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대상, ‘맞춤형 김치’로 차별화 vs CJ, ‘비비고 김치’로 종가집 맹추격
대형마트, ‘호텔 김치’로 맞불…홈쇼핑, ‘프리미엄 김치’로 주부 지갑 공략
사먹는 김치가 변했다…‘김치 전쟁’ 점입가경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국내 식품·유통업계 간 김치 시장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시장조사 기관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국내 포장 김치 시장은 지난해 기준 1689억원 규모로 지속 성장세다. 시장점유율은 5월을 기준으로 대상이 1위(46.1%)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CJ제일제당이 29.5%의 점유율로 왕좌를 넘보는 중이다.

대상은 최근 맞춤형 김치인 ‘나만의 김치’를 론칭하며 수성에 나섰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비비고 김치’를 출시한 이후 대상과의 점유율 격차를 좁히며 1위 자리를 맹추격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야쿠르트 아줌마가 배달하는 ‘잇츠온 김치’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유통 업체들도 포장 김치 전쟁에 가세했다. 롯데마트는 ‘요리하다 롯데호텔 김치’의 유통 채널을 홈쇼핑 등으로 확대하며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마트의 ‘피코크 조선호텔 김치’도 월매출 1억원 이상을 기록하는 등 꾸준한 인기다.

홈쇼핑업계는 가족 단위 고객을 겨냥한 프리미엄 김치로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대상, ‘김치 종가집’ 명맥 잇는다
사먹는 김치가 변했다…‘김치 전쟁’ 점입가경
(사진) 대상의 ‘종가집 김치’. /대상 제공

올해로 출시 30주년을 맞는 대상 종가집 김치는 맞춤형 김치 서비스와 공항 배송 등 차별화한 고객 서비스로 김치 종가의 자존심을 지킨다는 전략이다.

대상은 올 5월 맞춤형 김치인 ‘나만의 김치’를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다.

나만의 김치는 김치 양념 등을 선택해 개개인의 입맛에 맞는 김치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대상의 통합 온라인몰인 ‘정원e샵’ 홈페이지 상단의 나만의 김치를 클릭해 들어가면 멸치액젓·새우젓·소금·고춧가루 등 양념 첨가 여부와 양을 고를 수 있다.

나만의 김치는 고객 주문을 받은 후 생산하는 제품이다. 고객은 김치 주문 후 최대 1주일 이내에 제품을 받아볼 수 있다.

박영민 대상 온라인사업부장은 “나만의 특별한 맛, 다양한 맛의 김치를 즐기려는 니즈에 따라 고객 기호를 세분화해 맞춤형 김치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상은 해외에 가지고 갈 김치 제품을 공항에 직접 배송하는 ‘공항 배송’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정원e샵 홈페이지에 접속해 출국일을 입력하면 신선한 김치를 공항에서 픽업할 수 있다. 별도 포장 없이 바로 비행기에 실을 수 있는 패킹도 제공한다.

종가집 김치는 해외에서도 인기다. 일본 수출 물량의 90%, 홍콩·대만·싱가포르 등 아시아권에 수출되는 물량의 80% 이상을 현지인이 소비하고 있다. 현재 미주와 유럽 등 세계 40여 개 국가에 진출해 있다.

종가집 김치는 국내 업계 최초로 북미와 유럽에서 식품 안전 신뢰도 표준으로 여겨지는 ‘코셔(Kosher : 유대교의 식사에 관련된 율법 카샤룻에 따라 먹기에 합당한 음식)’ 인증 마크를 획득하기도 했다. 향후 무슬림 등 약 2500억 달러 규모의 코셔 시장에 김치 제품을 수출할 예정이다.

문성준 대상 종가집 김치 담당 팀장은 “후발 업체들이 마케팅에 집중 투자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는 반면 대상 종가집은 시장 선도 기업으로서 포장 김치의 맛과 질을 끌어올리고 글로벌 시장 수출을 견인하기 위한 연구·개발(R&D)에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먹는 김치가 변했다…‘김치 전쟁’ 점입가경
(그래픽) 권민정 기자

◆CJ, ‘비비고 김치’로 왕좌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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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김치’. /CJ제일제당 제공

CJ제일제당은 2000년 첫 김치 브랜드인 ‘햇김치’를 론칭한 이후 2007년 하선정종합식품을 인수하면서 포장 김치 시장에 뛰어들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6월 ‘고급 원재료로 제대로 담근 한식김치’를 표방하는 ‘비비고 김치’를 론칭하면서 종가집을 본격적으로 추격하고 있다.

올해 5월에는 소비자의 다양한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해 기존 서울 및 경기식의 대중적 김치 맛인 ‘비비고 김치 오리지널’ 제품 외에 ‘비비고 김치 더 풍부한 맛’과 ‘비비고 김치 더 깔끔한 맛’ 2종을 출시했다.

비비고 김치 더 풍부한 맛은 덧장까나리액젓을 비롯한 6가지 액젓을 넣었다. 양념이 진하고 칼칼한 김치 맛을 원하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다. 비비고 김치 더 깔끔한 맛은 황태·다시마 육수로 시원한 맛을 더했다. 맵고 강한 맛을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를 위한 제품이다.

CJ제일제당은 김치 발효에 얽힌 선조들의 비법에 현대적 가치를 더해 새롭게 구현한다는 사명감으로 김치 R&D에 주력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은 하선정으로 쌓아 온 김치 사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하선정 김치와 비비고 김치 양대 브랜드를 내세워 포장 김치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하선정 김치가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소비층을 주 대상으로 한다면 비비고 김치는 고급 원재료를 사용해 제대로 담근 한식 김치 콘셉트의 프리미엄 김치로 포지셔닝할 계획이다.

신유진 CJ제일제당 신선마케팅담당 과장은 “100% 천일염과 고춧가루, 국내산 배, 액젓 등 비비고 김치가 재료의 기본부터 다른 최고의 김치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마케팅 활동을 보다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야쿠르트는 야쿠르트 아줌마가 배달하는 ‘잇츠온 김치’로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야쿠르트가 올 6월 선보인 간편식 브랜드 ‘잇츠온’은 1인 가구 증가와 야쿠르트 아줌마 채널의 특성을 살려 단 하나만 구매해도 배송비가 없는 차별화한 간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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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야쿠르트의 ‘잇츠온 김치’. /한국야쿠르트 제공

국·탕·요리·김치·반찬 등으로 구성된 잇츠온의 모든 제품은 주문 후 요리에 들어가고 냉동 및 레토르트식품이 아닌 냉장 식품으로만 유통한다. 요리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유통기한도 최소화했다.

잇츠온 김치 제품은 배추김치·열무김치·총각김치 등 총 3종으로 구성됐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잇츠온 김치는 고춧가루 등 질 좋은 국내산 원재료를 사용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데다 갓 담가 시원하고 아삭한 맛 또한 일품”이라며 “500g 단위 소포장으로 1인 가구는 물론 소규모 가족이 먹기에 부담이 없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호텔 김치’로 입맛 잡는다

최근에는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도 호텔 주방장과 합작한 자체 브랜드 제품을 선보이며 김치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마트는 ‘피코크 조선호텔 김치’와 ‘노브랜드 김치’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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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마트의 ‘조선호텔 김치’. /이마트 제공

이마트는 2015년 8월 조선호텔과 합작해 피코크 조선호텔 김치를 출시했다. 국내산 제철 식재료에 송이와 다시마로 만든 조선호텔 특제 소스 등을 더해 감칠맛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또한 진효상 전주대 교수가 개발한 유산균을 넣어 김치 고유의 톡 쏘는 맛이 최대한 오래 보존되도록 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피코크 조선호텔 김치는 월 매출 1억여원을 기록하는 등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상태”라며 “지난해 6월 선보인 노브랜드 김치 역시 기본에 충실한 맛과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도 올 5월 ‘요리하다 롯데호텔 김치’의 판매처를 홈쇼핑으로 확대하는 등 김치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사먹는 김치가 변했다…‘김치 전쟁’ 점입가경
(사진) 롯데마트의 ‘요리하다 롯데호텔 김치’. /롯데마트 제공

롯데마트는 지난해 8월 요리하다 롯데호텔 김치를 처음 선보였다. 제품에는 이병우 롯데호텔 총주방장이 개발한 레시피와 30년 넘게 김치 제조에 매진해 온 김순자 식품 명장의 노하우가 담겼다.

요리하다 롯데호텔 김치는 올해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20.9%의 매출 성장률을 보인 데 이어 2분기에도 28.8% 성장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요리하다 롯데호텔 김치는 강원도 평창·정선 배추 등 전국 유명 산지의 국내 농산물을 기본 재료로 천연즙과 직접 달인 황태 육수, 아카시아 벌꿀 등의 천연 조미료를 사용해 김치의 풍미를 살린 제품”이라고 말했다.

◆홈쇼핑, ‘프리미엄 김치’로 식탁 노린다

홈쇼핑업계는 장인의 정성과 노하우를 담은 가정 전용 ‘프리미엄 김치’로 주부들의 지갑을 공략 중이다.

GS샵은 TV홈쇼핑을 통해 강순의 김치 명인의 프리미엄 김치를 선보이고 있다. 나주 나씨 종부인 강순의 김치 명인은 200년을 이어 온 집안 내림 손맛과 50년 김치 노하우가 담긴 김치 비법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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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S샵이 선보이는 ‘강순의의 고추씨 백김치’. /GS샵 제공

GS샵이 선보이는 강 씨의 대표 김치는 ‘고추씨 백김치’다. 백김치 만들기에 적절한 속이 꽉 차지 않은 노란 배추만 선별해 다시마육수·멸치액젓·새우젓 등 양념과 찹쌀풀을 버무려 강 씨의 비법인 고추씨를 넣어 담근 제품이다.

GS샵 관계자는 “강 씨의 고추씨 백김치는 청량음료와 같이 톡 쏘는 맛을 자랑해 ‘탄산 백김치’로도 불린다”며 “7월 15일 방송에선 목표 대비 150%의 주문을 받는 등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CJ오쇼핑은 온라인 몰을 통해 프리미엄 김치를 판매하고 있다. CJ오쇼핑은 tvN ‘한식대첩’으로 유명한 요리 연구가 심영순 씨의 ‘담미김치’를 8월 중순 CJ몰에서 단독 판매한다. 깍두기·총각김치·배추김치 등으로 구성된 해당 상품은 500세트 한정 물량만 판매할 예정이다.
사먹는 김치가 변했다…‘김치 전쟁’ 점입가경
(사진) CJ오쇼핑이 선보이는 ‘심영순의 담미김치’. /CJ오쇼핑 제공

CJ오쇼핑 관계자는 “올 들어 프리미엄 김치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명인이 직접 담그는 제품의 특성상 대량생산과 판매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제품의 종류를 보다 확대하는 등 물량을 확보해 더 많은 소비자가 최고급 김치를 맛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홈쇼핑은 19세기 말에 나온 조선시대 요리책 ‘시의전서’에 나온 프리미엄 김치 ‘숭침채’를 선보이고 있다. 숭침채는 지난해부터 총 3회 방송으로 누적 매출 12억원을 기록한 히트 상품이다.
사먹는 김치가 변했다…‘김치 전쟁’ 점입가경
(사진) 현대홈쇼핑이 선보이는 ‘윤미월의 숭침채’. /현대홈쇼핑 제공

숭침채는 윤미월 명인이 일본에서 운영 중인 한식당에서 비정기적으로 VIP 손님에게 제공하던 것을 국내에서 처음 상품화한 김치다. 소금물에 배추를 담그지 않고 뿌리 부분에만 소금을 뿌려 절이기 때문에 일반 김치에 비해 단단하고 물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숭침채는 전복과 낙지를 속으로 활용하고 액젓 대신 황석어젓 살을 저며 넣어 시원한 맛이 강하다. 육류보다 회 등 부드러운 음식과 잘 어울린다는 평가다.

김구환 현대홈쇼핑 식품팀 선임 MD(상품기획자)는 “숭침채는 판매 가격이 5kg에 4만9900원일 정도로 비교적 고가이지만 국산 락앤락 전용 통에 제품을 담고 명인의 감사 인사와 추천 요리를 넣은 편지를 함께 배송하는 고급화 전략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