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커스:공기업]
후임 사장 인선 착수 예정…사장 선임 논란 끊어낼지 여부에 촉각
탈선하는 코레일 뒤엔 ‘낙하산 사장’ 있었다
(사진) 7월 31일 오전 부산역을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역으로 향하던 KTX열차가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장으로 멈춰 운행이 1시간 넘게 지연됐다. 이로 인해 일부 승객들은 예약한 비행기 시간을 놓치기도 했다./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홍순만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수장 공백 상태에 놓인 코레일이 조만간 후임 사장 맞이에 돌입할 예정이다.

과연 이번엔 ‘낙하산’이 아닌 사장이 내정될지 이목이 쏠린다. 특히 최근 코레일이 안전 문제를 비롯해 수서고속철도(SRT) 운영사인 SR, 철도시설공단과의 재통합 논란 등이 도마 위에 오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사장에 올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그간 코레일을 거쳐 간 사장들의 면면을 살펴봤을 때 이번에도 낙하산 인사가 사장에 내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벌써부터 제기된다.

◆임기 채운 사장 한 명도 없어

코레일 사장의 임기는 3년이다. 당초 2019년 5월까지 임기가 예정됐던 홍 전 사장이 7월 28일 돌연 사의를 표하면서 코레일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홍 전 사장은 인천시 경제부시장 출신으로 재임 기간 내내 ‘친박 낙하산’이라는 꼬리표가 수식어처럼 따라다녔고 새 정부 출범 이후 노동계로부터 ‘낙하산 적폐 기관장’ 1순위로 지목됐다. 일각에서는 이런 노동계의 반발이 그에게 압박 요인이 됐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코레일은 후임 사장 인선을 위한 사전 작업 준비에 한창이다. 공공기관은 후임 사장이 오기 위해선 먼저 내부에서 사장 채용 공고를 내야 한다. 이후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채용 공고에 지원한 이들 중 적합한 인사를 추려낸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상부 기관의 장관에게 이를 제청하면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방식이다.

코레일은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인 만큼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후임 사장을 제청한 뒤 대통령이 최종 결정한다. 코레일 관계자는 “(홍 사장이) 갑작스럽게 물러난 뒤 현재 내부적으로 후임 사장과 관련한 채용 공고 등의 일정을 논의 중”이라며 “조만간 임원추천위원회 등을 본격적으로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르면 이달 중 코레일 홈페이지에 사장 채용 공고를 게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전까지는 유재영 부사장이 사장 직무대행을 맡아 코레일을 이끌어 간다.

내부에서는 과연 어떤 인물이 새로운 코레일의 수장이 될 것인지를 놓고 말이 많다. 무엇보다 전문성이 결여된 낙하산 인사 관행이 이번에는 끊어질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공공 기관 중에서도 유독 정관계 출신 낙하산 인사가 매번 사장 자리를 꿰차는 곳들이 대부분인데 코레일도 그중 한 곳이다. 2005년 철도청이 공사화되며 한국철도공사로 운영되다가 2007년 코레일로 명칭을 일원화한 뒤 임명된 사장 대부분이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낙하산 인사라고 하더라도 해당 분야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만 갖췄다면 크게 논란이 될 것은 없다. 코레일이 문제되는 부분은 그간 대부분의 사장들이 이런 부분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데 있다.

철도 분야와 전혀 무관한 정관계 인사들이 사장직에 오르면서 코레일 사장은 어느새 정권과의 이해관계가 높은 인사들만 오를 수 있는 자리처럼 인식됐다.

◆역대 사장 대부분이 전문성 결여

그간 코레일을 거쳐 간 사장들을 보면 신광순 초대 사장과 최연혜 6대 사장을 제외한 나머지는 철도와 전혀 무관한 분야 경력자들이다.

우선 신 전 사장은 2005년 코레일 내부 출신으로 사장에 올랐다. 이런 배경 때문에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그의 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코레일 사장을 맡은 직후 유전 개발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으면서 5개월 만에 물러났다.

이후부터 정관계 인사들이 사장 자리를 꿰차기 시작했다. 2005년 6월 코레일 사장이 된 이철 2대 사장은 3선(12·13·14대) 의원 출신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후보 시절에는 부산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을 하기도 했다.

당시 정권의 실세 중 한 명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이 전 사장은 2년 7개월간 자리를 유지하다가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자 2008년 1월 자진해 물러났다.

강경호 3대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다. 이 전 대통령과 같은 현대그룹 출신으로,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할 땐 서울지하철공사 사장을 맡았다. 강 전 사장의 재임 기간도 그리 길지 못했다. 2008년 6월 취임했는데, 강원랜드 비리 사건에 휘말리며 그해 11월 자리를 떠났다. 과거 돈을 받고 인사 청탁을 한 혐의가 포착돼 결국 구속됐다.

허준영 4대 사장은 경찰청장 출신으로 2009년 3월 코레일 사장에 올랐 다. 철도 분야에 대한 경험이 전무해 취임 전부터 내부에서 반발이 거셌다.

허 전 사장은 2년 9개월 동안 재직하다가 임기 만료 약 3개월을 앞두고 정치권 진출 의중을 나타내며 사장직에서 나왔다. 그는 재임 당시 용산 개발 사업을 주도한 주역이기도 하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구속 기소된 뒤 올해 3월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탈선하는 코레일 뒤엔 ‘낙하산 사장’ 있었다
감사원 사무총장을 역임했던 정창영 5대 사장도 마찬가지였다. 이명박 정권 말기인 2012년 2월 그가 코레일 사장이 되자 감사원 사무총장 출신이 사장으로 낙점된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결국 그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해인 2013년 6월 그는 사의를 표하고 떠났다.

2013년 10월부터 최연혜 6대 사장이 코레일을 이끌었다. 최 전 사장은 철도대 교수 및 총장, 코레일 부사장 등을 거치는 등 전문성에서는 충분한 자질을 갖췄다는 평가다. 다만 정치권 경력과 함께 공모 과정에서 심사 논란이 일며 낙하산 꼬리표를 달았다.

당시 최 전 사장은 1차 코레일 사장 공모에서 최종 후보 3인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하지만 9월 열린 재공모에서 사장으로 선정돼 낙하산 인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재임 기간에도 논란은 이어졌다. 역사상 가장 길었던 2013년 철도 파업의 중심에 바로 최 전 사장이 있었다. 그는 또 지난해 3월 임기 만료 6개월을 앞두고 정계 진출을 위해 사장직을 내려놓아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사장직에 오른 인물이 이번에 임기를 2년 남기고 물러난 홍 전 사장이다. 이처럼 역대 코레일 사장직은 새 정부 출범 때마다 항상 바뀌거나 각종 비리에 연루되는 수난사의 연속이었다.

◆실적에 집중하다 안전 문제 등한시

임기를 채우고 물러난 사장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사장들의 평균 재임 기간이 짧은 만큼 내부 직원들은 새로운 사장이 오더라도 ‘곧 떠날 사람’이라고 여기는 분위기가 만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코레일 사장들은 다른 공공기관장들보다 상대적으로 이른 시기에 레임덕이 찾아온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제대로 통제되지 않다 보니 내부 분위기도 어수선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요인이어서 문제다.

올 들어 달리는 열차 창문으로 쇳덩이가 날아들어 탑승객이 다치거나 열차가 멈추는 등 안전성 문제가 유난히 불거지고 있는데, 이 역시 홍 전 사장이 일찍 레임덕을 맞으면서 내부 직원들의 공직 기강이 헤이해진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과거 사례로 비춰봤을 때 직원들이 올해 정권이 교체됐으니 조만간 사장이 바뀌지 않겠느냐고 충분히 넘겨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끊이지 않는 사장들에 대한 잡음과 여기에 따른 노사 갈등 등으로 코레일의 이미지는 크게 추락한 상태다.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했던 과거와 달리 2014년 이후 계속 실적이 흑자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서 여전히 하위권에 머무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탈선하는 코레일 뒤엔 ‘낙하산 사장’ 있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후임 사장이 정권과의 이해관계보다 전문성과 리더십을 겸비한 내부 혹은 외부 인사가 내정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이와 반대되는 의견을 펼치는 이들도 있다. 현재 정부는 다시 SR과 철도시설공단 등을 코레일과 통합하는 구상을 세우고 있는데 각 기관별로 여기에 대한 찬반 의견이 갈리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번에야말로 힘 있는 낙하산 인사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재통합 과정에서 대양한 이해관계가 상충될 수 있는 만큼 이런 갈등을 봉합하고 결론을 만들어 나갈 수 인물이 적임자라는 얘기다.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