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FOCUS-서브스크립션 커머스]
특화된 제품 제공하며 사회적 가치까지 담아…‘두 마리 토끼’잡는다
정기 배송, 유럽 '유통지도' 바꾸다
(사진)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는 스타트업 ‘테일러앤드요르겐’은 커피 정기 배송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테일러앤드요르겐)

용어 설명
서브스크립션 커머스(subscription commerce) : 정기구독(subscription)과 상업(commerce)의 합성어. 신문이나 잡지를 정기 구독하는 것처럼 소비자에게 정기적으로 상품을 배송해 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업체가 임의로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상품을 골라준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매달 일정한 금액을 지불한 소비자에게 필요한 일상의 상품을 정기적으로 배달해 주는 서비스인 ‘서브스크립션 커머스(subscription commerce)’가 유럽 유통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편으로 전달되는 ‘전문가의 커피’

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는 스타트업 기업 테일러앤드요르겐(Talor & Jorgen)은 커피 정기 배송 서비스로 주목 받고 있다. 회사명은 공동 창업자인 테일러 브라운과 요르겐 한스러드 대표의 이름에서 따왔다. 노르웨이의 커피 전문가로 업계에 명성이 자자했던 두 사람은 고품질의 커피를 재미있는 방식으로 고객에게 제공하겠다는 목표로 정기 배달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

호주 출신의 테일러 대표는 생두를 볶는 커피 로스터와 바리스타로 15년간 경력을 쌓아 왔다. 커피 시장이 급성장하던 멜버른에서 일해 온 그는 실력을 인정받아 오슬로의 유명 커피 가게인 팀 윈들보에서 헤드 로스터의 자리에도 올랐다.

또 다른 창업자인 노르웨이인 요르겐은 10년간 커피업계에 종사하며 300명의 바리스타를 교육한 바 있다. 그는 정기 배달 서비스에 앞선 2014년 테크 스타트업 ‘에믹 윈 무브먼트’를 설립, 청년들이 꿈을 성취하기 위해 필요한 실용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을 만들기도 했다.

두 대표는 커피 정기 배달 서비스를 통해 가정 내에서도 양질의 커피를 마시는 문화가 확산되기를 바랐다. 노르웨이인 상당수는 집에서 커피 마시는 것을 선호하는 편인데, 카페에서 바리스타가 만드는 커피보다 낮은 품질의 커피를 마실 때가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테일러와 요르겐 대표는 자신들의 서비스에 회원으로 가입한 이들에게 전 세계에서 공급되는 갓 볶은 콩을 제공하기로 뜻을 모았다.

전문가가 선별한 스페셜티 커피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해 집과 카페와의 격차를 줄인 것이다. 두 사람은 창업을 준비하며 북유럽 곳곳을 여행했고 여러 로스터기를 실험해 보면서 자신들에게 가장 맞는 기계를 찾는 데 열중했다.

이런 방식을 통해 2016년 말부터 정식으로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테일러앤드요르겐은 계절별로 구성을 달리하며 케냐·콜롬비아·코스타리카·과테말라·온두라스 등 세계 각지의 우수한 커피콩을 회원들에게 우편으로 전달하고 있다.

테일러앤드요르겐은 제품 포장에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배달에 사용될 전용 상자는 노르웨이의 기본 우편함 크기에 맞게 제작됐고 상자 겉면에 파티를 즐기고 있는 두 창업자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 유쾌한 감성을 전달하려는 브랜드의 목적을 담았다.

또한 상자의 앞면에 커피의 맛을, 뒷면에 생산자·협동조합·원산지·품종·가공방법·로스팅 날짜 등을 표기해 고객들이 커피를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오랫동안 커피 가게에서 일하며 얻은 두 대표의 경험을 반영한 것으로, 패키징에 어려운 전문 용어를 적는 대신 소비자들이 진짜 알고 싶어 하는 정보만 쉽게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정기 배송, 유럽 '유통지도' 바꾸다
(사진)프랑스에서는 식물의 종자를 배송해 주는 ‘라 북스 아 플랑티’가 인기를 끌고 있다.(/라 북스 아 플랑티)

◆해산물·식물 종자, 상품 다양해져

영국에서는 해산물을 정기적으로 배달해 주는 서비스인 솔셰어(Sole-share)가 성업 중이다.

2013년 문을 연 이후 매년 성장하고 있는 솔셰어는 런던에서 최초로 등장한 어업 지원 단체로, 지속 가능한 어업을 추구하는 어부들을 돕는 데 앞장서고 있다.

솔셰어는 영국의 젊은 해양생물학자와 자선운동가 등이 모였다. 이들은 런던의 물고기 조업 방식이 지나치게 상업적이라고 생각했고 보다 윤리적인 방법으로 런던 도심에 신선한 생선을 공급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아이디어를 냈다.

솔셰어는 그 방안으로 소형 보트를 탄 채 막대기나 그물만으로 조업에 나선 어부들이 잡아온 생선을 소비자에게 정기 배달해 주는 방식을 택했다.

단체는 어부들에게 공정한 가격을 제공하고 어부들은 소비자의 식탁에 신선하면서도 평소 슈퍼마켓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다양한 종의 물고기를 가져다주는 일을 하기로 했다. 솔셰어의 홈페이지에는 실제 활동 중인 어부들의 프로필도 공개해 신뢰감을 주고 있다.

매주 혹은 2주 간격으로 배달되는 해산물 박스는 주로 대구·넙치·청어·게·굴·홍합·새우 등으로 구성돼 있고 가격은 박스의 무게로 결정된다. 단체는 생선 요리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들을 위해 조리법도 동봉했다.

해산물은 런던 북부와 동부 지역의 인기 통근 루트에서 찾을 수 있도록 지역 내의 유통 업체들과 계약했다. 회원이 대폭 늘더라도 지속 가능한 어업 활동을 할 수 있는 내에서 거래량을 조절한다는 계획이다.

단체는 어부들이 최종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판로를 개척해 이들이 충분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안정적인 시장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러한 정기 배송 서비스를 통해 회원들이 물고기나 어업에 관해 배우고 자신들이 먹는 해산물을 잡은 지역 어민들까지도 알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프랑스에서는 식물의 종자를 배달해 주는 서비스인 라 북스 아 플랑티도 인기다. 이 업체는 정원이나 테라스 화분에서 키울 수 있는 식물 종자 다섯 종류를 계절에 맞게 추천해 주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 서비스는 약초 채집, 유기농 식단, 멋진 정원, 플라워 파워, 작은 허브 정원 등 다양한 테마로 박스를 구성하고 있다. 업체 측은 직접 식물을 키우는 경험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태계의 다양성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방울토마토·무·오이와 각종 허브 식물들은 요리에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활용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이 서비스의 특별한 점은 제공되는 씨앗들이 모두 소규모 농가에서 유기농으로만 생산된다는 것이다.

회원에 가입하고 정기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면 저절로 지역의 농가 지원 사업에 동참할 수 있게 되는 셈이어서 회원들의 만족도가 높다. 그뿐만 아니라 라 북스 아 플랑티는 사이트를 통해 아파트나 도심 주택에서 식물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팁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