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수영 고려대 경영대학장 겸 경영전문대학원장 인터뷰
국내 MBA, 활력 되찾기 위해선 사회적 인식 변화 필요해 (약력) 1958년생. 1979년 고려대 정경대학 2년 수료. 1984년 세인트존피셔대 경영학과 졸업.
1986년 텍사스대 오스틴 회계학 석사. 1991년 워싱턴대 대학원 회계학 박사. 1993년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2005년 고려대 경영전문대학원 부원장. 2008년 고려대 총무처장. 2015년 한국회계학회 회장. 2016년 11월 고려대 경영대학장·경영대학원장(현). /사진=고려대 제공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한 분야에서 정상의 자리에 오르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이를 유지하는 것이다. 고려대 경영전문대학원(MBA)은 무려 5년 동안이나 MBA 평가 1위 자리를 빼앗기지 않고 있다.
‘국내 1위’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권수영 고려대 경영대학장 겸 경영전문대학원장은 그 배경으로 국내에서 가장 뛰어난 교수진을 보유했다는 점을 꼽았다. 이를 바탕으로 한 변화에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 역시 그가 전한 1위 비결이다.
그는 또 국내 MBA가 활력을 되찾기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MBA 교육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 주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고려대 MBA와 다른 학교 MBA의 가장 뚜렷한 차별점은 무엇입니까.
“고려대 MBA의 가장 뚜렷한 차별점은 국내 최대 규모의 우수한 교수진입니다. 전임 교원 수가 86명으로 서울대 56명, 연세대 68명, 카이스트 53명보다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풍부한 실무 경험을 가진 초빙교수와 겸임교수가 실무적인 강의를 담당함으로써 산업 현장에서 새로 요구되는 내용이 전공 선택과목으로 다양하게 개설돼 있습니다.
이와 함께 고려대 MBA는 세계적 경영 교육 인증인 국제경영대학발전협의회(AACSB)와 유럽경영대학협의회(EQUIS)의 인증을 받았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우수한 수준의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해 MBA 차원에서 21개국 54개의 경영대(business school)와 교환 협정이 체결된 상태이기 때문에 글로벌 감각을 키울 수 있는 기회 또한 많습니다.”
▶특히 고려대 MBA는 조직 융화력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MBA 과정 재학생들 상당수가 국내 기업, 글로벌 기업, 정부기관, 벤처회사, 연구기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직한 경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MBA 과정을 수강하면서 전문가 네트워크를 자연스럽고 긴밀하게 형성해 나갈 수 있습니다.
특히 산업 간의 장벽이 급격히 허물어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다양한 산업 전반에서 통찰력을 얻고 집단지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점에서 고려대 MBA는 직군별·산업별 네트워킹을 통해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말씀처럼 4차 산업혁명이 산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MBA에도 새로운 실전 커리큘럼이 요구되는 시점으로 보입니다. 고려대 MBA는 여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고려대 MBA에서는 이번 가을 학기부터 강의실에서 토론이 주가 되고 문제 해결을 강조하는 ‘거꾸로 학습(flipped learning)’ 방식에 따른 과목을 실험적으로 도입합니다. 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해 학생과 교수 간의 쌍방향 소통을 유도하는 혼합형 학습의 한 형태입니다. 이를 통해 교수는 단순한 지식의 전달자가 아니라 학생들의 연구와 창조를 돕는 ‘진정한 조력자’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이번 가을 학기 동안 진행해 본 ‘거꾸로 학습’ 방식에 대해 종합적인 평가를 한 이후 점차적으로 다양한 과목에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 고려대 MBA는 2016년에 자체 스타트업연구원을 설립하며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한 교과과정으로 개편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MBA 학생들 역시도 창의성과 도전 정신을 갖고 창업에 도전해 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2016년 고려대 MBA에 입학했던 재학생 중 실제로 창업하고 현재 직장과 병행하고 있는 케이스도 있습니다.
올해 경제 및 경영과 관련한 다양한 세미나 등의 행사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 사회가 맞이할 미래 이슈를 함께 고민하며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 나가는 MBA가 되고자 합니다.”
▶국내 MBA의 인기가 많이 시들해진 모습입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성장과 불확실성의 시대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대폭 줄인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봅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MBA 과정을 수학한 뒤 재취업할 때 입사 연도 중시의 조직 문화 등으로 인해 MBA 교육에 대한 가치를 충분히 인정해 주지 않는 경향도 그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전문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MBA 학위에 대한 가치와 경력을 인정해 주는 인사 채용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MBA가 활력을 되찾기 위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시대에 부응하는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죠. 최근에는 새로운 첨단 기술들이 변화를 주도하며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비즈니스 모델도 새롭게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탄력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MBA도 변화해야 합니다.
특히 이미 현업에서 많은 경험을 갖고 있는 MBA 학생들에게는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보다 실질적인 교육이 필요합니다. 강의실에서 교수가 지식을 전달하는 전통적인 교육으로는 이러한 대응이 어렵습니다. 따라서 시대에 걸맞은 혁신적인 교육과 교수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MBA 진학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개개인이 아무리 똑똑해도 모든 것을 읽어 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전문성을 갖춘 여러 지성들의 융합과 소통이야말로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중요한 해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MBA는 전문성을 갖춘 다양한 지성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강의실에서는 교수에게 배우고 강의실 밖에서는 재학생들 간에 서로 배우며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어 갈 수 있습니다. 꼭 MBA가 아니더라도 자기 자신에 대한 ‘인적 투자’를 통해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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