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이슈-8·2 부동산 대책]
김현미의 ‘집값 잡기’ 초강수...예상 뛰어 넘는 규제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정부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주택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고강도 부동산 안정 대책을 내놓았다.

8월 2일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 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 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한 것이다. 정부의 이번 ‘8·2 부동산 대책’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부동산 대책인 6·19 대책이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한데 따른 후속 조치다.

‘추가적인 종합 대책’이 나올 것으로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이번 대책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고강도 대책이라는 평가다. 2005년 8·31 대책 이후 12년 만에 세금과 대출, 청약 정비 사업 등을 총망라한 강력한 규제가 나온 만큼 부동산 시장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현미의 ‘집값 잡기’ 초강수...예상 뛰어 넘는 규제
(사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8월 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개발 입주권 거래 사실상 금지

8·2 부동산 대책에는 부동산이 투기가 아닌 ‘실거주’가 목적이 돼야 한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겼다. 투기 수요를 철저히 차단하기 위한 여러 규제들이 포함됐다. 우선 정부는 서울 전 지역과 경기 과천, 세종시를 8월 3일부터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투기과열지구에선 여러 조합에서 일반 분양 또는 조합원 입주권을 중복 취득하는 게 불가능해졌다. 관련법 개정 후부터 여러 구역에서 여러 가구를 매입하더라도 한 번 새 아파트를 배정받으면 5년간 추가로 새 아파트를 배정하지 않는다.

재개발 입주권 매매 규제도 처음으로 생겼다. 이전에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도 재개발 입주권(조합원 분양권)은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었다. 정부는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개발 도시환경정비사업 등의 입주권을 관리처분인가 후부터 소유권 이전등기(입주) 때까지 팔지 못하도록 했다.

집값 상승의 근원지로 꼽히는 서울 강남 등 11개 구와 세종시는 투기과열지구 외에도 추가적으로 ‘투기지역’으로도 묶였다.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투기과열지구에 대한 규제에 더해 주택 담보대출을 가구당 한 건으로 제한했다.

만약 비(非)투기지역 등에서 주택 담보대출이 한 건 있다면 투기지역에서 대출받을 때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30%로 낮추기로 했다.
김현미의 ‘집값 잡기’ 초강수...예상 뛰어 넘는 규제
다만 투기지역이라도 부부 합산 소득 6000만원 이하인 서민 또는 실거주 목적자가 6억원 이하의 주택을 구입할 땐 대출 규제가 10%포인트씩 완화된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율도 올렸다. 지난 ‘6·19 대책’으로 지정된 40개 조정 대상 지역에서는 다주택자 양도세율이 내년 4월 1일 양도분부터 최대 62%까지 늘어난다. 2주택자는 양도세율(6~42%)에 10%포인트, 3주택 이상은 20%포인트를 가산해 양도세를 물게 된다.

여기에 1주택 양도세 비과세 요건도 강화했다. 이전까지 1가구 1주택자는 주택을 2년 이상 보유하고 양도가액이 9억원 이하면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됐다. 8월 3일부터는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2년 이상 보유)이더라도 2년 이상 거주해야만 양도세를 면제받는다. 투자 목적으로 매입하는 주택에는 비과세 요건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김현미의 ‘집값 잡기’ 초강수...예상 뛰어 넘는 규제
조정 대상 지역에서는 또 9월부터 청약통장 1순위 자격 취득 기간도 2년으로 늘어난다. 지금까지는 청약통장에 가입한 후 수도권은 1년, 지방은 6개월이 지나면 1순위 자격을 얻었지만 앞으로는 청약통장 가입 후 2년이 지나야 하고 납입 횟수도 24회를 넘어야 1순위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이 같은 조치들을 통해 정부는 전세를 끼고 집을 여러 채 사들이는 이른바 ‘갭(gap) 투자자’ 등 다주택자들의 이익을 최소화하면서 부동산 시장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부동산 시장 냉각 우려도 제기

주택 수를 늘리는 공급 확대 방안도 담겼다. 수도권 교통 요지에 그린벨트를 해제해 신규 공공주택 지구를 개발할 계획이다.

2022년까지 매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소유·관리하는 공공 임대주택 13만 가구, 민간의 값싼 임대주택을 지원해 주는 공공 지원 임대주택 4만 가구 등 총 17만 가구를 공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택지 위치, 택지 규모 등 구체적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신혼부부를 위한 분양형 공공주택인 ‘신혼희망타운’도 2022년까지 총 5만 가구가 새로 지어진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의 강도가 ‘역대급’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시세 차익을 보기 위해 유입됐던 갭 투자 및 분양권 거래 수요가 이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대출 규제로 숨을 고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주택 가격 상승률이 향후 둔화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부동산 시장 침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 매 분기 10만 호를 넘어서는 대규모 아파트 입주 러시가 개시될 예정”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전 방위적인 부동산 수요 억제 정책이 부동산 시장을 냉각시켜 거래 동결 현상을 불러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현미의 ‘집값 잡기’ 초강수...예상 뛰어 넘는 규제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