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Ⅱ K패션]
중국 넘어 유럽까지…세계로 가는 K패션
준지·구호·시스템옴므·헤지스, 차별화된 디자인과 치밀한 전략으로 승부
K패션, 유럽에서도 통한 이유는
(사진) 한섬의 ‘덱케’가 올 초 세계 4대 패션쇼 중 하나인 런던 패션 위크에 참여했다. /현대백화점그룹 제공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K패션이 중국을 넘어 패션 본거지인 유럽에까지 진출했다. 국내 유통 구조와 구매력의 한계로 글로벌 패션 시장으로의 확대는 산업 경쟁력 및 성장 동력 확보에 필수적이다.

한국 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글로벌 패션 산업은 리테일 규모를 기준으로 2014년 1조3000억 달러에 달하며 향후 2019년까지 25.4% 성장한 1조7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패션의 격전지에서 K패션의 위치는 어떻게 될까.

지난해 패션 시장은 ‘성장’보다 ‘생존’이 중요한 시기였다. 패션업계도 저성장 기조에 따른 소비 위축과 내수 침체의 악순환을 피할 수 없었다.

지난해 국내 패션의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2.3% 성장한 38조329억원으로 추정된다. 한국 패션 시장은 2011년 11.8% 성장한 이후 매년 4% 미만의 낮은 성장에 머물렀다. 올해도 상황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삼성패션연구소가 발표한 올해 국내 패션 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3.3% 성장한 39조2732억원이다.

저성장과 함께 글로벌 패션 기업과의 경쟁, 성장하는 해외 직구 시장, 소비 위축 등 다양한 요인이 겹쳐 한국 패션 시장은 성장이 제자리걸음했다.

이에 따라 패션업계는 유통 채널 다각화와 신규 브랜드 론칭, 기존 사업 체질 개선 등 성장을 이어 가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찾아 나서는 중이다. 특히 세계 패션 시장으로의 진출은 필수가 됐다. 국내시장의 소비 절벽, 인구 절벽을 극복하기 위한 목적과 함께 국경 없는 e커머스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한국 패션 산업은 이른바 ‘K패션’이라고 불리며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조용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패션의 성지인 파리와 뉴욕에까지 당당하게 입성했다.

고급 디자이너 브랜드에서부터 토종 캐주얼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국내 패션 대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120년 역사의 유수 백화점 ‘라파예트’의 러브콜을 받거나 현지에서 팝업 스토어를 오픈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저변을 확대 중이다.

◆ 삼성물산
리한나도 사랑하는 프리미엄 브랜드
K패션, 유럽에서도 통한 이유는
(사진) 삼성물산의 ‘준지’가 영국 런던의 해로드백화점에 입성했다. / 한국경제신문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해외 진출에 적극적인 곳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남성복 브랜드 준지(JUUN.J)로 파리를 공략하고 여성복 브랜드 구호(KUHO)로 뉴욕 진출에 성공했다.

구호는 2016년 9월 뉴욕에 첫 입성해 노드스트롬, 레인크로러드, 싱가포르 클럽21백화점을 비롯해 캐나다 온라인 편집 숍 센스와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남성복 브랜드 준지는 해외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10년째 꾸준히 세계 4대 패션쇼에 참석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스타들도 준지를 애용한다.

미국 팝가수 리한나와 카니예 웨스트는 준지 마니아로 유명하고 전설적인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2008년 펜디 컬렉션 피날레에 준지를 입고 등장했다.

준지는 2007년 파리 컬렉션에 첫 진출한 이후 10년 동안 해외시장 공략에 온 힘을 쏟았다. 그 결과 준지는 2015년 1월 한국 브랜드 최초로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세계 최대 남성복 박람회인 ‘피티 워모(Pitti Uomo)’에 게스트 디자이너 자격으로 참석했다.

역대 게스트 디자이너로 톰브라운·발렌티노·겐조·디젤·제냐 등 최고의 글로벌 브랜드들이 거쳐 간 박람회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자체 브랜드로 세계 유수의 남성복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이서현 사장도 현장에 참석해 준지의 정욱준 디자이너를 격려했다.

준지는 현재 뉴욕·런던·파리·밀라노·홍콩 등 30여 개국 100여 개 매장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영국 해로드백화점에 팝업 매장을 열어 글로벌 사업 확장에 날개를 달았다. 해로드백화점은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만을 입점시키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밖에 SAKS(뉴욕), 갤러리 라파예트(파리)를 비롯해 편집매장 레클레어(파리)·조이스(홍콩·중국)·오프닝세리머니(도쿄) 등에 입점해 있다. 이를 통해 2020년 글로벌 매출 1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섬
고품격 디자인으로 파리 백화점 러브콜
K패션, 유럽에서도 통한 이유는
(사진) 프랑스 라파예트백화점에 정식 입점한 한섬 ‘시스템옴므’. 현대백화점그룹 제공

현대백화점 그룹의 패션·의류 업체 한섬도 올해 프랑스와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섬은 2014년 프랑스 파리의 대표적 쇼핑 명소인 마레 지구에 의류 편집매장 ‘톰그레이하운드 파리’를 열며 첫 해외 진출을 시작했다.

다른 기업에 비해 해외 진출이 늦은 편이지만 해외 평판과 입지는 놀라울 정도다. 톰그레이하운드 파리가 입소문을 타면서 프랑스를 대표하는 백화점 갤러리 라파예트 바이어들도 찾았다.

톰그레이하운드는 현재도 한섬의 ‘쇼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섬 시스템은 올해 초 프랑스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 편집매장 ‘뢰유 데 갤러리’에 들어갔다. 이 매장에서 K패션 브랜드는 시스템이 유일하다. 시스템옴므도 라파예트백화점 남성 전문관에 정식 매장으로 입점했다. 아시아 남성 패션 브랜드로는 최초였다.

라파예트백화점은 프랑스 최대 백화점이자 매년 300만 명 이상의 쇼핑객이 찾는 ‘파리 패션의 상징’이다. 라파예트백화점에 매장을 입점하려면 팝업 스토어 개설, 편집 숍 입점 등이 사전 수순으로 여겨진다.

시스템옴므가 팝업 스토어와 편집 숍 입점 등 사전 테스트 없이 프랑스 라파예트에 매장을 오픈한데는 ‘톰그레이하운드’의 힘이 컸다. 라파예트백화점 입점을 토대로 한섬이 영국 런던 등 주변 패션 강국으로 영역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스템의 라파예트 입점은 톰그레이하운드 파리를 찾은 현지 백화점 바이어 및 유통 관계자들이 먼저 관심을 보이며 시작됐다. 시스템 관계자는 “라파예트백화점에 입점할 때 현지 바이어가 ‘고품격 디자인’과 ‘다양한 상품 라인’을 높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한섬은 중국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섬은 지난해 중국의 수입 브랜드 유통 전문 업체인 항주지항실업유한공사와 시스템 브랜드의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올해 중국 내 시스템과 시스템옴므 매장을 10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한섬의 유럽 진출은 프랑스로 끝나지 않았다. 한섬의 ‘덱케’는 올해 초 토종 잡화 브랜드 최초로 런던 패션 위크에 진출했다. 런던 패션 위크는 파리·뉴욕·밀라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4대 패션 컬렉션이다. 이후 영국과 프랑스에 쇼룸을 운영하고 프랑스·이탈리아·영국 등 유럽 3개국과 일본·대만의 편집매장과 주문 계약을 체결했다.

한섬은 유럽 마켓에서는 가두 상권의 편집 숍이 중요한 패션 채널이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유명 편집 숍 입점을 목표로 하고 향후 백화점과 온라인몰 등 채널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섬은 2020년까지 중국 전역에 50개 이상의 유통망을 확보해 누적 매출 15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경영 목표도 내놓았다. 한섬 관계자는 “2020년까지 해외 매출을 전체 매출의 1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섬은 ‘타임옴므’와 ‘더캐시미어’등 다른 브랜드의 해외 진출도 검토 중이다.

◆LF
프리미엄 전략으로 국가 대표 토종 캐주얼 만들어
K패션, 유럽에서도 통한 이유는
(사진) 프랑스 파리 편집 숍 콜레트에 진출한 LF ‘헤지스’. / LF제공

LF도 헤지스를 내세워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헤지스는 국내 대표 토종 캐주얼 브랜드다. 안정된 디자인과 좋은 소재 등 여러 면에서 해외 소비자들에게 ‘먹힐 수 있다’는 게 LF의 설명이다.

LF는 체계적으로 수립된 중·장기 계획에 따라 주력 브랜드인 헤지스를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헤지스는 2007년 말 중국 굴지의 패션 기업 빠오시냐오그룹과의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중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매년 100% 이상의 매출 신장을 거듭해 왔다. 2017년 6월 말 기준 270여 개의 매장을 확보하는 등 토종 캐주얼 브랜드 중 가장 성공적으로 해외에 진출한 브랜드로 꼽힌다.

이 같은 헤지스의 중국 시장 성공 배경에는 철저한 프리미엄 전략이 있었다. 헤지스는 중국 출시 때부터 제품 가격 및 디자인과 소재의 질을 한국과 동일한 수준으로 책정해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내세웠다.

매장 위치 역시 주로 고소득층이 쇼핑을 위해 방문하는 상하이 강후이, 난징 진잉 등의 지역 명품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을 중심으로 입점하는 전략을 세웠다.

중국 내 한국 캐주얼 브랜드 중 매출 선두를 달리던 헤지스는 2015년 6월 중국의 아동복 전문 기업인 지아만사와 헤지스키즈에 관한 중국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연간 30%씩 성장하는 24조원 규모의 중국 아동복 시장에도 진출한 것이다.

헤지스는 2013년과 2014년에는 국내 토종 캐주얼 브랜드 중 최초로 대만과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2017년 7월 프랑스 파리의 유명 편집 숍 ‘콜레트(Colette)’에 입점해 쇼윈도 전시를 하며 유럽 진출의 신호탄을 쏘았다.

파리의 럭셔리 문화 중심지인 생토노레 거리에 자리한 콜레트는 1997년 개장 이후 매 시즌 세계 패션 트렌드를 선도하는 제품들을 꾸준히 선보이며 미국의 ‘오프닝세리머니’, 이탈리아 ‘텐코르소코모(10 CorsoComo)’와 함께 세계 3대 편집 숍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특히 콜레트가 매월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1~2개의 브랜드를 선정해 매장 입구 윈도에 전시하는 ‘콜레트 쇼윈도’는 전시되는 것만으로 세계 패션계에서 영향력 있는 브랜드로서의 가치가 입증되는 것으로 ‘발망’, ‘알렉산더왕’ 등이 이곳을 거쳐 갔다.

LF는 프랑스 파리 ‘콜레트’ 입점 및 쇼윈도 전시, 파리 마레 지구 ‘헤지스’ 팝업 스토어 오픈, 글로벌 전략 라인, 아티스트 에디션 라인 론칭,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한 브랜드 로고(BI) 리뉴얼을 통해 유럽까지 시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헤지스’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글로벌 라인인 ‘아티스트 에디션’을 준비했다. ‘아티스트 에디션’은 전 세계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활동 중인 글로벌 아티스트들이 헤지스의 로고나 심벌 등 다양한 브랜드 아이덴티티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창조한 작품을 헤지스의 제품에 녹여내는 글로벌 프로젝트다.

첫째 협업 아티스트로 프랑스의 유명 아트 디렉터이자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불리(BULY) 1803’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람단 투아미를 선정했고 투아미 CD와 협업한 첫째 ‘아티스트 에디션’ 제품은 8월 5일까지 ‘콜레트’ 쇼윈도에 전시되고 연말까지 판매된다.

또 LF는 9월 프랑스 패션과 예술의 심장부로 불리는 파리 마레 지구에 의류는 물론 뷰티 제품과 카페가 결합된 복합 문화 공간 형태의 ‘헤지스’ 팝업 스토어를 오픈하고 ‘아티스트 에디션’의 첫째 컬렉션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이랜드
철저한 현지화로 안정적인 진출
K패션, 유럽에서도 통한 이유는
(사진) 중국 상하이에 오픈한 이랜드 슈즈 SPA 브랜드 ‘슈펜’. / 이랜드 제공

이랜드는 1994년 상하이에 생산 지사를 설립해 1996년 ‘이랜드’를 론칭, 중국 패션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이랜드는 현재 중국 내 44개 브랜드 7300여 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중국에서 반응이 가장 좋은 이랜드 브랜드는 ‘스코필드’다. 한국에서 사업을 접고 2005년 중국에 상륙한 스코필드는 중국 백화점에 입점해 명품 못지않은 대접을 받고 있다. 전문직 직장 여성 고객을 메인 타깃으로 지난해 중국 내 30개 매장에서 2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상하이의 대표적인 백화점 빠바이반에서는 여성복 매출 1위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올해 중국 A급 백화점에 20개 매장을 신규 오픈했고 1분기(1~3월)에는 점당 매출이 20% 성장하는 등 중국 젊은 여성들의 트렌드에 대응하고 있다.

여성복 이랜드와 스코필드는 중국 시장에서 각각 연매출 4000억원, 2000억원을 달성하면서 잠재 성장성을 과시하고 있고 캐주얼 SPA(제조·유통 일괄 의류) 브랜드 스파오는 매출 3000억원을 돌파했다. 여성복 SPA 브랜드 미쏘와 슈즈 SPA 브랜드 슈펜도 1000억원 브랜드에 합류하는 등 현지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또 이랜드는 그동안 인수해 온 유럽의 명품 의류·잡화 브랜드 만다리나덕·코치넬레 등을 중국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면서 현지 고급 패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랜드의 성공 뒤에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있었다. 처음 한국 직원을 중국에 파견할 때 직원들을 보내면서 중국 관련 서적 100권을 독파하도록 할 정도였다. 현지에서는 6개월간 193개 도시를 순회하며 철저한 사전 시장조사를 완료하고 중국 전 지역에 생산 기지를 구축했다.
중국인들의 문화와 특성도 적극 반영했다. 빨간색을 선호하는 중국인 성향에 맞게 매장 로고를 빨간색으로 하고 회사명을 이랜드가 아닌 ‘이리엔(衣戀)’으로 바꿨다.

영어로 된 사명 대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중국인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었다. 또한 연간 5000명 이상의 중국인을 채용하고 지속적인 사회 환원을 통해 전 지역 52개 지사까지 전략적으로 확대할 수 있었다.

◆코오롱FnC
미래사업본부로 해외 사업 추진
K패션, 유럽에서도 통한 이유는
(사진) 중국 왕푸징에 들어선 ‘코오롱스포츠’ 매장. / 코오롱FnC 제공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하 코오롱FnC)은 디자이너 슈즈 브랜드 ‘슈콤마보니’를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펼치고 있다.

슈콤마보니는 국내 1세대 슈즈 디자이너 이보현 씨가 2003년 만든 브랜드로, 뛰어난 퀄리티와 독특한 디자인을 강점으로 국내외 두터운 마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다. 슈콤마보니는 론칭 이후부터 매년 해외 컬렉션 시즌에 맞춰 1년에 총 4회에 걸쳐 컬렉션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는 파리 봉마르셰백화점과 런던 셀프리지백화점에 팝업 스토어를 여는 등 유럽에서 브랜드 입지를 다져 나가고 있다. 특히 봉마르셰백화점은 1853년 세계 최초로 문을 연 백화점인 만큼 진출 의미가 더욱 크다. 유럽뿐만 아니라 2017년 현재 해외 20개국의 100개 이상의 편집 숍과 백화점에서 유통되며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코오롱FnC는 ‘코오롱스포츠’의 중국 진출 확대를 위한 현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업사이클 브랜드 ‘래코드’의 유럽 진출을 본격화하는 중이다. 지난 10년간의 중국 투자로 ‘코오롱스포츠’는 2016년 230개 매장에서 900억원 정도의 매출을 달성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래코드’는 지금까지 전시나 트레이드 쇼 등을 통해 해외 진출을 타진해 왔다.

한편 코오롱FnC는 최근 미래사업본부를 신설해 글로벌 진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미래사업본부는 해외 확장 가능한 ‘신규 브랜드 론칭’과 첨단 통신 기술을 탑재한 ‘커넥티드 패션’에 주력하며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선다.

신규 브랜드 론칭은 중국에 치우쳐 있는 패션 브랜드의 해외 진출 사업을 미주 지역으로 확대하기 위해 온라인과 협업을 키워드로 잡아 세 개의 브랜드를 시범적으로 운영한다. 미래산업본부는 젊은 직원이 주가 돼 꾸려진 만큼 대기업의 조직 문화를 벗어나 발 빠르게 트렌드를 이끌 수 있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 수익보다 인지도 제고에 초점
K패션, 유럽에서도 통한 이유는
올해 국내 패션 기업의 상반기 실적이 활기를 띠기 시작해 하반기로 갈수록 국내 의류 소비 회복세가 짙어질 것이란 전망이 더해지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한섬은 올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3000억67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6.6% 신장했다.

영업이익 또한 119억300만원으로 동기 대비 47.4% 늘었다. 삼성물산도 올해 2분기 패션부문 영업이익이 95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LF도 실적 개선세가 뛰어날 것이란 전망이 계속된다. 매출 성장은 부진했지만 비효율 매장 철수로 비용을 개선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내 패션 대기업들의 성적은 좋아지고 있지만 해외 K패션의 객관적인 실적은 아직 미미하다. 특히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와 소비 절감으로 중국 시장의 성장세가 좋지 않다.

삼성물산의 에잇세컨즈 상하이 법인은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고 이랜드도 티니위니를 매각했다. 따라서 해외시장에서의 무리한 외형 확대보다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K패션의 해외 진출이 단순히 수익성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유럽은 세계적인 패션 컬렉션이 개최되며 세계 각국 패션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K패션 브랜드들의 유럽 진출은 자사 브랜드의 우수성을 자연스럽게 알리고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패션 기업의 해외 진출은 국가마다 진출 방향성을 다르게 판단해야 한다”며 “유럽 지역으로의 진출은 단순히 수익성을 위한 시장 진출이라기보다 현지 테스트 베드로서의 역할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코오롱 관계자는 “해외시장에선 당장의 가시적인 수익 증진보다 초기 투자를 통한 브랜드 인지도 확산 및 제고 등을 통해 초석을 다진 후 더 큰 발전과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