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아이코스, 인지도 및 판매망 우위 vs 글로, 연속 흡연이 최대 장점
히팅 담배, 유해성 논란에도 열풍…‘빅2’ 체제로 더 뜨거워져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 코리아(이하 BAT코리아)가 8월 13일 전자담배 ‘글로’를 선보이면서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의 업체 간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국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가 6월 5일 출시 이후 판매 채널을 넓혀 가며 시장에 안착한 가운데 글로가 제품 경쟁력 등을 앞세워 도전장을 내밀었다.

담배 연기가 없는 히팅 방식의 궐련형 전자담배는 최근 애연가 사이에서 단연 화제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연초 고형물을 이용해 제작한 담배 제품을 불에 태우지 않고 열기로 데우는 전자 기기다. 기존 궐련형 담배에서 발생하는 흰 연기 대신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니코틴 함유 증기가 발생한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아이코스 출시 당시 “관련 연구에 따르면 아이코스에서 발생하는 증기에는 일반 담배 연기에 비해 국제 기관이 정한 유해하거나 잠재적으로 유해한 물질이 평균 90% 적게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흡연자들의 귀가 솔깃해지는 이유다.

여기에 ‘아이코스로 갈아탄 이후 가래가 확연이 줄었다’거나 ‘아이코스 선택 후 기존 담배는 역겨워 피우지 못하겠다’는 등의 체험담이 더해지면서 애연가들의 호기심을 키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앞서 제품을 선보인 일본 시장에서는 아이코스 판매량이 300만 대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아이코스 전용 담배(히츠) 제품의 일본 시장점유율은 4월 중순을 기준으로 약 8.8%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전용 스토어 및 서울에 있는 편의점 CU에서 아이코스 기기와 히츠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세븐일레븐 등 다른 브랜드 편의점까지 판매망을 넓힌 상태다.

한국필립모리스 관계자는 “서울 지역 우선 판매를 시작으로 부산과 대구에 전용 스토어를 오픈하는 등 향후 판매망을 더욱 늘릴 계획”이라며 “경쟁사의 제품 출시를 계기로 연기 없는 담배 제품 시장이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히팅 담배, 유해성 논란에도 열풍…‘빅2’ 체제로 더 뜨거워져
(사진)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 /한국필립모리스 제공

◆아이코스 단점 개선한 ‘글로’ 출격
히팅 담배, 유해성 논란에도 열풍…‘빅2’ 체제로 더 뜨거워져
(사진)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 /BAT코리아 제공

BAT코리아의 글로는 아이코스의 단점 일부를 개선한 제품으로 평가 받는다. 아이코스는 히츠 사용 후 약 3~4분의 충전 시간이 필요해 연속 흡연이 불가능하다. 반면 글로는 한 번 충전으로 전용 담배인 ‘던힐 네오스틱’ 한 갑 이상을 사용할 수 있다.

글로는 가경 경쟁력에서도 아이코스에 비해 한 수 위다. 글로 기기의 권장소비자가는 9만원이다. 공식 웹사이트에서 성인 인증 후 회원 등록을 통해 할인 쿠폰을 발급받으면 구입가를 7만원까지 낮출 수 있다.

비슷한 과정을 통해 기기 값을 9만7000원으로 낮출 수 있는 아이코스(권장소비자가 12만원)에 비해 27.8% 저렴하다. 전용 담배인 던힐 네오스틱의 가격은 한 갑(20개비)에 4300원으로 히츠와 같다.

다만 아이코스에 비해 다소 제한적인 유통 채널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현재 글로 기기와 전용 담배는 서울 가로수길에 자리한 전용 스토어에서 구입할 수 있다. 서울 지역 내 GS25 편의점에서도 글로의 전용 담배를 판매 중이지만 기기는 팔지 않는다.

BAT코리아 관계자는 “8월 말 서울 홍대에 있는 전용 스토어에서도 제품을 선보이는 등 판매 추이를 살펴본 후 판매처와 지역 등을 점차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BAT코리아에 따르면 글로는 2016년 일본 센다이 지역에서 처음 출시된 이후 현재 지역 내 전체 담배 시장점유율의 약 8%를 차지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글로의 판매지역은 7월 도쿄·미야기·오사카 등으로 확대된 상태다.

글로의 유해 물질은 아이코스와 마찬가지로 일반 담배에 비해 약 90% 적다는 게 BAT코리아 측의 주장이다.

◆세금 및 유해성 논란 등 걸림돌 넘어야

궐련형 전자담배는 ‘담배계의 아이폰’으로 통하며 초반 흥행몰이에는 확실히 성공한 상태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에 따르면 아이코스는 30~40대 남성 직장인이 많은 서울 강남구·종로구·마포구 등에서 선풍적 인기다. CU는 7월 말부터 부산·대구 등 지방 점포에서도 아이코스를 판매하고 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한국필립모리스의 방침에 따라 제품 판매량을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아이코스는 점포에 입고되자마자 바로바로 팔려나가고 기기를 구하지 못한 소비자는 미리 예약해 두는 등 수요에 비해 공급 물량이 달릴 정도로 인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궐련형 전자담배의 인기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우선 세금 문제가 걸림돌이다.

전자담배로 분류되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은 일반 담배의 절반 수준이다. 전자담배의 세금은 1갑에 1327원(관세 제외)인 반면 일반 담배는 2914원이다.

국회는 전자담배 세금을 일반 담배와 동일하게 부과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향후 전자담배와 일반 담배의 세금이 같아지면 궐련형 전자담배의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KT&G가 관련 제품 출시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 담배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인 KT&G는 시장 모니터링 후 관련 제품 출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럽 등 선진국 시장점유율이 극히 미미하다는 점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업계에 따르면 필립모리스는 세계 25개국에서 아이코스를 출시했지만 성공한 시장은 일본뿐이다.

유해성 논란도 넘어야 할 관문이다. 현재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등에 대한 공신력 있는 자료는 전무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 성분 분석에 대한 사전 준비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검사 결과는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식약처 관계자는 “신종 담배인 제품의 특성상 국제적으로 공인된 시험법이 없어 객관적이고 공정한 분석법을 찾기 위해 전문가 의견을 취합 중”이라며 “궐련형 전자담배의 니코틴 및 타르 함량 등 유해 성분에 대한 검사를 올해 안에 실시하고 내년에는 나머지 성분으로 검사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