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 2017 대한민국 100대 기업·CEO : 100대 기업 순위 3위]
상품·기술 경쟁력 강화…내실 다진다

[편집자주] 한경비즈니스와 NICE평가정보는 2001년부터 매년 공동으로 ‘대한민국 100대 기업·CEO’를 선정해 왔다. 해마다 순위가 뒤바뀌는 가운데 결과는 항상 예상을 뒤집는다. 순위가 떨어졌던 기업들이 다시 치고 올라오는가 하면 마냥 잘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던 기업들도 순식간에 순위가 떨어지기도 한다. 올해도 20개 기업이 100위권 내에 새롭게 진입했고 20개 기업이 순위에서 이름이 사라졌다.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100대 기업·CEO’에 선정된 기업과 최고경영자(CEO)는 우리 경제의 원동력이자 버팀목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서도 톱 플레이어의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곳들이 대부분이다.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2017 대한민국 100대 기업’ 3위의 영광은 현대차에 돌아갔다. 이 회사는 작년 한국전력에 2위 자리를 내준 뒤 2년 연속 3위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실적 성적표다. 장기 파업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었고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성장 정체가 겹치면서 전년 대비 수익성이 크게 줄었다.

회사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갔다. 내실 강화와 책임 경영을 통해 청사진을 그리겠다는 계획이다. 저성장 기조에 대응하는 현대차의 미래 전략을 짚었다.
현대차, R&D 투자 확대로 미래 자동차 시장 선도
◆위기 돌파, R&D 투자로 대응

“올해는 내실 강화와 책임 경영을 통해 외부 환경 변화에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고 새로운 미래 성장을 추진해 나가고자 합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대내외 불확실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이러한 경영 방침을 밝혔다.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세계경제,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자동차 산업 경쟁이 심화하는 위기 상황에서 미래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위기는 지표에서도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시장은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전년보다 제품 판매가 줄면서 수익성이 둔화됐다. 연결 기준으로 매출은 전년보다 1.8%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8.3% 줄어든 5조1935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이 5조원대로 내려간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한경비즈니스와 NICE평가정보가 집계한 ‘2017 대한민국 100대 기업’의 잣대가 된 개별 기준 지표도 마찬가지다. 매출과 당기순익 모두 전년보다 줄었다. 특히 당기순익이 5조4355억원에서 4조1019억원으로 24.5% 하락했다.
현대차, R&D 투자 확대로 미래 자동차 시장 선도
정 회장은 다시 고삐를 당겼다. 판매 실적을 만회하기 위한 단기적인 대응보다 시장 상황에 맞춘 중·장기적인 전략에 돌입했다.

그중 하나가 연구·개발(R&D) 투자를 보다 확대해 미래 변화를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정 회장은 “고급차·친환경차 등의 상품 경쟁력과 자율주행 등 핵심 기술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현재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국내외 연구소에서 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스타트업과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의 협업을 통해 미래 기술 연구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목표는 완전 자율주행의 상용화다. 이를 위해 한국과 중국 등에 자체 구축한 빅데이터 센터를 기반으로 커넥티드카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자율주행 핵심 기술을 내재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 비전 공개

최근에는 이 핵심 기술의 일부가 모습을 보였다. 중국 상하이 신국제엑스포센터에서 6월 7일 열린 아시아 최대 가전 쇼 ‘CES 아시아 2017’에서 현대차는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최초 공개했다.

단순 ‘이동 수단’이 아닌 초연결성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연결된 이동성(connected mobility), 이동의 자유로움(freedom in mobility), 친환경 이동성(clean mobility)을 미래 모빌리티 구현을 위한 3대 방향성으로 제시했다.

이에 맞춰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 △수소전기차 콘셉트 카 △웨어러블 로봇 △마이크로 모빌리티 등 이 회사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실제 구현한 미래 첨단 기술이 베일을 벗었다.
현대차, R&D 투자 확대로 미래 자동차 시장 선도
(사진) 현대차 아이오닉 자율주행차. /현대차

또 이 자리에서 현대차는 중국 최대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바이두와 손잡고 커넥티드카를 개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바이두의 지도 서비스와 연계한 통신형 내비게이션인 ‘바이두 맵오토’와 이 회사의 대화형 음성인식 서비스인 ‘두어 OS 오토’를 현대차 차량에 탑재해 특화한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것이다. 해당 기술은 올해 말 출시될 신차에 첫 적용한 뒤 적용 차종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협업은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서 정보기술(IT)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이미지를 제고함으로써 미래 자동차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복안이자 각 분야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커넥티드카 기술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됐다.

양사는 앞으로 인공지능·커넥티드카·자율주행 기술 분야까지 확대해 나가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이 밖에 회사는 세계 최대 네트워크 업체인 시스코와 협업해 차량 내부 데이터 송수신 제어를 위한 차량 내 초고속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또 커넥티드카에 최적화된 운영체제 개발도 독자적으로 나서고 있다.

양웅철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부회장은 “기술 융·복합의 시대를 맞아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현대차는 주변의 모든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우며 친환경적인 미래 모빌리티 개발에 연구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