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일자리 창출에도 빅데이터 활용…불평등 줄이지만 조직 다양성 해칠 수도
문재인 정부 '일자리 창출 공약' 빅데이터로 보니…긍정 62% vs 부정 38%
(사진) 울산대 체육관에서 6월 20일 열린 현대·기아자동차 협력사 채용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참가 업체 부스에서 상담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최재원 다음소프트 이사]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일자리 창출을 주요 정책 1순위로 삼고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공공 기관의 청년 의무 고용 비율을 현행 3%에서 5%로 확대하기로 하고 구직 청년들에게 3개월간 30만원씩 지원금을 주는 청년 구직 촉진 수당도 내년부터 정규 예산에 편성하기로 했다.

민간 대기업에는 청년 추가 채용 권고 및 추가 고용 시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중소기업에는 청년 3명 채용 시 1명분의 임금이 연간 2000만원 한도에서 지원되는 등 정부 지원 정책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공공 부문 블라인드 채용 실시에 대한 정부 발표로 이력서 항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높다.

이를 빅데이터로 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일자리 창출 공약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비율은 62%,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비율은 38%다. 긍정 감성어와 부정 감성어를 비교해 보면 긍정 감성어는 ‘좋은’이 3263건으로 가장 많다. 이어 ‘적극적’ 2264건, ‘멋진 사람’ 1063건 등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공약, 경제성장 기여할 것 62%”

부정 감성어는 ‘반대하다’가 1752건으로 1위다. ‘우려’ 1371건, ‘위기’ 1105건이 그 뒤를 잇는다.

즉 일자리 공약이 경제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전반적 공약 내용과 함께 정부의 적극적 행보를 이끄는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일자리 창출이 결국 외국인 노동자를 더 많이 양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하는 반응도 발견된다.

비정규직 해소에 관해서는 긍정 비율 53%, 부정 비율 47%로 긍정적 반응이 소폭 높았는데 긍정 감성어로는 ‘기쁘다’ 1만2197건, ‘엄청나다’ 5771건, ‘좋다’ 3421건 등이다. 부정 감성어로는 ‘차별’ 6730건, ‘망하다’ 2892건, ‘우려’ 1120건으로 나타났다.

기존 정규직인 사람들은 오히려 역차별이 아니냐는 의견과 함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한국의 경제성장을 도태되게 할 것이라는 소수 의견도 있었다.

일자리 중 가장 각광받는 직업은 무엇일까.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아무리 세상이 빨리 변해도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직업 선택의 기준이다.

직업 선택에서 중요한 기준은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변화 속도와 방향을 예의 주시하되 ‘내가 좋아하는 일’이 직업 선택의 중심이 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 청년들이 가장 이루고 싶은 직업 1순위는 공무원이다.

대학생, 취업 준비생 심지어 직장인까지도 공무원이 되기 위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고등학생, 이른바 ‘공딩족’도 생겨났다.

그동안 많은 청년들이 취업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이른바 ‘스펙’ 쌓기에 온 힘을 쏟았지만 스펙을 쌓아도 정규직 채용이 되지 않는 현실에 결국 해결책은 공무원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일반적으로 공무원 시험에서는 스펙이 필요 없다. 지방대를 다녔건 학점이 나쁘건 정해진 과목을 열심히 공부해 합격 등수 안에만 들면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 퇴직 후에는 연금을 받으니 노후까지 보장된다. 그러니 공무원은 한국 청년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답인 것이다.

빅데이터에서도 공무원에 대한 관심도는 2015년 127만6093건, 2016년 138만4335건, 올해는 상반기에만 124만7007건으로 빠른 증가를 보이고 있다.

2017년 상반기까지 최근 2년 동안 청년과 연관된 빅데이터 단어를 분석한 결과 ‘공무원’, ‘대기업’ 언급량이 늘어나고 있는 반면 ‘꿈’, ‘인생’이라는 단어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지금 청년들은 인생에서 공무원과 대기업이라는 두 가지 답만 좇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 '일자리 창출 공약' 빅데이터로 보니…긍정 62% vs 부정 38%
◆블라인드 채용, ‘사진·학력·신체조건’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에는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 관심 항목 중 ‘학력’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함께 언급되는 정책은 병행해 추진되고 있는 ‘지역 인재 할당제’가 있고 ‘공공 기관’의 블라인드 채용 확대와 관련해 민간 ‘기업’의 확대 여부에도 관심이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블라인드 채용’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긍정 감성이 부정 감성의 약 2.8배 정도 높게 나타났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블라인드 채용’ 적용 이후 다양해질 채용 방식과 면접 방식 등이다. 사회적 차별 해소를 위한 ‘역차별’이라는 우려도 높게 나타났다.

이력서 ‘블라인드’ 항목 중 2013년부터 2017년 현재까지 가장 관심이 높은 항목은 ‘사진’과 ‘학력’이다.

2013년에 비해 관심 비율이 높아진 항목은 ‘신체 조건’이다. 이는 2013년에 비해 7%포인트 증가했다. 관심 비율이 가장 크게 감소한 항목은 ‘나이’로 2013년 대비 3%포인트 감소했다.

다만 블라인드 채용이 유능한 인재를 선발하기에 적합하고 좋다는 반응보다 그동안 스펙을 쌓기 위해 노력해 왔던 학생들이 역차별이라며 반대하는 반응도 상당수 있었다.

‘지역 인재 할당제’는 ‘블라인드 채용’과 긍정률 수준이 비슷하게 나타났지만 부정률이 약 4%포인트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긍정 감성어로는 ‘다양한’ 인재 확보의 가능성을 언급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고 부정 감성어로는 ‘차별’이 가장 많이 언급됐다.

이 밖에 ‘논란’, ‘어렵다’ 등 지역 인재의 정확한 정의 및 할당 수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빅데이터, 인사관리 한계 해결할까

블라인드 채용은 이력서에 학벌과 학력, 출신지, 신체 조건 등 차별적인 요건을 기재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차별적 요소를 배제하고 누구에게나 동등한 기회를 주기 위한 취지다. 높은 스펙보다 인성이나 직무 능력 쪽으로 인재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지면서 채용과 인사관리 분야에도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

최근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인사관리를 위해 새로운 분석 기법인 ‘HR 애널리틱스’를 도입하고 있다. HR 애널리틱스는 인적 자원관리에 데이터 분석의 개념이 더해진 것으로, 인사권자의 재량·직관·경험에 의존하지 않고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사를 관리하는 것이 기존 인적자원(HR) 부서와의 가장 큰 차이다.

국내 한 대기업은 입사한 직원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텍스트 마이닝 기법을 활용해 분석한 뒤 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었고 여기에 입사 후 달성한 성과와 경력을 추적해 데이터화했다.

이를 활용하면 새로운 지원자가 제출한 자기소개서를 분석해 이 지원자가 입사 후 어느 정도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지 빅데이터로 예측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년간 신입 사원 자기소개서를 빅데이터로 분석해 본 결과 지나치게 많은 미사여구를 쓴 신입 사원들은 입사 후 이룬 성과가 평균에 훨씬 못 미쳤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한 회사의 HR 애널리틱스 프로젝트를 보면 자기소개서에 미래 지향적인 내용보다 학력이나 출신 지역에 대한 비중을 더 높게 표현한 직원의 업무 성과가 더 낮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동안 사람을 평가할 때 가장 의존했던 것은 사람을 보고 느끼는 직관이나 통찰이었다. 과거의 어떤 회사는 신입 사원 면접 때 관상을 보는 역술인을 배석했다는 말까지 있었다.

인간의 주관적 판단은 편견에 좌우되는 경향이 크고 또한 조사 결과 증거가 부적절해도 기존의 판단을 믿으려는 의지가 강하다. 특히 채용 담당자는 자신의 경험에 비춰 지원자를 평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편견이 개입될 여지가 있고 무의식적으로 자기가 면접한 학생을 지지할 수 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채용 시스템은 채용 과정에서의 불평등을 최소화하고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획일적 인재가 늘어 조직 다양성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10~20년 전 입사자의 특성을 바탕으로 이 시점에 요구되는 인재를 예측하는 것이 적합한지에 대한 부분도 고민거리로 남아있다.

과연 빅데이터는 ‘우리 기업에 딱 맞는 인재 채용’이라는 기업들의 오랜 고민을 해결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