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매출 부풀리기 잡음]
임플란트업 이어 교육업계서도 갈등 고조…제각각 집계 방식이 문제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최근 업계 곳곳에서 매출 부풀리기 의혹으로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의혹들은 주로 여러 업체가 시장 선두 자리를 놓고 치열한 밥그릇 싸움을 벌이는 분야에서 나타난다.

회사별로 매출 집계 방식이 제각각이어서 논란을 야기한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업계에서는 업체 간 매출 부풀리기 경쟁이 펼쳐질 조짐도 나타나 우려도 제기된다.

◆임플란트업계 논란은 진행 중

매출과 관련한 논란이 가장 거세게 이는 곳은 임플란트업계다. 시장을 주도하는 3개 업체가 이를 놓고 다툼을 벌이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약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매출액 기준으로 업계 2위인 덴티움이 상장을 추진하면서 시작됐다. 이미 증시에 상장된 업계 1위 오스템임플란트가 덴티움의 분식회계 의혹을 시장에 던진 것이다.
기업 간 싸움에 ‘뻥튀기 매출’ 경쟁 주의보
당시 오스템임플란트는 덴티움이 계약금을 매출로 분류해 이른바 ‘매출 뻥튀기’를 진행한 정황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대략적인 상황은 이렇다. 임플란트 업체들은 대개 치과들과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까지 장기 납품 계약을 한다. 이때 치과에서는 업체에 선수금 명목으로 계약금을 건네고 업체들은 치과에서 요청하면 제품을 공급해 주는 구조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업체들이 선수금 처리를 어떻게 하느냐는 부분이었다. 예컨대 오스템임플란트는 실제 주문이 들어오고 물품이 공급된 만큼만 매출로 처리해 실적에 반영했다. 하지만 덴티움은 선수금으로 받은 계약금도 매출로 잡았다.

예를 들어 병원이 당초 계약했던 금액만큼 다 주문하지 못하고 다음 연도로 넘어가더라도 덴티움은 전년 매출로 이를 잡아 문제가 된 것이다.

제품 출고나 사용과 상관없이 계약금 전액 또는 계약금 중 상당액을 매출로 인식해 덴티움의 실적이 부풀려졌다는 게 오스템임플란트 측의 주장이다.

이후에도 오스템임플란트는 업계 3위인 디오 역시 덴티움과 비슷한 방식으로 매출을 부풀렸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더욱 확산됐다.

현재까지 내려진 결론은 오스템임플란트 측에 다소 불리해 보인다. 금융 당국의 잇단 감리 결과 덴티움은 회계 처리 위반에 고의성이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고 결국 올해 3월 상장에 성공했다.

디오는 현재 금융 당국으로부터 감리를 받고 있는데, 덴티움과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오스템임플란트 측이 여전히 반발하고 있어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오스템임플란트는 두 회사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면 1000억원 가까이 더 매출액이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며 결과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매출 그러모으기 경쟁 조짐도

비슷한 논란은 최근 사교육업계로도 번졌다. 논란의 중심은 최근 잇따라 인수·합병(M&A)에 성공하며 교육업계의 거대 공룡으로 자리매김한 에스티유니타스다.

경쟁 업체들은 에스티유니타스가 미국 1위 사교육 기업 프린스턴 리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매출 부풀리기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상황이다.
기업 간 싸움에 ‘뻥튀기 매출’ 경쟁 주의보
(사진) 사교육업계는 쪼그라드는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일부 업체의 매출 부풀리기 의혹이 불거지는 모습이다./한국경제신문.

에스티유니타스는 올해 2월 미국의 프린스턴 리뷰를 인수한다고 발표하면서 창업 6년 만에 연매출 4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대대적으로 알린 바 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4월 공시한 실제 연결기준 매출액은 3157억원으로 집계되며 앞서 밝힌 것과 약 1000억원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사교육업계는 시장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저출산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교육업계의 매출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학령인구가 매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20조원에 달했던 입시 사교육 시장 규모도 지난해 18조원대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각각의 업체들은 계속해 외연을 확대하며 신규 투자자들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는 상태다.

따라서 에스티유니타스가 무리하게 투자자들을 발굴하기 위해 일부러 매출을 과장해 알리지 않았느냐는 게 경쟁 업체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에스티유니타스 측은 이를 부인하고 나섰다. 한 관계자는 “보유한 자회사들 중에 연결기준 매출에 실적을 포함하지 않는 곳들이 여러 곳 있다”며 “이 회사들을 포함하면 매출이 현금 기준으로 4000억원이 맞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쟁 업체의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특히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육업계에서는 무리한 매출 올리기 경쟁까지 벌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에스티유니타스가 공시에 포함하지 않은 자회자들의 실적까지 매출로 잡아 홍보하는 것을 보고 내부에서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다”며 “에스티유니타스 방식으로 집계한다면 매출을 두 배 올리는 것도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기업 간 싸움에 ‘뻥튀기 매출’ 경쟁 주의보
다만 이 같은 업체들의 무분별한 매출 부풀리기 경쟁은 자칫 전체 기업의 신뢰도를 깎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각 기업별로 일관적이지 못한 회계 처리 기준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