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다방·맘마먹자·와이퍼, 오프라인 사업 통해 스킨십 늘린다
현장으로 나온 O2O, 이제는 ‘O4O’다
(사진) 부동산 O2O 다방은 지난 5월 8일 업계 최초로 오프라인에서 부동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방 케어센터’를 서울시 관악구에 오픈했다. /다방 제공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던 ‘O2O(Online to Offline)’가 중개에서 벗어나 사업의 주체로 떠올랐다. 소비자와의 만남 횟수를 늘리고 더 나아가 4차 산업혁명까지 이루겠다는 의도다.

◆관악구에 둥지 튼 부동산 O2O

“그동안 ‘다방’이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의 성격이 강했다면 앞으로는 오프라인으로 걸어 나와 서비스를 강화할 생각입니다.”

부동산 O2O 플랫폼 ‘다방’이 오프라인으로의 ‘역진출’을 선언했다. ‘다방’은 5월 23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서울시 관악구에 자리한 부동산 맞춤 상담 센터를 소개했다.

5월 8일 문을 연 부동산 맞춤 상담 센터의 이름은 ‘다방 케어센터’다. 이곳은 방을 찾는 과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해 사용자의 편의를 돕고 있다. 다방 케어센터는 부동산 초보자들을 위한 맞춤 매물 상담, 집을 구하러 다닐 때 ‘방봄 대원’의 동행 서비스, 이사 상담, 법률 자문, 공구 대여 등 오프라인에서 이뤄질 수 있는 다양한 부동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응도 긍정적이다. 다방에 따르면 5월 첫째 주 문을 연 이후 278명의 손님이 다방 케어센터를 찾았다. 고객의 연령대는 20대가 54%, 30대가 42%로 2030세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다방’을 사용했던 젊은 층이 그대로 흡수된 것으로 분석된다.

주목할 점은 다방이 부동산 O2O 플랫폼 중 최초로 ‘O4O’에 진출했다는 점이다. 다방 측은 이를 오프라인 사용자 접점을 확대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의 한유순 대표는 “부동산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층이 최초로 부동산 거래를 경험하는 과정에 다방이 함께함으로써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O4O로의 진출을 꾀하는 국내 O2O는 ‘다방’뿐만이 아니다. 마트 O2O ‘맘마먹자’는 배달이 가능한 전국의 모든 중소형 마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이 지역 마트를 검색해 마트에 직접 전화를 하거나 맘마먹자 고객센터를 통해 상품 주문과 배달 등이 가능하다.

‘맘마먹자’는 이러한 O2O 플랫폼을 통해 대형 마트가 중심이 된 슈퍼마켓 유통시장에서 자체적인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했다.

맘마먹자는 5월 19일 가맹 첫 1호점으로 경기도 일산동구 식사동에 ‘맘마식자재마트 일산식사점’의 문을 열었다. ‘맘마먹자’는 오프라인 매장 진출을 통해 고객의 접점을 확대하고 중소형 마트의 서비스산업 고도화를 시작한다. 맘마먹자는 이번 오프라인 매장 진출을 통해 O4O 비즈니스 확대를 추진한다.
현장으로 나온 O2O, 이제는 ‘O4O’다
(사진) 마트 O2O 맘마먹자는 ‘맘마식자재마트’의 오픈을 통해 O4O 서비스의 시동을 걸었다. /(주)더맘마 제공

◆O4O 통해 새로운 수익 모델 만들어야

농가와 소비자를 온라인에서 연결해줌으로써 매일 아침 신선한 유기농 농산물을 배송해 주는 유기농 식자재 배달 O2O 헬로네이처는 신선식품 편집숍을 오프라인에서 운영하기도 했다.

이 밖에 모텔·펜션 등을 예약하는 숙박 O2O ‘여기어때’, 주변 병원과 약국 정보를 제공하는 의약 플랫폼 O2O ‘굿닥’, 차량 손세차를 대신해 주는 O2O ‘와이퍼’ 등이 오프라인 등에서 사용자들을 만나고 있다.

O2O 업체들의 방향 전환은 온라인을 통해 구축한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오프라인에서의 사업 영역을 넓혀 가는 것이다. ‘맨땅에 헤딩’할 필요 없이 이미 온라인으로 홍보 효과와 고정 고객층을 확보해 뒀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다방 측은 “자체 보유한 데이터를 통해 서울 관악구가 1인 가구의 비율이 높고 허위 매물도 많다는 점에서 관악구에 케어센터를 최초로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O2O 사업으로 획득한 지식이 오프라인으로의 전환에 큰 도움을 준 것이다.

한편 O2O 업체들의 사업 방향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온라인으로 고객을 만나는 것에 한계를 느끼고 결국은 오프라인에서의 ‘스킨십’에 나서는 것이다.

수익 구조 구축 또한 O2O의 과제다. 아마존은 오프라인 매장 ‘아마존 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플랫폼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국의 O2O 기업들은 당분간 대고객 서비스를 늘려가는 데 초점을 맞출 듯하다.

다방 또한 케어센터를 통해 얻는 수익이 없고 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O2O 업계 관계자는 “O4O가 자리 잡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수익 구조를 구축하다가는 O2O를 통해 쌓아 온 고객의 신뢰마저 잃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O4O는 4차 산업혁명을 이룰 수 있게 한다. 맘마먹자를 운영하는 더맘마의 하승범 전무는 “O4O는 단순히 O2O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오프라인과 연계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지칭되는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을 곳곳에 적용하며 쇼핑의 편리성을 제공하고 고객과 매장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것이 올바른 O4O의 방향일 것”이라고 말했다.

◆O4O의 원조, ‘아마존 고’
‘유통 공룡’ 긴장시키는 아마존의 새 시도

O2O 기업들의 오프라인 진출로 주목받는 해외의 사례는 지난해 연말 모습을 보인 ‘아마존 고’를 꼽을 수 있다.

‘아마존 고’는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 기업인 아마존이 운영하는 오프라인 마트다. 아마존 고는 2016년 12월 미국 시애틀 아마존 본사에서 시범 영업을 시작했다. 4000여 가지의 제품이 판매되지만 매장 직원은 단 여섯 명에 불과하다.

그 대신 재고를 정리하는 로봇 등을 도입해 일손을 돕게 했다. 로봇을 이용한 ‘무인화’를 통해 인건비를 줄이고 오프라인 수익 모델을 세우는 것이 아마존 고의 궁극적인 목표다. 아마존은 2017년 상반기부터 2020년까지 미국 전역으로 매장을 확대해 약 2000개의 매장 문을 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외신들은 아마존 고를 O4O의 원조라고 부르고 있다. 1995년 문을 연 아마존은 유통 분야에서 어마어마한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어와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의 움직임은 전 세계 유통업계에 긴장을 불러오고 있다. 이미 온라인을 통해 검증된 아마존의 영향력이 오프라인에 상륙한다면 월마트·코스트코 등 기존 유통 매장들 또한 매출에 타격을 입지 않을까 우려해서다.

▶용어 설명
O4O(Online for Offline) : 기업의 온라인 데이터베이스를 오프라인 활동에 결합하는 신개념 비즈니스 플랫폼. 온라인 기업이 보유한 고객의 데이터베이스를 오프라인 사업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