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일 펫포레스트 실장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일자리 창출의 블루오션으로 반려동물 시장이 떠올랐다. 반려동물 산업의 확대로 장밋빛 미래가 점쳐지면서 2030 취업 준비생, 경력단절여성, 중·장년층에서 고령층까지 반려동물 직업군을 희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반려동물 산업 확대에 이견을 두지 않는다. 다만 관련 산업에 대한 창업 및 취업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펫코노미(반려동물과 경제를 조합한 신조어, Pet+Economy) 취업문, 두드려도 괜찮을까.
반려동물 산업에 일찍이 뛰어든 이들을 만나 보다 생생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5년 차인 강성일 펫포레스트 실장과의 일문일답.
Q. 자기 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반려동물 장례업체 '펫 포레스트'에서 실장으로 근무하는 강성일입니다."
Q. 어떤 일을 하나요.
“반려동물의 장례 업무 전반을 담당해요. 슬픔에 빠진 보호자 대신 장례를 치르고 보호자를 위로하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하루 일과는 보통 오전 9시에 출근해 저녁 8시 이전에 퇴근합니다. 정해진 일정에 따라 보호자가 도착하면 장례지도사가 일대일로 배정돼 사후 과정을 전담하죠. 염습과 화장 과정을 거치고, 보호자가 아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역할을 합니다.”
Q. 왜 이 일을 선택했나요.
“작은 사업을 하다가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문을 닫았어요. 보람되면서 오래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죠. 처음에는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다가 일본을 다녀오면서 생각이 바뀌었죠. 일본은 도심에만 1인 기업을 포함해 50여 개의 반려동물 전문 장례업체가 있었어요. 반려동물 전용 소각로가 외곽에 자리한 한국과는 상황이 달랐죠. 일본 업체에게서 반려동물 사후 처리 과정이 매우 엄숙하고 진중하다는 느낌을 받았죠."
"생각해 보세요. 15년 동안 내 가족으로 키운 반려동물을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릴 순 없지 않을까요(현행법상 반려동물 사체는 지정된 종량제봉투에 담아 소각하거나 허가된 동물 전용 소각로에서 소각해야 함). 한국에도 이 시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곧바로 취업에 뛰어들었습니다.”
Q. 어떻게 준비했나요.
“준비 과정이 쉽지 않았어요. 아르바이트를 통해 실무 경험도 닦았고 협회에서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자격증도 땄죠. 하지만 취업문이 바늘구멍보다 작았어요. 당시만 해도 동물 장례 업체가 많지 않았고 있더라도 가족끼리 하는 곳이 태반이었거든요. 공개 구인을 하지 않아 발로 뛰며 도전했죠. 이력서를 수십 여 곳에 보냈는데 단 3곳에서 연락이 왔어요. 그중 구직을 허락한 곳은 1곳뿐이었죠. 그곳에서 2년간 실무를 닦고 올해 펫포레스트에 오게 됐습니다.”
(사진)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반려동물 전문 장례업체 '펫 포레스트'의 내부. /펫 포레스트
Q. 반려동물 장례업체의 노동환경은 어떤가요.
"아직 산업이 초기 단계이다 보니 보호자들도 반려동물 장례업체가 어떤 곳이 제대로 된 곳인지 잘 몰라요.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불법 업체들이 성행하고 있다는 거죠. 불법 업체에서 일하면 유골의 손실 등 반려동물의 사후 관리 과정에 소홀할 수 있어요. 업무가 많아 체력적으로 힘들 뿐만 아니라 도덕성도 잃기 십상이죠."
“최근에는 산업이 발전하면서 반려동물 전문 장례업체도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근무하는 펫포레스트의 원칙은 반려동물을 고귀하게 보내주는 것이에요. 반려동물 장례 문화를 선도하겠다는 신념과 의지 아래 소각로 형태의 화장 시설이 아닌 반려동물 전용 화장기를 들여왔죠.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최고급 시설을 갖췄어요. 프리미엄 전략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보호자와 장례지도사 간 신뢰를 지키겠다는 약속이기도 하죠.
Q. 처우, 미래 전망이 궁금합니다.
“초봉은 업계 평균 2000만원 선일 거예요. ‘열정페이’일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 사업이 이제 시작 단계라는 것이죠. 이후 경력에 따라 대우받아요. 그래도 자리 잡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최근 2년여 사이에 반려동물 장례에 대한 인식이 정말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요. 적어도 2~3년 내에는 특수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봐요.”
Q. 이 일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매일 가족과도 같은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보호자들이 와요.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면서 슬퍼하는 보호자를 지켜봐야 하는 감정노동이죠. 정말 쉽지 않아요. 반려동물이 사고사로 왔을 때에는 고통이 더하죠. 5년간 이 일을 해 온 저도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마지막에는 매순간 복받쳐 오릅니다. 사명감 없이는 절대 할 수 없어요.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것은 기본이고 보호자를 헤아리는 마음이 매우 중요하죠. 영리만을 목적으로 해선 절대 안돼요. 생명을 다루는 일이니까요.”
-반려동물 일자리 : 펫코노미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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