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기억은 어디로 갔을까'
[한경비즈니스=마현숙 한경BP 기획편집부 팀장] 문재인 정부는 보건 의료 정책 1호로 치매국가책임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치매국가책임제는 환자 가족이 짊어졌던 경제적·정서적 부담을 지역사회 인프라와 건강보험제도를 통해 국가와 사회가 분담하겠다는 것이다.
치매는 다른 질환과 달리 환자 본인의 인간 존엄성도 무너지고 생존까지 위협받을 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고통 받는 심각한 질환이기 때문이다. 치매만큼 인간의 존엄성을 무너뜨리는 질병도 없다.
◆치매 가족의 고된 여정…진심 담긴 위로 ‘엄마의 기억은 어디로 갔을까’의 저자 낸시 에이버리 데포는 엄마가 깜빡깜빡하고 조금은 심술궂어지는 모습이 단순히 노화에 따른 변화라고 생각하며 여느 때와 다름없는 생활을 해 나간다.
수업 중 느닷없이 걸려온 아버지의 전화가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먼동이 트기 전 엄마는 잠옷 바람으로 집을 나갔고 아버지는 엄마를 찾으러 나갔다가 계단에서 구르는 사고를 당하고 만다.
추락 사고로 병원에 실려 간 아버지는 기도 삽관을 하는 과정에 폐에 구멍이 생기고 그 폐렴이 일으킨 신부전과 싸우다가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된다.
비극적인 사고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엄마를 곁에서 돌보게 된 딸은 변해 가는 엄마의 모습에 좌절하고 분노하고 슬퍼한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엄마를 다그치고 가르친다. 나는 당신의 엄마가 아니고 당신의 딸이라고, 공공장소에서는 옷을 벗으면 안 된다고,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날 때 뜨개질바늘을 넣으면 안 된다고….
하지만 우리는 누군가가 알츠하이머에 걸리면 받아들여야 한다. 정말이지 다른 선택이 없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환자는 이 병을 친구와 지인에게 숨길 수 있다. 알츠하이머는 잠행성이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종종 크나큰 희생을 치르는 일이 생긴다.
알츠하이머는 천천히 그리고 남모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환자 본인이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쉽게 거부할 수 있다. 본인이 발병 자체를 거부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그 환자에게 친절하게 대해 줄 것이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을까.
저자 낸시 에이버리 데포는 ‘엄마의 기억은 어디로 갔을까’에서 알츠하이머를 더 잘 치료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동시에 어머니와 함께하면서 생긴 오해와 여러 가지 위험한 순간들을 알려준다. 가장 중요한 점은 그녀가 우리에게 한 사람의 인간성을 지속적으로 상기시킨다는 점이다.
누구도 원하지 않지만 고된 길을 떠나야 하는 사람에게 그 길을 먼저 걸어간 사람의 조언처럼 도움이 되는 것도 없다.
병을 외면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라는 참담하지만 진실한 조언, 알츠하이머가 주는 아픔과 그 고통을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깨닫게 되는 감동과 사랑의 메시지 그리고 나이 들고 병들고 늙고 죽는 것에 대한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묵직한 깨달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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