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 타이어의 진화 : '혁명' 타이어 산업]
펑크 걱정 없는 타이어에 차량용 맞춤 타이어까지, 4차산업 속 타이어의 변신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타이어가 진화하고 있다. 산업 분야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제4차’라는 이름의 혁명이 타이어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순한 이동 편의를 위해 탄생한 바퀴가 지금의 공기압을 이용한 타이어로 탈바꿈했고 이제는 기본 성능뿐만 아니라 탑승자의 안전과 편안한 승차감을 조성하고 주행 소음을 최소화하며 연비를 끌어올려 경제성까지 만족시키고 있다.

“자동차가 한계를 만날 때 타이어의 능력이 시작된다”는 타이어 광고 문구처럼 주행 상황을 제어하는 하이테크 기술력의 집약체로 거듭나고 있다.
하이테크 기술력의 집약체, '타이어의 변신'
인공지능(AI)·클라우드·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등 사물의 본질적 가치가 소프트웨어에 의해 크게 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이 산업 분야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자동차 산업의 ‘4차 혁명’ 시계는 정신없이 흐른다. 자율주행자동차와 전기자동차를 필두로 기존 자동차 부품들의 모양이나 쓰임새를 바꾸고 있다. 심지어 자동차의 심장이었던 내연기관마저 종적을 감추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자동차 전문가들은 미래의 자동차에는 소프트웨어가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고 소프트웨어의 필요에 따라 자동차의 부품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소프트웨어가 대체할 수 없는 자동차 부품이 있다. 바로 타이어다. 타이어는 자동차 중 지면과 유일하게 접점을 만들어 내는 부속이다. 직접 지면과 맞닿아 달리고 정지하고 회전하고 하중을 지탱하고 충격을 흡수하는 등 독립된 역할을 수행한다.

이 때문에 타이어의 성능이나 한계에 맞춰 자동차가 만들어져 장착된다. 아무리 빨리 달릴 수 있는 슈퍼카라고 하더라도 타이어의 성능을 벗어나면 무용지물이 된다.

이런 타이어가 최근에는 자동차의 성능을 한층 높여주기 위해 첨단 기술로 무장하고 기업들은 미래형 첨단 타이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이테크 기술력의 집약체, '타이어의 변신'
(사진) 금호타이어의 콘셉트 타이어 이클레브(E-CLEV). /금호타이어
하이테크 기술력의 집약체, '타이어의 변신'
(사진) 한국타이어가 개발한 런플랫 타이어를 장착한 BMW7 시리즈. /한국타이어

◆10년간 쏟아진 타이어 특허만 937건

타이어 기업들은 타이어 연구·개발(R&D)에 앞서 운전자에 대한 연구부터 시작한다. 운전자가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타이어가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역별 도로 특성 및 기후는 물론 세계 곳곳의 운전자들의 운전 스타일 등을 분석한다.

여러 종류의 타이어가 존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나의 타이어만으로는 모든 운전자에게 최상의 드라이빙 경험을 제공할 수 없다. 차량의 특성, 운전자의 드라이빙 스타일, 기후와 도로 등의 다양한 주행 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타이어를 개발해야 한다.

글로벌 타이어 기업으로 꼽히는 국내 타이어 업체 3사(한국타이어·금호타이어·넥센타이어) 역시 R&D센터를 운영하며 하이테크 기술 개발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06~2015년) 출원된 미래형 고성능 안전 타이어 관련 특허는 모두 937건으로 집계됐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런플랫(run-flat) 타이어다. 이 타이어는 갑작스럽게 펑크가 발생해도 타이어 본래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일정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 타이어 옆 부위에 강도가 센 특수 고무를 덧대 타이어 내부에 있던 공기가 밖으로 새나가더라도 타이어 외형을 유지해 운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현재 개발된 것들은 대략 시속 80km의 속도로 80km까지 더 달릴 수 있다. 그동안 값이 비싸 보급이 더뎠지만 최근 이 타이어를 쓰는 차량들이 늘어나고 있다.

타이업 업체들은 런플랫 타이어가 값은 2배 이상 비싸지만 스페어 타이어를 갖고 다닐 필요가 없으니 그만큼 연비를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한국에서는 지난 10년간 149건이 특허 출원됐다. 금호타이어(40건, 27%), 한국타이어(30건, 20%) 순이다.

실란트(sealant) 타이어 개발도 많이 이뤄졌다. 펑크 난 부위를 특수 봉합제가 자동으로 봉합해 주기 때문에 타이어를 교체할 필요가 없는 타이어다.

날카로운 물질에 의해 타이어에 펑크가 나더라도 끈적끈적한 젤리 형태의 특수 봉합제가 자동으로 펑크 난 부위에 흘러들어가 구멍을 메워 공기 누출 없이 주행할 수 있게 해준다. 지난 10년간 60건의 특허가 출원됐다. 금호타이어가 2014년 1월 국내에선 처음 출시했다.

기존 공기 주입식 타이어가 아닌 비공기압 타이어도 개발됐다. 공기 주입 방식 대신 고무나 우레탄을 거미줄처럼 연결한 바퀴살로 형태를 유지해 펑크 걱정을 없앤 새로운 개념의 타이어다. 이 타이어는 같은 기간 국내에서 181건의 특허가 출원됐다.

이 부문에선 한국타이어(32건, 18%)가 가장 많은 출원 건수를 보였다. 프랑스의 미쉐린, 일본의 브리지스톤, 한국의 한국타이어 등에서 각각 ‘트윌(tweel)’ ‘에어리스 타이어’ ‘아이플렉스’란 이름으로 시제품을 개발했다.

타이어 업체들은 타이어 제품 외에 보조 시스템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타이어공기압경보장치(TPMS)다. 주행 중 타이어 공기압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운전자에게 알려줘 사고를 예방할 수 있게 해주는 타이어 공기압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각 타이어 내부에 장착된 무선 송신기, 압력·온도 센서 모듈과 운전석에 설치된 전용 수신기로 구성돼 있다.

이 시스템은 지난 10년간 현대자동차(79건, 14%)가 가장 많은 특허를 출원했다. 세부적으로는 주행 상황별 타이어 압력을 제어하는 제어 기술이 전체의 34%로 비율이 가장 높았다.

TPMS 관련 특허는 현대자동차(79건)·현대오토론(52건)·현대모비스(39건)·한라홀딩스(27건)·금호타이어(17건) 등 국내 완성차와 부품사가 주도했다.
하이테크 기술력의 집약체, '타이어의 변신'
(사진) 한국타이어의 콘셉트 타이어. /한국타이어

◆전기차 타이어 개발에 열 올리는 업계

그런가 하면 최근 국내 타이어 업체들이 가장 공을 들이는 제품은 전기차용 전용 타이어 개발이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전기차 시대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시장조사 업체인 B3에 따르면 2015년 678만 대(하이브리드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순수전기차 모두 포함)에 머물렀던 전기차 시장은 2020년 1045만 대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발맞춰 타이어업계도 전기차 전용 타이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전기차는 고출력·저소음·고연비의 특성을 지닌다. 또 무게가 약 200kg에 달하는 배터리가 장착되므로 차량 중량 또한 무겁다.

따라서 전기차 전용 타이어는 낮은 회전저항과 저소음, 높은 접지력, 내마모성 등 전기차가 요구하는 성능에 최적화된 제품이 필요하다. 기존에는 일반 타이어를 전기차용으로 성능을 개선해 공급하는 사례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전기차의 주요 특징을 만족시키는 전기차 전용 타이어를 개발하는 추세다.

현재 전기차 타이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국내 타이어 업체는 금호타이어다. 이미 2013년부터 전기차 전용 제품 ‘와트런’을 출시하며 완성차 업체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친환경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미리 알아보고 일찌감치 제품 개발에 돌입한 결과 나온 성과다.

금호타이어는 2년여 간의 R&D 기간을 거쳐 ‘와트런’을 내놓았다. 배터리 무게를 견뎌내면서 최적의 연비를 구현하는데 집중해 패턴·재료·구조 등에서 최적화된 설계를 해냈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저소음을 위한 기술을 적용하고 내마모성·접지력을 향상시켰다.

금호타이어는 와트론 출시와 함께 르노삼성의 전기차 SM3 Z.E.에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전기차 중 하나인 이 차에 2018년까지 단독으로 타이어를 공급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기아차 쏘울 EV에도 타이어를 공급하기로 했다.

넥센타이어도 약 2년간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 전기차 전용 타이어 ‘엔블루 EV’를 출시했다. 기아차 쏘울 EV에 제품을 공급하며 완성차 업계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하이테크 기술력의 집약체, '타이어의 변신'
하이테크 기술력의 집약체, '타이어의 변신'
(위) 3세대 런플랫 타이어 구조도.
(아래) 실가드 타이어 구조도.

◆끊임없는 R&D로 미래 타이어 개발

국내 타이어 업체들은 미래의 타이어 개발을 위해 지속적인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먼저 한국타이어는 중앙연구소 ‘한국타이어 테크노돔’을 설립하고 ‘글로벌 톱 티어 도약’을 위한 장기적 원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국타이어 테크노돔은 최첨단 타이어 기술력을 선도하고 품질 경쟁력을 높이는 중·장기 R&D 전략 실행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 전기자동차·자율주행차 등 빠르게 변화하는 오토모티브 산업에서 요구하는 기술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연구, 시험 설비를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국내 타이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실제 상황과 동일한 가상의 테스트를 진행해 모든 특성 값을 디지털로 기록할 수 있는 ‘드라이빙 시뮬레이터’와 드라이빙 시뮬레이션을 위해 차량의 특성 값을 기록하는 ‘SPMM (Suspension Parameter Measuring Machine)’ 등 다양한 최첨단 설비가 들어가 있다.

이를 통해 친환경 원료와 신소재 개발, 시뮬레이션 기술과 네트워킹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미래 신기술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금호타이어 역시 최근 환경·안전 등 자동차·타이어업계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새로운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현재 금호타이어는 중앙연구소를 기초 연구 및 제품 개발을 전담하는 메인 R&D센터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에 운영하던 광주연구소를 완제품 평가 및 품질 모니터링 등 퍼포먼스센터로 운영하는 투 트랙 체제로 R&D 역량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2016년까지 기술력 강화와 우수 인력 양성을 통해 양적 확대와 질적 성장을 추구한 중앙연구소는 2018년까지 시장을 이끌 수 있는 선도적 제품을 개발·출시해 지속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조직으로 완성, 타이어 기술력의 메카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

넥센타이어도 그동안 R&D 분야의 투자를 늘려 초고성능 타이어 성장세의 밑바탕을 마련해 오고 있다. 중국 칭다오, 경남 창녕 신공장을 비롯해 2018년 체코 공장을 가동해 해외시장 공략을 준비 중이다. 현재 넥센타이어는 한국·중국·미국·독일 등 총 4곳에서 R&D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2019년께 이들을 통합·관리하고 R&D 거점 역할을 담당할 중앙연구소가 서울 마곡지구에 입주한다. 향후 국내 연구소를 중심으로 해외 연구소와 글로벌 R&D 구축을 통해 기술 경쟁력 확보와 차세대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cw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