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Ⅲ 스마트 워크]
글로벌 1위 ‘슬랙’ 쫓는 한국 기업들, '3세대 협업 툴’ 이끌 기업은?
‘업무 효율 높여라’ 스마트 워크 위한 협업 툴 전성시대
(사진) 기업가치 5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기업 '슬랙(Slack)'을 선두로 글로벌 협업 툴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 슬랙 홈페이지


[한경비즈니스=김영은 인턴기자]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일하는 방식의 패러다임에 변화가 일고 있다. 핵심은 “얼마나 오래 일하느냐”가 아닌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하느냐”다.

‘스마트 워크’라고 불리는 이 노동 혁신은 비단 업무 시간이나 장소의 자율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기존의 복잡한 업무 소통 체계를 해결하고 업무 생산성과 개인의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 발달도 스마트 워크의 핵심이다.

유연하고 빠른 소통이 강조되는 현재 패러다임에 맞게 협업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도 진화하고 있다. e메일이나 메신저, 대면 보고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아니라 오직 업무 흐름에 최적화된 ‘협업 툴(team collaboration tools)’이 대표적이다.

‘협업 툴’은 구성원 간 일어나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하나의 채널에서 가능하게끔 만들어 준다. 서로 파일을 공유할 수도 있고 메신저처럼 대화를 나누거나 업무를 지시하고 캘린더처럼 일정을 정리할 수도 있다.

협업툴의 주요 기능과 형태는 서비스마다 다르지만 모두 소프트웨어형 서비스(SaaS)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한다.

1세대 협업 툴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형태였다. 대표적인 서비스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2012년 12억 달러에 인수한 ‘야머’가 있다.

하지만 SNS 형태로 이뤄진 협업 툴은 실패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자료 검색 시간이 오래 걸리고 업무 리스트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SNS형 협업 툴의 시대가 가고 2세대 메신저형 협업 툴 전성시대는 미국 기업 슬랙(Slack)이 이끌었다. 2013년 첫 서비스를 시작한 슬랙은 역사상 가장 빠르게 10억 달러 기업 가치를 돌파했다.

현재는 1일 사용자 500만 명, 기업 가치 5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해 협업 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슬랙은 메신저 형식이면서도 기존에 사용 중인 모든 업무 서비스(메일·클라우드·메신저 등)를 통합해 알림 기능을 제공했다.

에어비엔비·타임·핀터레스트·버즈피드·링크트인·디베이·러시·서베이몽키·하버드대 등 많은 글로벌 기업이 슬랙을 이용해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다. 슬랙은 지난해 투자금 2억 달러를 추가로 유치하며 글로벌 협업 툴 시장에 대한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 스타트업 중심으로 협업 툴 시장 확산
‘업무 효율 높여라’ 스마트 워크 위한 협업 툴 전성시대
현재 슬랙은 모든 매뉴얼이 영어로 돼 있고 한국어는 지원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내 메신저가 없는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국내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e커머스 기업 아마존이 슬랙 인수에 관심을 보여 성사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아마존은 최근 슬랙 인수를 검토 중이며 인수 금액이 90억 달러 정도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슬랙을 선두로 글로벌 협업 툴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세계 협업 툴 시장 규모는 미국이 101억6800만 달러(약 11조4000억원), 유럽이 70억6800달러(약 7조9000억원), 일본이 18억4600만 달러(약 2조원)다.

협업 툴 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앞다퉈 협업 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페이스북·구글도 각각 ‘팀스’·‘워크플레이스’·‘행아웃 챗’을 내놓고 슬랙을 따라 잡겠다고 나섰다.
‘업무 효율 높여라’ 스마트 워크 위한 협업 툴 전성시대
국내에서도 업무용 협업 툴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스타트업은 물론 대기업과 기존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들도 시장 잠재력을 보고 손을 뻗었다. 글로벌 시장에 비해 국내 협업 툴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e메일과 사적인 메신저를 대체할 새로운 업무 커뮤니케이션 툴에 대한 수요가 분명하다고 보고있다.

◆ 국내 메신저형 협업 툴 강자 ‘잔디’
‘업무 효율 높여라’ 스마트 워크 위한 협업 툴 전성시대
(사진) 아시아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메신저형 협업툴'의 국내 강자 잔디 서비스 화면/ 토스랩 제공

2014년 토스랩에서 개발한 잔디(JANDI)는 슬랙과 같은 메신저형 협업 툴이다. 슬랙이 지원하지 않는 한국어와 일본어·중국어·영어를 모두 지원해 아시아 시장을 노렸다. 잔디는 간단한 사용법과 다양한 이모티콘으로 ‘업무용 카톡’을 지향하고 있다.

잔디는 서울에 본사, 대만·일본에 지사를 두고 있다. 지금까지 소프트뱅크벤처스·퀄컴벤처스 등에서 총 70억원을 투자받았다.

잔디의 핵심 기능은 ‘토픽’이다. 그룹 채팅 공간으로 카카오톡처럼 누구나 참여 가능한 공개 토픽과 초대받은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는 비공개 토픽으로 나뉜다.

이 밖에 스마트 검색 기능, 외부인을 초대해 협력할 수 있는 준회원 기능, 업무에서 활용 빈도가 높은 8종 서비스(구글 캘린더, 구글 드라이브, 드롭박스, 트렐로, 깃허브, 지라, 비트버킷, RSS 피드 등)를 연동할 수 있는 잔디 커넥트 등이 있다.

현재 티몬·NS쇼핑 등 국내 다수 기업이 잔디를 이용하고 있고 연평균 성장률은 19% 정도다. 안드로이드 구글플레이 스토어 기준 10만 이상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한국 플레이 스토어 ‘업무용 메신저’ 중 다운로드 수 1위를 기록했다.

◆ 이슈 기반 협업 툴 ‘콜라비’
‘업무 효율 높여라’ 스마트 워크 위한 협업 툴 전성시대
(사진) '이슈기반 협업툴' 콜라비는 실제 업무흐름 과정에 따라 서비스를 고안해냈다./ 콜라비 제공

슬랙·잔디와 같은 메신저 형태가 아닌 협업 툴도 있다. 네이버 출신 UX기획자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출신 컨설턴트가 공동대표로 있는 콜라비는 이슈 기반 협업 툴이다.

콜라비는 업무 중 발생하는 이슈를 구성원 간 함께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조용상 콜라비 대표는 “실제 업무 환경에서 협업은 함께 이슈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일어난다”며 “콜라비에서는 실제 워크플로(업무 흐름) 그대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콜라비를 통해 지식 노동자들의 시간을 다시 돌려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
‘업무 효율 높여라’ 스마트 워크 위한 협업 툴 전성시대
(사진) 이요한·조용상 콜라비 공동대표 / 콜라비 제공

맥킨지와 한국생산성본부의 자료를 종합하면 지식 노동자는 하루 8시간 중 ‘e메일 확인 및 답장’에 2.2시간, ‘지난 e메일 및 정보 검색’에 1.4시간, ‘회의 및 보고, 추가적인 커뮤니케이션’에 2.1시간을 사용한다. 정작 주요 업무에는 2.3시간밖에 할애하지 못한다.

조 대표는 조직 효율성이 떨어지고 개인의 시간을 잡아먹는 협업 방식을 해결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모든 매체에서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 오류와 해결 방법을 분석해 콜라비에 도입했다.

콜라비의 특징은 크게 2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이슈를 기반으로 한 협업으로 업무 효율을 높여준다는 점이다.

콜라비는 프로젝트 진행 상황에 따라 이슈를 공유함으로써 ‘흐름’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하나의 게시물 안에서 프로젝트마다 발생하는 이슈들의 모든 진행 과정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추후 이슈와 관련된 자료도 빠르게 찾을 수 있다.

반면 업무에 방해가 되는 요인은 최소화했다. 이미 지난 이슈나 관심 없는 이슈의 불필요한 알림을 줄이고 뉴스피드에서는 자신의 업무와 관련 있는 이슈만 모아 볼 수 있다. 조 대표는 “이슈가 휘발되거나 진행 과정을 파악하기 어려웠던 채팅형 협업 툴의 문제점을 콜라비가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콜라비는 구글에서 후원하는 세계 최대 스타트업 커뮤니티 ‘스타트업 그라인드 유럽(Startup Grind Europe)’에서 아시아 최초로 톱10에 선발되는 등 해외에서 먼저 서비스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현재 와디즈·서울대·벤처스퀘어 등에서 콜라비를 사용하고 있고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기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 비주얼 협업 툴 ‘비캔버스’
‘업무 효율 높여라’ 스마트 워크 위한 협업 툴 전성시대
(사진) 아이디어 도출과 비주얼작업에 최적화된 '비주얼 협업툴' 비캔버스/ 오시리스시스템즈 제공

비주얼 작업에 최적화 된 협업 툴도 있다. 오시리스시스템즈의 ‘비캔버스’는 우리가 아이디어를 생산할 때 사용하는 화이트보드를 디지털로 구현했다. 글과 이미지는 물론 웹사이트 링크, 유튜브 동영상, 문서, 파일 등 모든 디지털 자료를 한 공간에 넣고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다.

즉 필요한 자료들을 종류에 관계없이 모두 한 캔버스에 모아 타인에게 아이디어를 이해시키고 공유하는 서비스다.

홍용남 오시리스시스템즈 대표는 비캔버스가 협업 이전에 개인이 먼저 본인의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창의성을 끌어낼 수 있는 툴이라고 설명했다.

누군가와 협업이 필요하면 링크를 보내 본인이 쓰던 비캔버스로 초대할 수도 있다. 홍 대표는 다른 사업을 준비하던 중 팀원 간 텍스트 의사소통으로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 오류와 불편을 줄이기 위해 직접 협업 툴을 만들었다.

다른 사업을 위한 도구였지만 현재는 본업이 된 셈이다. 특이하게도 다른 사업은 모두 지원에서 떨어졌지만 비캔버스만 1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법인을 설립할 수 있었다.
‘업무 효율 높여라’ 스마트 워크 위한 협업 툴 전성시대
(사진) 홍용남 오시리스시스템즈 대표/ 오시리스시스템즈 제공

홍 대표는 수직적이고 복잡한 보고 체계가 자리 잡혀 있는 한국 회사에서는 비캔버스가 필요 없는 서비스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으로 인공지능이 대두될수록 인간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와 창의성이 더 중요해지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체계가 바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관리와 표준화의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있다”며 “협업도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수직적인 형태가 아니라 자신만의 사고방식을 자유롭게 펼치는 방식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상하수직적인 소통이 아닌 개개인의 아이디어가 중점이 되는 소통이 중점이 될 것이기에 펜과 노트처럼 아이디어를 먼저 창출해 낼 수 있는 비주얼 기반 협업 툴을 만든 것이다.

현재 비캔버스의 가입자는 5만5000명이다. 이 중 해외 가입자 비율은 30%다. 사용자가 적다고 볼 수 있지만 매달 매출이 10%씩 성장하고 있고 사용자 이탈률이 5%로, 95%의 사용자가 유지되고 있다.

협업 방식에 대한 연구와 시도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아직 독보적인 강자가 없는 국내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할 수 있는 협업 툴이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