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로 2분기 당기순익 신한 앞서…11월 회장 연임 ‘청신호’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왕’의 귀환이다. KB금융그룹이 ‘비(非)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면서 ‘리딩 뱅크’ 타이틀을 꿰찼다.

분기 기준으로 2015년 신한금융지주에 1등을 빼앗긴 지 2년 3개월 만이다. 이에 따라 11월 임기가 만료되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겸 KB국민은행장)의 연임 가도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 윤종규 리더십으로 '리딩 뱅크' 탈환
◆2년 3개월 만에 1위 탈환

“우리는 이번 상반기를 통해 ‘KB의 명예 회복’이라는 뜻깊은 전환점을 만들어 냈습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자신감이 실적으로 나타났다.

KB금융그룹이 7월 2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2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분기보다 13.8%(1200억원) 증가한 9901억원이다.

이날 경쟁사 신한금융그룹은 2분기 당기순이익이 892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KB금융그룹과는 981억원 차이다. 신한이 KB금융에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분기 기준으로 2015년 1분기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

단 상반기(1~2분기) 기준으로는 조금 모자랐다. KB금융그룹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65.3%(7348억원) 증가한 1조8602억원이다. 이는 2012년 상반기(1조42억원) 이후 처음으로 반기 기준 1조원대의 당기순이익을 회복한 것이다. 하지만 지주 설립 이후 최대 반기 순이익을 낸 신한금융그룹에는 미치지 못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올 상반기에 1조889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KB금융그룹의 2분기 실적을 보면 비은행 자회사의 성과가 컸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인수했던 자회사들의 실적이 그룹 연결재무제표에 본격적으로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회사는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을 지주회사의 100% 자회사로 만드는 절차를 마무리하고 2분기 실적에 포함했다.

윤 회장은 이를 ‘KB의 수익 창출력을 강화하고 차별적인 경쟁력을 키워 나가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표현했다. 여기에 올해 1분기부터 KB증권에 통합된 현대증권 실적이 100% 반영되고 있고 지난해 대규모 인원 축소에 따른 판매관리비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증권가에선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올 한 해 KB금융그룹의 순이익이 금융지주 중 가장 많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정태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2017년 KB금융그룹의 순이익이 3조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는 은행(지주) 중 순이익이 가장 많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은행과 비은행 부문의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통해 장기적인 이익 창출도 가능할 전망이다.
이 회사의 2016년 말 은행 이익 비율은 71.5%이지만 2018년에는 은행 비율이 57% 전후로 하락하고 비은행이 43% 내외로 올라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정태 애널리스트는 “국내 은행지주 중 가장 안정된 포트폴리오를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KB금융, 윤종규 리더십으로 '리딩 뱅크' 탈환
◆동력은 윤종규 리더십…‘연임’ 촉각

업계에선 KB금융의 1위 탈환의 동력으로 ‘윤종규 리더십’을 꼽는 데 이견이 없다. 2014년 KB금융에 이른바 ‘KB 사태(당시 지주회장과 은행장 간 내홍)’가 불거질 당시만 해도 KB와 신한 간 리딩 경쟁은 요원한 듯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는 KB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내부 출신’인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구원투수로 등장한 윤 회장은 먼저 그룹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하면서 지주와 은행 간 불협화음을 종식했다. 이어 사외이사 전원 교체, 내부감사 제도 강화,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경영 효율화 작업도 진행했다. 윤 회장은 “지난 2년 반 동안 우리는 ‘화이부동(和而不同 : 남과 화목하게 지내지만 자기의 중심과 원칙을 잃지 않음)’의 정신으로 혼연일체가 돼 달려왔다”고 돌아봤다.

회사의 숙원 사업이었던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과 현대증권(현 KB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를 잇달아 인수한 것도 윤 회장의 재임 기간 작품이다. 증권가에서 ‘역전을 위한 신의 한 수’라고 평가한 KB손보와 KB캐피탈의 완전 자회사 작업 역시 마찬가지다.

이렇다 보니 금융권 안팎에선 지난 2년 반의 호실적을 바탕으로 ‘윤종규 2기’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윤 회장의 임기는 11월까지다. 회사는 9월 말 최고경영자 선정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면서 “11월 21일이 임기 만료이기 때문에 두 달 전부터 지배구조위원회가 열리고 선정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

◆'리딩 뱅크' 이끈 윤종규는 누구인가

KB 사태의 구원투수, 조직 안정화로 연임 유력

2014년 ‘KB 사태’를 해결할 구원투수로 등장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KB금융 최초의 내부 출신 회장이다.

1973년 광주상고를 졸업한 뒤 같은 해 고졸 은행원으로 당시 외환은행에 입행했다. 입행 후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야간으로 졸업해 ‘상고 출신 천재’란 별명이 뒤따랐다. 2002년 삼일회계법인 부대표로 근무할 당시 김정태 전 KB국민은행장의 삼고초려로 KB국민은행에 영입됐고 재무전략기획본부장과 부행장 등을 맡았다. 2004년 부행장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2010년 KB금융지주 최고재무관리자(CFO) 부사장으로 돌아와 2013년까지 일했다. 그 뒤 김앤장 법률사무소 상임고문직을 맡다가 2014년 KB금융지주 회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윤 회장은 취임 후 지배구조 안정, 고객 신뢰 회복, KB 경쟁력 강화 등 조직을 추스르고 구성원들의 자긍심을 회복하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 이를 위해 ‘리딩 금융’, ‘넘버원 KB’, ‘가슴에 단 자랑스러운 KB 배지’ 등 임직원에게 자긍심과 목표점을 제시하고 소통하는 등 동기부여를 통해 조직을 활성화하는 리더십을 선보였다. 또 10여 년간 KB의 숙원 사업이었던 통합 본점 건립 부지의 매입을 완료하고 2020년까지 지상 25층 규모의 신사옥을 건립하는 ‘KB금융타운’의 청사진도 제시했다.

윤 회장은 직원의 자긍심 회복 못지않게 취임 일성으로 강조한 ‘고객 신뢰 회복’에도 박차를 가했다. 1등 금융그룹이 되기 위해서는 고객들의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KB호민관’, ‘KB고객자문단’ 등을 운영하면서 상품·서비스·프로세스 등에 대한 고객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이를 통해 KB국민은행의 모든 제도와 시스템을 고객 중심으로 전환하는 한편 단기적인 은행의 성과가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객 자산 증대’에 초점을 맞춘다는 고객 중심의 경영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약력 : 1955년생. 1982년 성균관대 경영학과 졸업. 1973년 한국외환은행 입행. 2002년 KB국민은행 부행장. 2010년 KB금융지주 부사장. 2014년 KB금융지주 회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