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폴리틱스-연차휴가 보장법]
김병욱 더민주 의원, ‘10일 연속 연차휴가 보장법’ 발의
직장인들, 눈치 안 보고 장기 연차휴가 낼 수 있을까?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연차휴가를 보장받는다. 하지만 연차휴가를 모두 사용하는 직장인은 극히 드문 게 현실이다.

직장인 연차 사용에 대한 조사 통계가 없어 정확한 실태를 알기는 어렵다. 다만 고용노동부가 2013 회계연도 기준으로 ‘기업체 노동비용 조사’에 대한 추가 조사의 형태로 휴가의 부여 일수, 미사용 일수, 미사용 사유, 연차휴가 사용촉진제 실시 여부를 조사한 적이 있다.

당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인 이상 사업체 노동자들에게 부여된 연차 유급휴가는 1인당 평균 14.2일이었고 실제 사용한 일수는 8.6일, 사용하지 않은 일수는 5.6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직장인이 부여받은 연차의 절반만 사용한 셈이다.

해외 업체의 조사 결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 글로벌 여행업체 익스피디아가 지난해 총 28개국을 대상으로 휴가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한국 직장인들은 평균 연차휴가 15일 중 8일만 사용했다.

전 세계 직장인들은 연간 평균 20일의 유급휴가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질·프랑스를 포함한 5개국의 직장인들은 연간 평균 30일의 휴가를 사용하는 반면 한국의 직장인은 8일만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휴가 사용 일수가 10일 미만을 기록한 나라는 조사 대상국 중 한국이 유일했다. 한국의 기업 문화가 얼마나 휴가에 인색한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직장인 쉴 권리 보장해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월 7일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이 같은 기업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다.

김 의원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직장인에게 10일 연속 휴가(비근무일 포함 2주)를 보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김 의원 외에도 11명의 의원들이 이번 개정안에 뜻을 모았다.

김 의원에 따르면 국제노동기구(ILO) 연차 유급휴가 협약은 연차휴가가 여가로 활용되도록 ‘중단되지 않는 2주일의 휴가’로 보장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기 휴식으로는 확보할 수 없는 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다.

한국 역시 근로기준법상으로는 노동자가 휴가를 청구할 때 휴가 시기에 제한을 두지 않는 ‘시기 지정권’을 보장하고 있다. 회사 운영에 심대한 지장이 없다면 회사의 허가 유무와 관계없이 노동자가 연차 유급휴가의 시기를 지정해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장기 연속 휴가를 위한 일정 기간 이상의 연차휴가에 대한 일괄 사용 원칙이 담겨 있지 않다. 따라서 직장인들이 오래 휴식을 취하고 싶어도 연차를 한 번에 10일 이상 사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게 현실이다.

연차휴가에 대한 일괄 사용 원칙이 있으면 직장인들이 더 이상 눈치 보지 않고 장기간 휴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김 의원은 판단했다. 이에 따라 근로기준법에 연차휴가를 10일 이상 연속 사용할 수 있는 일괄 사용 원칙을 도입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직장인들, 눈치 안 보고 장기 연차휴가 낼 수 있을까?
김 의원은 “연차휴가를 사용할 때 직장 상사와 동료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경직된 직장 문화에서 휴가를 완전한 개인의 권리로만 파악해서는 보장된 휴가의 절반만 사용하는 현실을 개선하기에 한계가 있다”며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휴가가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줄 때는 노동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를 통해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을 함께 넣었다. 김 의원은 “휴가의 집단적 권리성을 가미해 노사 합의를 통한 연차휴가를 여름휴가철이나 명절 또는 해당 기업이나 특정 부서의 업무가 한가한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개정안에 마련했다”고 밝혔다.

◆ 실효성엔 의문도 제기

또한 현행법에서는 사용자의 시기 변경권이 법적 규정을 벗어나도 증빙 자료가 없어 분쟁을 예방하거나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

김 의원은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도 개정안에 포함했다. 모든 연차와 관련한 문서를 서면화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를 어기면 과태료 500만원을 물어야 한다. 개정안을 보면 노동자의 휴가 청구는 반드시 서면으로 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사용자가 노동자가 청구한 휴가 시기를 변경할 때도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했고 고용노동부령으로 그 방법 및 절차를 정하자고 제안했다.

이철웅 법무법인 밝음 변호사는 “이런 조항으로 연차 사용과 관련한 노사 간의 분쟁을 예방하거나 해결하는 데 활용할 증빙 자료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해석했다.

다만 그는 이번 개정안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선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이 변호사는 “해당 개정안의 실천 여부는 각 사업장의 노동 현실에 따라 사용자와 노동자의 협의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사업 규모가 크지 않은 사업장도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예외 규정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원칙적으로 10일 이상의 유급휴가를 한 번에 사용하도록 법률로 모든 사업장에 차등 없이 강제하는 것이 과연 노동 현실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