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의 원인은 ‘반발 매수’와 ‘풍부한 유동자금’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신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택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6월 23일 열린 취임식에서 “주택 시장 과열을 더 이상 공급 부족 탓으로 돌리지 말고 시장 상황을 직시하라”고 일침을 가한 뒤 “투기 수요자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김 장관은 공급 부족이 아니라 다주택자의 투기적 매매 때문에 서울 강남 등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 것이라고 지목했다.
그 증거로 내민 것이 최근 무주택자의 주택 구매가 줄고 다주택자의 주택 구매가 늘었다는 것이다.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여기고 최근 집값 상승의 원인을 투기 세력의 힘으로 인식하는 듯하다. 하지만 무주택자의 구매가 줄어드는 이유는 대출 규제 때문이다.
대출 규제가 강화될수록 대출을 끼고 집을 살 수밖에 없는 무주택자의 주택 구매가 점점 어려워지고 전세를 끼고 사기 때문에 대출이 필요 없는 다주택자의 주택 구매가 늘어난다. 결국 다주택자의 주택 구매를 투기라고 본다면 그 직접적인 단초를 제공한 것은 바로 정부다.
그러면 최근의 집값 상승의 원인은 무엇일까.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그동안 적게 올랐던 것에 대한 반발 매수다. ◆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집값 상승
에서 볼 수 있듯이 2017년 1~5월까지의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0.12%에 그쳤다. 지난 4년간 동기 대비 상승률이 가장 낮았던 2016년에 비해 절반도 되지 않는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집값이 적게 올랐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6월에는 반발 매수세가 생겼다.
둘째 이유는 시중의 풍부한 유동자금이다. 한마디로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다우지수는 역사적 최고치랄 수 있는 2만1000을 넘어 고공 행진하고 있다.
미국의 집값도 2017년 5월을 기준으로 29만4600달러로 역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그동안 1·2·3차 양적 완화를 통해 시중에 풀려 있던 돈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집값이 전국 모든 지역에서 똑같이 오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무려 일곱 개 지역이 작년 말에 비해 집값이 떨어졌다.
경북(-1.16%), 경남(-1.07%), 대구(-0.75%), 충북(-0.66%), 충남(-0.57%), 울산(-0.51%), 전북(-0.09%)은 오히려 집값이 내렸고 지금도 하락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에 비해 열 개 지역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상승세가 가장 두드러진 곳은 바로 서울이다.
올해 상반기 서울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1.83%로, 전국 평균 상승률 0.47%의 네 배 정도 수준이다. 서울 쪽에 매수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두고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은 투기라고 해석했다.
왜 유독 서울 지역의 매매가 상승률이 높은 것일까. 한마디로 시장경제 원리의 근간인 수요와 공급을 생각해 보면 된다. 서울 지역은 양질의 일자리가 많은 지역이다. 돈이 많은 사람이나 돈이 적은 사람이나 서울 안에서만 살려고 하니 수요가 넘친다.
하지만 지난 십 년 가까운 세월 동안 서울에는 공급이 적었다. 그 결정적인 증거는 미분양 물량이다. 공급이 적으니 미분양이 발생할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2017년 5월 말 기준으로 1000만 인구가 사는 서울의 미분양 건수는 119건에 불과하다. 집값 하락 폭이 큰 경북(7774건)·경남(9040건)·충남(8312건)과 비교하면 몇 십 분의 1에 불과하다.
더구나 그 지역의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가구 수까지 감안하면 경북은 233배, 경남은 228배, 충남은 332배나 서울에 비해 미분양 물량이 많다.
결국 서울 지역은 수요를 충족할 만한 공급이 적었고 앞으로도 당분간 공급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집값 상승이 다른 지역에 비해 두드러졌다. 이런 인식이 시장에 퍼지면서 실수요자든, 투자자든 서울에 집을 사려고 하는 것이다. ◆ 매매뿐만 아니라 전셋값 상승률도 비교해야
굳이 투기 세력이 주도한 지역과 실수요자가 주도하는 지역을 나누자면 단순히 매매가 상승률만 비교하는 것보다 전셋값 상승률을 같이 비교해야 한다.
예를 들어 A 지역의 도시 기반 시설이 좋아지면 매매가는 물론 전셋값도 상승하게 된다. 주거 환경이 좋아지면 당연히 실수요자가 몰리면서 집값은 물론 전셋값도 오르게 된다. 이런 지역은 투기꾼이 주도한다고 보기 어렵다. 전세에는 투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B라는 지역은 전셋값이 오르지 않는데 매매가만 오른다고 가정하자. 그 지역이 진짜 좋아졌다면 전셋값이 같이 올라야 하는데 전셋값이 오르지 않는데도 매매가만 오르는 이유는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한마디로 시세 차익의 기대감 때문에 이런 지역에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을 끌어올린다.
매매가 상승률에서 전셋값 상승률을 뺀 수치가 바로 투기 여부를 알 수 있는 하나의 지표가 된다. 는 2017년 상반기 매매가 상승률에서 전셋값 상승률을 뺀 지수다.
전셋값 상승에 비해 매매가가 얼마나 더 올랐는지를 말해준다. 현재 버블이 끼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는 상위 10개 지역을 보면 수도권이 7개 지역, 지방이 3개 지역이다.
투기꾼의 힘으로 한국의 집값이 오르고 있다면 한국보다 집값이 더 오르고 있는 다른 나라의 현상은 어찌 된 것일까. 새 정부는 보이지 않는 시장과의 싸움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곳에 국민이 원하는 주거 시설을 얼마나 많이 공급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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