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대한민국 신인맥 22 CJ그룹]
설탕회사에서 종합 문화기업으로…이재현 회장의 ‘미래 투자’
(사진) 2005년 이재현(맨 오른쪽) CJ그룹 회장이 직원들과 만나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 /CJ그룹 제공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1960년 서울 장충동에서 삼성가의 장손으로 태어났다. 경복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이 아닌 일반 회사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이 회장은 이후 1985년 삼성그룹의 창업자인 할아버지(고 이병철 회장)의 부름을 받고 제일제당(현 CJ제일제당)에 입사했다. 이 회장은 입사 이후 주로 경리부·기획관리부 등에서 사원·대리·과장·차장 등 모든 직급을 거치며 충실히 사업 현장을 익혔다.

이 회장이 회사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은 1994년부터다. 삼성으로부터 제일제당의 독립이 가시화되던 시기다.

이 회장은 당시 30대에 불과했지만 미래에 대한 확신에 차 있었고 과감했다. 독립 경영 직후인 1995년 초 임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국 드림웍스에 3억 달러를 투자한 일화는 유명하다. 드림웍스 투자는 CJ그룹이 식품 회사라는 오랜 틀을 벗어던지고 문화 기업으로 탈바꿈한 사업 다각화의 초석이 됐다.

◆‘사업보국·인재제일’ 경영 철학으로

이 회장의 베팅이 또 한 번 빛을 발한 것은 2011년 대한통운 인수에서다. 당시 시장에서는 인수 가격이 1조4000억~1조7000억원 정도에 형성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삼성이 뒤늦게 포스코와 손잡고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유력 인수 후보였던 CJ와 삼성 간의 신경전이 첨예해졌다. 이 회장은 예상을 뛰어넘는 2조원 이상을 과감히 베팅, 결국 대한통운을 품에 안았다.

향후 20년을 내다보고 뚝심 있게 투자하는 이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이병철 창업자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이 회장은 특히 사업으로 국가 사회에 기여한다는 사업보국(事業保國)과 사람을 중시하는 인재제일(人才第一)의 정신 계승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설탕 회사’에서 출발해 ‘문화 기업’을 일군 유능한 경영인으로 주목받던 이 회장은 2013년 CJ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박근혜 정부의 검찰은 수사 시작 한 달여 만인 2013년 7월 1일 이 회장을 구속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회장은 신장이식 수술 및 특이 유전 질환인 CMT로 건강이 악화됐다. 재판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까지 이끌어 내며 상당 부분 무죄가 밝혀졌지만 결국 실형을 피하지 못했다.

2016년 광복절에 이르러서야 특별사면을 받은 이 회장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치료에 전념해 왔다. 지난 정권 검찰 수사와 구속, 건강 악화로 시련을 겪은 이 회장은 미완의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아 사업보국하는 것을 여생의 목표로 삼고 있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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