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카카오 브런치]
폐쇄형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 ‘카카오 브런치’ 조용한 인기
‘한 땀 한 땀’ 쓴 글, 온라인에서 ‘책’이 되다
[한경비즈니스=김영은 인턴기자] 누구나 글을 읽을 수는 있지만 아무나 글을 쓸 수 없는 글쓰기 플랫폼이 있다. 바로 2015년 6월부터 카카오가 운영 중인 ‘브런치(brunch)’다. 이 플랫폼은 모바일이 일상화되면서 글보다 사진이, 사진보다 비디오가 더 각광받는 시대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글’에 집중했다.

브런치는 국내에서 독보적인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으로 입지를 다지며 짧고 빠르게 소비되는 모바일 세상에서 텍스트 콘텐츠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 폐쇄형 플랫폼이 콘텐츠 질 높여

브런치는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이라는 비전을 갖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를 모바일 또는 온라인 환경에서 생산하고 유통하고 소비하는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으로 언뜻 보면 다른 블로그와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브런치가 가진 뚜렷하고 독특한 특징이 몇 가지 있다. 먼저 오픈형 플랫폼이 아닌 폐쇄형 플랫폼이란 점이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은 ‘작가 신청’을 통해 포트폴리오와 이력 정보, 집필 계획 등을 제출해 일련의 심사 과정을 통과해야만 한다.

다른 포털 사이트의 블로그는 회원 가입만 하면 누구나 운영할 수 있다. 플랫폼은 사용자에 비례해 성장하기 때문에 당연한 처사다. 하지만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찾기 어렵고 상업적이고 광고성 글이 많은 문제점이 있다. 최대한 많은 양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 콘텐츠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는 것이다.

브런치는 다른 블로그와 다르게 폐쇄형 플랫폼 서비스를 내놓았다. 심사를 통해 전문적이고 정제된 콘텐츠만 발행해 글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상업성이나 홍보성을 띤 글을 업로드하면 작가 자격을 박탈한다. 브런치에서 발행됐다는 이유만으로 ‘믿고 보는’ 정보가 될 수 있는 전략을 짠 것이다.

‘브런치’가 ‘카카오 브런치’라고 쓰지 않고 독립 도메인을 사용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중적인 이미지를 담고 있는 ‘카카오’는 브런치의 가치와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브런치에 등록된 작가는 2만여 명, 브런치 작가가 출간한 도서는 200여 권에 달한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는 사람들은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지만 전업이 작가인 사람들은 아니다. 평범한 주부에서부터 소방관·학생·기자·의사·영화감독 등 각계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서울시를 비롯한 여러 단체나 기업도 브런치에 글을 게재하고 있다. 대기업 퇴사 후 브런치에 ‘퇴사의 추억’을 집필한 ‘티거장’ 장수환 작가도 브런치의 대표 작가다.

◆ 글만 써도 하나의 작품 되는 환경 구축
‘한 땀 한 땀’ 쓴 글, 온라인에서 ‘책’이 되다
브런치는 작가들의 창작 활동이 확대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매년 ‘브런치북 프로젝트’를 통해 작가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고 올해 5월부터 주문형 출판 서비스 ‘부크크’, 온라인 서점 ‘예스24’와 손잡고 주문형 출판 서비스(P·O·D)를 제공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작가가 책을 출판하려면 최소 초판 부수, 출판 계약 등이 필요한 반면 P·O·D 서비스는 독자의 주문을 받은 후 책을 제작하기 때문에 단 1권의 책도 출판이 가능하다. 출판을 위한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출판을 하지 못하던 작가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글 쓰기에 집중할 수 있는 최적화된 멀티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 또한 브런치의 강점이다. 브런치는 감성적이고 세련된 사용자 환경(UI) 디자인으로도 유명하다. 블로그와 다르게 꾸미기, 관리 등의 기능을 최소화하고 오로지 글 자체에만 집중해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글만 써도 어떤 기기에서보든 하나의 잡지나 작품처럼 보일 수 있어 작가는 본연의 글쓰기에만 집중할 수 있다.

브런치는 이를 위해 글쓰기 도구인 에디터에도 꼭 필요한 핵심 기능만 담았다. 가독성 높은 주요 폰트와 글 구성에 필요한 텍스트 구분선, 인용 기호 등 필수 도구를 제공해 콘텐츠 편집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도 쉽게 글을 완성할 수 있도록 했다.

빠르게 소비되는 디지털 시장에서 꿋꿋하게 정제되고 전문적인 글을 제공하는 플랫폼 브런치는 텍스트 콘텐츠 시장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이호영 카카오브런치 셀장은 “디지털이 발전을 거듭하더라도 가치 있고 시간이 지나도 의미를 전달해 줄 수 있는 글에 대한 요구는 증가할 것”이라며 “빠르게 소비되는 가벼운 정보가 아니라 깊이 있고 전문적인 글들은 언제나 환영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