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저원가·고수익’ 국내 3대 항공으로 비상…2020년 매출 1조5000억 시대 연다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모두가 경영난을 말하는 저성장 시대에도 ‘흑자 경영’으로 타의 모범이 되는 기업들은 존재한다. 이들 기업은 우수한 실적을 입증하며 한국 경제의 성장과 고용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일조하고 있다. ‘잘되는’ 기업은 뭐가 다를까. 흑자 경영의 성공 사례, 첫 주인공으로 저비용 항공사(LCC)의 신화 ‘제주항공’을 선택했다.
‘LCC 신화’ 제주항공, 6년 연속 흑자의 비결
“6년 연속 흑자,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1분기 제주항공의 영업이익은 272억원으로 전년 1분기(156억원)보다 74.4% 증가했다. 2014년 3분기 이후 11분기 연속 흑자이자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었던 2015년 기록(216억원)을 갈아치운 것이다.

이번 1분기 실적은 유가·환율·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등 항공업에 부정적인 각종 외부 변수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증권가에선 2016년 이후 유류비 상승과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관광객 급감으로 LCC 업체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시장에서도 제주항공의 1분기 영업이익 수준을 200억원 안팎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사드와 같은 외부 변수에 대응해 노선을 유연하게 운용하고 국제선 위주의 공급 확대 전략을 펼쳤다. 결과적으로 항공기 가동률을 높이고 여객 수요를 늘렸다. 회사 관계자는 “유가와 환율 상승, 사드 정국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 어떠한 외부 변수에도 불구하고 수익을 낼 줄 아는 항공사가 됐다”고 자평했다.
‘LCC 신화’ 제주항공, 6년 연속 흑자의 비결
‘LCC 신화’ 제주항공, 6년 연속 흑자의 비결
◆유가·사드 변수에도 11분기 연속 흑자

11분기 연속 흑자란 지표가 보여주듯이 제주항공의 실적은 매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587억원으로 전년(514억원) 대비 14.2% 증가했다. 연 단위로 따지면 취항 초기 적자에서 벗어난 2011년 이후 6년 연속(2016년까지) 흑자다.

연간 매출액은 2010년 1575억원, 2011년 2577억원, 2012년 3412억원, 2013년 4323억원, 2014년 5106억원, 2015년 6081억원, 2016년 7476억원을 기록함으로써 7년 연속 ‘천억 단위’ 앞자리를 바꾸는 기록 행진을 이어 갔다.

2005년 설립 이후 2006년 취항 첫해 118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던 제주항공이 10년 만인 2016년 7476억원을 올리며 60배 이상의 성장을 거둔 셈이다.

이런 폭발적인 성장이 처음부터 예견된 것은 아니었다. 2004년 창립 51주년을 맞은 애경그룹이 제주항공을 출범시키며 항공업에 발을 들였을 때만 해도 업계에선 비관적인 전망이 주를 이뤘다.

당시 항공 사업을 이끈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은 “처음 제주항공을 시작했을 때 ‘대체 왜 했느냐’는 말을 귀가 닳도록 들었다”고 말했다. 텃세가 심한 항공업계 특성은 물론 생활용품 업체인 애경이 항공업에 도전하는 것이 무리수라는 부정적인 시각 때문이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려는 불식됐다. 제주항공은 흑자 경영 실적을 바탕으로 2015년 LCC업계(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에어서울 등 6개사) 최초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고 LCC업계 1위를 넘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에 이은 국내 3대 항공(매출 및 국내선·국제선 항공교통 이용자 운송 실적 기준)으로 성장했다. 애경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제주항공을 꼽는 데 이견이 없을 정도다.

◆전략① 원가절감
단일기종 도입·부대수입 확대

제주항공이 대형 항공사와의 경쟁과 LCC 업체와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핵심 경영 키워드는 단 두 개, ‘저원가’와 ‘고수익’이다.

먼저 회사는 단일 기종 도입으로 원가를 절감했다. 제주항공이 운용 중인 항공기는 186~189석 규모의 미국 보잉사 ‘B737-800NG’ 기종이다. 현재 운용 중인 29대의 모든 항공기가 동일 기종이다. 회사는 올해 안에 동일 기종의 항공기를 추가 도입해 총 32대를 운용할 계획이다. 이러면 동일 기종의 항공기만 30대 이상 운용하게 되는 국내 최초의 항공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기종을 활용하면 정비에 필요한 제반 설비나 운항 승무원, 정비사 등 다양한 자원들이 각 기종에 맞게 구비돼야 한다. 반면 단일 기종만 운용하면 그 기종에 최적화된 설비와 인력을 구성해 비용 절감은 물론이고 전문성 확보에도 용이하다.

실제로 단일 기종 전략의 비용 절감효과는 세계 유수의 LCC에 의해 입증됐다. 예컨대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보유 중인 700대 이상의 항공기 모두가 ‘보잉 737’ 기종이다. 이를 통해 인건비·정비비 등 항공사 운영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비용을 크게 절감하고 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에는 못 미치지만 제주항공 또한 운용 항공기 대수가 30대에 육박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임대(리스)비용 및 중정(검수)비용 계약을 묶음 단위로 진행해 기존보다 큰 폭의 절감된 조건으로 원가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주항공은 또 LCC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매출 구조를 다변화했다. 항공사의 매출은 일반적으로 여객 매출과 부가 매출로 구성된다. 제주항공은 비수기와 성수기에 좌우되는 여객 매출에 의존하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없다고 보고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개발했다.

특히 해외 LCC의 사업 모델을 적극 도입하며 좌석 선택과 옆 좌석 추가 구매 서비스 등을 국내 최초로 들여온 것이 주효했다.

지난해 부가 매출 구성 중 좌석 선택과 옆 좌석 추가 구매 서비스 등이 포함된 부대 수익은 82억원으로 2014년 21억원에 비해 4배가량 증가했다. 기존 부가 매출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추가 수하물(81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이 밖에 에어카페(28억원), 기내 판매(20억원) 부문도 전년보다 매출 비율을 높였다.

이 회사 매출 비율을 보면 부가 매출은 사업 초기인 2009년 0.06%에서 2014년 4.9%, 2016년 7.8%까지 성장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좌석 판매나 수하물 판매 등은 항공사 원가에 없는 아이템이기 때문에 회사 전체적인 이익 기여에 큰 비율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앞으로 부가 매출 비율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말레이시아 국적의 에어아시아는 화물과 기내 판매 등을 통한 부가 매출이 전체의 약 30%를 차지한다. 아일랜드 국적의 라이언에어는 24% 수준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제주항공은 아직 7~8% 수준에 불과하고 지속적으로 비율이 커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LCC 신화’ 제주항공, 6년 연속 흑자의 비결
◆전략② 고수익
정시성 제고·품질 개선 여객 매출 ↑

회사 매출의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여객 매출을 늘리기 위한 작업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먼저 국내선 중심에서 국제선 중심의 노선 전략으로 여객 매출을 늘렸다.

이 회사 국제선 매출 비율은 올 1분기 80.4%로 국내선 매출 비율(19.6%)을 압도한다. 작년 1분기 국제선 매출 비율이 74.1%였던 것과 비교하면 꾸준히 오름세다.

현재 일본·중국·홍콩·태국·필리핀·베트남·괌·사이판·말레이시아 등지에 35개의 국제선 정기 노선을 운항하고 있고 올해 안에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요 도시에 신규 취항과 증편을 통해 정기 노선을 50개 안팎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 밖에 지연과 결항 등을 낮춰 정시성을 높이고 전략 상품과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는 전략으로 LCC 업체와 레드오션에서의 승리는 물론 대형 항공사의 고객 빼앗기에도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제주항공의 국내·국제선 지연율을 보면 타 LCC 항공사가 들쑥날쑥한 성적표를 보이는 것과 달리 상위에서 고른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2016년 항공교통 서비스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국내선 지연율은 19.20%로, 6개 LCC 중 둘째로 낮다. 첫째는 티웨이항공(18.54%)이며 꼴찌는 진에어(26.95%)다. 제주항공의 국제선 지연율은 5.74%로 3위다. 에어부산(2.49%)이 1위, 티웨이항공(6.59%)이 6위다.

결항 횟수는 8개 국적 항공사(대형 항공사 및 LCC) 평균인 1.57%보다 낮은 1.36%다. 이는 2만5781편의 운항 계획 중 351편이 결항됐다는 의미다. 경쟁사 진에어는 1.69%로 소폭 높다. 안정성 측면에서도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기록했다.

8개 국적 항공사의 최근 3년(2014~2016)간 항공기 사고(1건) 및 준사고(12건) 현황은 총 13건이다. 이 중 제주항공은 2015년 12월 제주공항에서 B737이 비행 중 여압장치 이상으로 비상 선언 후 착륙한 1건이 등록됐다.

이 결과 제주항공 누적 탑승객은 2006년 6월 5일 첫 취항 이후 올 2월 기준으로 4000만 명을 돌파했다.

특히 국내선은 대형 항공사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2위인 아시아나항공을 544만4059명이 이용한 반면 제주항공은 453만3247명이 이용해 3위를 기록했다.

국제선도 최근 비율을 확대하며 대형 항공사를 위협하고 있다. 국적 항공사의 국제선 운송 실적 중 LCC 6곳의 점유율은 2014년 약 18.34%에서 2016년 약 30.3%로 2배 정도 늘었다. 1위는 단연 제주항공이다.
‘LCC 신화’ 제주항공, 6년 연속 흑자의 비결
‘LCC 신화’ 제주항공, 6년 연속 흑자의 비결
주: '에어서울'은 지난해 7월 11일 출범.

◆LCC 동맹으로 연 1000만 탑승객 목표

제주항공은 올해에도 외형 성장의 속도를 늦추지 않고 후발 항공사와의 격차를 더욱 벌려 나갈 계획이다. 목표는 연간 탑승객 ‘1000만 명’으로 2020년까지 연평균 매출 20%씩 성장해 1조5000억원 시대를 열겠다고 다짐했다.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증권가에선 제주항공이 LCC 동맹 체제인 ‘밸류얼라이언스’로 성장성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밸류얼라이언스는 지난해 설립된 세계 LCC 항공 동맹으로, 제주항공 외 세부퍼시픽·녹에어(Nok Air)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LCC를 회원사로 두고 있다. 회원사와의 전략적 제휴 관계로 공동의 서비스를 제공해 이익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경쟁이 아닌 협력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현지 항공사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동남아 수요 발굴이 용이해지고 LCC 간 제휴가 활발해질수록 글로벌 경쟁 심화에 대한 우려도 불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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