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FOCUS = 막오른 무인 편의점 시대]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정맥 인증 ‘핸드페이’ 등 첨단 기술 편의점에 접목
“현금도, 카드도, 스마트폰도 필요 없다” 막오른 무인 편의점 시대
(사진) 손바닥 정맥 인증으로 입장부터 결제까지 가능한 핸드페이 시스템./ 코리아세븐 제공

[한경비즈니스=김영은 인턴기자 ] # 한 여성이 편의점 앞 게이트에 손바닥을 갖다 대자 문이 열린다. 여성이 자동문 냉장고에서 음료를 꺼내 점원이 없는 계산대에 올려놓자 컨베이어 벨트가 움직인다. 벨트를 따라 제품이 바코드 스캐너를 통과하고 제품 총액이 모니터에 나타난다. 여성은 결제 단말기 위에 지갑이나 스마트폰이 아닌 손바닥을 올려놓고 결제한다.

현금도, 카드도, 스마트폰도 필요 없다. 손바닥 하나로 입장부터 결제까지 모든 것이 해결되는 스마트 무인 편의점이 국내에 처음 탄생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5월 16일 잠실 롯데월드타워 31층에 오픈한 ‘세븐일레븐 시그니처’가 그 주인공이다. 어떻게 이런 기술이 가능했을지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를 직접 방문해 봤다.

이곳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핸드페이(Hand Pay)’ 시스템에 정보를 등록해야 한다. 고객의 점포 출입이 ‘바이오 인식 게이트’에서 통제되기 때문이다.

핸드페이는 롯데카드의 정맥 인증 결제 서비스로, 사람마다 다른 정맥의 혈관 굵기나 선명도·모양 등의 패턴을 이용해 사람을 판별한다. 손바닥 정맥 정보를 암호화된 난수로 변환해 롯데카드에 등록한 후 결제 시 간단한 손바닥 인증만으로 본인 확인 및 물품 결제가 가능하다.

핸드페이 등록 후 지하철 개찰구에 카드를 찍듯이 손바닥을 게이트에 갖다 대자 문이 열렸다.
점포에 들어서자 다양한 첨단 장비들이 눈에 띄었다. 담배를 구입할 수 있는 ‘스마트 안심 자판기’도 핸드페이 시스템이 도입됐다. 손바닥이 신용카드이자 신분증 역할을 하기 때문에 청소년의 담배 구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현금도, 카드도, 스마트폰도 필요 없다” 막오른 무인 편의점 시대
(사진) 360도 바코드 스캐너가 도입된 무인 계산대./ 서범세 기자

스마트 자판기와 자동문 냉장고, 전자식 바코드 등 다양한 첨단 장비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것은 ‘무인 계산대’였다. 롯데정보통신이 개발한 세븐일레븐 무인 계산대는 360도 자동 스캔이 가능하다.

상품을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놓기만 하면 상품 바코드 위치와 상관없이 360도 전 방향 스캔을 통해 제품을 인식한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360도 바코드 스캐너는 객체 인식 솔루션을 탑재해 스스로 개별 상품의 부피를 인식하고 상품이 겹쳐 있을 때는 오류를 자동으로 인지한다”고 설명했다.

◆ 유통산업의 글로벌 트렌드 ‘무인’

이 편의점의 CCTV도 평범하지 않다. 언뜻 보기엔 일반 CCTV와 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고객 움직임을 인식해 동선, 방문객 수, 점포 내 구역별 체류 시간 등을 파악하고 데이터화가 가능한 ‘스마트 CCTV’다. 세븐일레븐은 이 CCTV를 통해 확보한 고객 데이터를 점포 운영과 마케팅에 반영할 계획이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무인 유통의 움직임은 이미 전 세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세계 유통시장의 혁신은 미국 최대 유통 기업 아마존이 이끌었다. 아마존은 작년 12월 최초의 인공지능형 온·오프라인 통합 스토어 ‘아마존 고(AMAZON GO)’를 공개했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와 차이점은 계산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아마존 고는 스마트폰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 받고 입장한 뒤 물건을 들고 나가기만 하면 된다.

일본은 2025년까지 5대 편의점 체인(세븐일레븐 재팬·패밀리마트·미니스톱·로손·뉴데이스)에 무인 계산 시스템을 전면 도입하기로 했다. 고령화에 따른 인력난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조치다.

이런 흐름에 맞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유통 혁신을 꾸준히 주문해 왔다.

세븐일레븐은 이 주문에 맞춰 롯데카드·롯데정보통신 등 그룹 계열사와 핵심 역량을 합쳐 ‘핸드페이’를 세계 최초로 도입한 인공지능 편의점을 선보인 것이다.

7월 말까지는 롯데월드타워의 롯데 계열사 직원 2000여 명만 시그니처 편의점을 이용할 수 있다. 직원들에게 시그니처 편의점을 테스트한 후 기술을 보완해 일반 소비자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유통 패러다임을 제시한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 미래형 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의 혁신 기술 Q&A

Q. 홍채나 지문 등 다양한 생체 인식 방식 중 정맥 인증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디지털 디바이스를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편의성’이다. 고객들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결제할 때 홍채를 이용하려면 화면을 가까이 들여다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지문은 위생상의 문제가 있고 보안성도 낮다. 위생 문제를 해결하고 고객 편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손바닥 정맥을 택한 것이다.”(명재선 롯데카드 상무)

Q. 소비자의 생체 정보 이용에 보안상 문제는 없나.

“롯데카드가 고객의 생체 정보를 다룰 때는 이를 암호화해 저장한다. 생체 정보를 난수로 바꿔 금융결제원과 롯데카드에서 각각 다른 값으로 저장된다. 금융결제원이 해킹을 당하거나 롯데카드가 해킹을 당해도 쪼개진 난수이기 때문에 아무런 의미가 없는 정보다. 누군가 정보를 일부 획득했다고 하더라도 생체 정보를 그대로 복원할 수 없다.”(명재선 롯데카드 상무)

Q. 무인 점포여서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가 있다.

“무인 편의점이지만 점포에 직원이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니다. 점포 뒤 백룸에 근무자가 상주한다. 시그니처 점포에도 3명의 직원이 정식 발령됐다. 편의점에서 판매와 계산은 단순 업무지만 업무 비율은 가장 높다. 직원들에게 더 중요하고 힘든 업무는 발주와 입고 업무다.

무인 계산대는 직원의 단순 업무를 덜어주기 때문에 오히려 노동의 질이 향상될 것으로 예상한다. 또 무인 편의점이 완벽하게 구현되려면 20년은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당분간 관련 일자리는 줄지 않을 것이다.”(김영혁 세븐일레븐 상무)

Q. 기업이 아닌 고객의 관점에서 어떤 편의를 얻을 수 있나.

“쇼핑의 편리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지갑을 놓고 오거나 스마트폰을 놓고 와도 언제든지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다. 또한 점포를 자주 이용하는 고객에게는 특별한 마케팅이나 판촉을 타깃화해 별도로 제공할 수 있다.”(김영혁 세븐일레븐 상무)

Q. 핸드페이 시스템을 계열사에 확대할 계획이 있나.

“국내 유통점에서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다. IC카드 거래가 의무화되면서 내년 8월까지 모든 오프라인 매장이 인증 단말기를 교체해야 한다. 이때 단말기에 정맥 결제 시스템을 넣어 확장 가능성을 넓힐 전망이다. 해외 진출도 기회가 있다면 시도할 것이다.”(명재선 롯데카드 상무)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