감축은 노사 갈등을 유발할 수 있어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중소기업 키우기, 일자리 창출과 직결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전문가도 있었다. 김영봉 건국대 취업지원센터장은 청년층 장기 구직자의 구직 포기를 예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국내 기업은 구직 기간이 긴 구직자를 기피하고 있는데 이러한 구직 단념자들은 개인을 넘어 사회에 여러 문제를 유발하고 경제적 어려움까지 겪고 있어 이들을 위한 정책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자리 창출 관련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세간의 시선은 ‘기업’을 향하게 된다. 특히 대기업의 일자리와 관련된 사회적 책임이 더 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위정현 교수는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재무적 여력이 있으므로 비정규직 축소와 신규 일자리 창출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중소기업과의 동반 성장을 통해 중소기업의 활발한 일자리 창출을 도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기업의 역할에 의구심을 표하는 의견도 있다. 김영훈 실장은 “기업의 존재 이유와 주요 관심 사항은 성장과 수익 창출이다. 따라서 기업에 일자리 창출에 대해 많은 기대를 거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역할에 대한 기대도 다를 수밖에 없다. 변지성 잡코리아 홍보팀장은 “중소기업은 일자리 유지에, 대기업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공통적 의견은 중소기업의 일자리 창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국내 대기업은 매우 적고 중소기업은 많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중소·중견기업을 육성해야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구직자들에게 중소기업을 ‘가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 김영봉 센터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를 줄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중소기업의 대졸 초임 임금을 대기업의 40% 수준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우선 줄여야 한다. 또 구직자가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이유에는 교육 기회 부족, 열악한 노동환경, 과도한 노동시간 등이 있으므로 이러한 요소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기업에 대한 지원이 곧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는 논리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떤 의견을 내놓았을까. 이시한 대표는 “이미 대기업의 성장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몇 년간에 걸쳐 증명됐고 ‘낙수효과’ 또한 대기업의 성장이 오너가 주머니 채우기나 퇴직 임원의 관계사에 하청 주기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비판했다.

김영봉 센터장은 정부의 대기업에 대한 지원보다 규제 완화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공동 대처, 경기 활성화를 위한 정책 집중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홍유 회장은 일자리 창출에 대한 이익을 기업에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는 노동자에게 가는 이득에만 주목했기 때문에 기업이 일자리 창출에 관심을 덜 가졌다는 분석이다. 김 회장은 “기업주에게 세제 혜택을, 일자리를 나눠준 기존 노동자에겐 노동의 질 향상 혜택을 주는 상호간 ‘윈-윈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직’, ‘체험’, ‘해외 취업’ 등 활성화돼야

일자리 창출의 책임을 기업에만 맡길 수는 없다. 산업 환경의 전환, 전도유망한 직종 개발 등 다양한 시도가 동반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각자 개성이 엿보이는 일자리 창출의 해결책을 내놓았다.

위정현 교수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일자리 숫자에 주목하기보다 산업구조의 전환을 통해 고용 구조의 변화를 촉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이었다.

위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의 충격은 고용구조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선제적 교육과 훈련을 통해 노동력 고도화를 준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시한 대표는 ‘이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현재 대한민국의 이직이나 전직은 상당히 음성적이고 눈에 띄지 않게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직과 전직은 능력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로 장기적으로는 중소기업 기피 현상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평생직장’ 개념이 현재의 대기업과 공무원 선호 현상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활발한 이직을 통해 얼마든지 직장을 바꾸는 것이 권장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봉 센터장은 ‘대학생들의 일자리 체험 기회 마련’을 주장했다. 김 센터장은 “견학·현장실습·전공실습·인턴십 등을 통해 학생들이 적합한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위해 기혼 여성들이 선호하는 노동시간을 활용한 ‘시간 선택제 일자리’를 전 산업군으로 확대하고 여성의 임신 및 출산휴가 기간에 투입되는 대체 인력을 인턴제로 전환해 청년층이 경력 개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훈 실장은 ‘의료’와 ‘서비스’에 주목했다. 김 실장은 “높은 의료 수준을 바탕으로 해외 환자를 유치하고 생명공학 등 경쟁력 있는 의료 산업을 부흥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또 서비스 분야는 기계가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자리를 계속 늘릴 수 있는 분야”라고 밝혔다.

변지성 팀장은 취업 포털의 역할을 강조했다. 변 팀장은 “취업 포털은 효율적인 인력 중개 시
스템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향후 잡코리아는 채용 중개 프로세스에서 시간과 비용을 더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유 회장은 해외로 시선을 돌려볼 것을 권했다. 김 회장은 “과거 한국의 경제성장 엔진이 중동의 건설이었다면 향후에는 사물인터넷(IoT)과 AI다. 여기에 따른 인력 대비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해외에선 어떻게 일자리 늘리나

전문가들은 중국·독일·싱가포르 등 다양한 국가들의 일자리 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의 정책 중 한국의 실정에 맞는 것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자리 전문가들이 제시한 해외 각국의 아이디어를 모아 봤다.
정책은 ‘마중물’…가고 싶은 中企 키워야
정규직 전환에 앞장선 곳은
서울시, 8687명 정규직 전환해 ‘모범 사례’로 꼽혀
정책은 ‘마중물’…가고 싶은 中企 키워야
최근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적극적으로 시행할 것을 공표하며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중 서울특별시는 시 차원에서 공공 부문의 정규직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새 정부 출범 이전부터 다양한 비정규직 전환 대책을 시행해 주목받았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 또한 서울시를 일자리 창출의 좋은 예로 꼽기도 했다.

서울시는 정규직 중심의 좋은 일자리 제공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이고 서울시가 모범 사용자로서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2012년부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2012년 3월 ‘서울시 공공 부문 비정규직 고용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시의 공공 부문 비정규직 대책은 3단계에 걸쳐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1단계로 직접 고용한 기간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2단계로 서울시가 간접 고용한 기간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추가 전환한다.

또 향후 3단계로 서울시는 민간에 위탁하는 고용 형태를 포함해 전반적인 고용의 질을 개선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러한 계획에 따라 2016년 기준으로 서울시 본청·사업소 소속 비정규직 1949명, 서울시 투자 출연 기관 소속 비정규직 6738명 등 총 8687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단순한 숫자 전환 외에도 정규직 전환 제외 인력들에 대해서도 향상된 처우를 제공하고 있다. 전환 제외 및 기간제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복지 포인트와 명절 휴가비를 지급한다.

또 무기계약직을 지칭하는 용어를 ‘상근인력’에서 ‘공무직’으로 변경해 시 소속원으로서의 자긍심을 고취했다.

서울시는 2016년 8월 발표한 ‘서울특별시 노동혁신 종합계획’을 통해 2016년 5월 기준 전체의 5.3%의 비정규직 비율을 2018년까지 3% 이하로 줄이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정규직 전환 대상에 대해 본청·사업소 55명, 투자 출연 기관 79명을 추가 발굴해 134명에 대한 정규직화를 실시했다.

또 지하철 양공사 핵심 안전 7개 분야 682명 및 120콜센터 상담 인력 434명에 대한 정규직화 추진 등 간접 고용 분야 정규직화를 추가로 실시했다.

mjlee@hankyung.com

[일자리 해법, 기업이 답이다 커버스토리 기사 인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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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책은 ‘마중물’…가고 싶은 中企 키워야
- 스펙은 가라, 직무 능력이 핵심이다
- 여성의 경쟁력이 미래 성장 동력이다
- 고만고만한 일자리는 그만, 일자리의 질 높여라
- 장년층의 풍부한 경험을 경영에 접목하라
- 장애인, 기업 성장의 또 다른 힘
- ‘4차 산업혁명’, 스타트업이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