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현장]
한반도 비핵화 전략 놓고 ‘백가쟁명’…北 정권교체부터 선제타격론까지

[워싱턴(미국)=박수진 특파원] 올해 7월 북한의 연이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시작된 미국과 북한 간 ‘강(强) 대 강’ 대치 국면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반도 위기가 6·25전쟁 이후 60여 년 만에 최고조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2차 ICBM 발사 후 확 달라진 미국

7월 28일 북한이 사정거리를 미 본토까지 확장한 ICBM 발사에 사실상 성공하자 미국은 발칵 뒤집혔다.

이유는 두 가지다. 당초 미 당국은 북한이 ICBM 개발을 아무리 앞당겨도 미 본토까지 닿을 수 있는 미사일 기술은 일러야 2020년이나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 북핵이 어느새 ‘코앞의 위협’이 된 것이다.

북핵이 당장의 위협이 됐지만 뾰족한 대응책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북한이 연이은 미사일 발사 실험과 김정남 살해 등의 도발을 감행하자 새로운 대북 정책을 구상했다.

결론은 전략적 인내를 접고 ‘최고의 압박과 개입’으로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낸다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손을 잡았다. 무역 적자 문제를 눈감을 테니 북핵 해결을 위해 힘써 달라는 요구였다.

중국은 북한산 석탄 수입 금지 조치 등으로 미국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6월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 7월 2차례의 ICBM 발사 실험 등으로 중국 역할론에 한계가 드러났다.

이후 미국의 북핵 대응은 크게 세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직접적인 도발 중지 압박, 중국에 대한 경제 보복 조치, 국제사회를 통한 대북 제재 강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경고는 직접적이고 강력하게 나왔다. 그는 8월 8일 “북한의 핵 위협이 계속된다면 세상에서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튿날엔 “미국의 핵 능력은 역사상 최고”라며 “핵무기를 사용할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트위터에 썼다. ‘죽음의 백조’라고 불리는 전략폭격기 B-1B의 한반도 출격이 잦아졌고 B-1B를 통한 북한 미사일 기지에 대한 핵공격 계획설도 흘러나왔다.

북한은 ‘괌 포격론’으로 대응했다. 북한 전략군은 8월 9일 “8월 중순까지 미국령 괌에 대한 포위 포격 계획을 완료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타격 시점과 방법까지 적시하며 위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칼끝은 중국도 겨냥하고 있다. 그는 8월 11일 시 주석과의 전화 통화에서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혐의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다고 통보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중국을 상대로 한 첫 통상 관련 제재 계획이다. 중국의 지재권 침해 규모는 연간 6000억 달러, 약 7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4일 미 무역대표부(USTR)에 조사 개시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북핵 등에서 성의 있는 협조가 나오지 않으면 중국산 철강 수입 규제, 환율 조작국 지정 등 다른 카드를 추가로 쓸 수도 있다는 경고다.

국제사회를 통한 대북 제재도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8월 5일 북한산 석탄과 철광석 등에 대한 수입 금지, 북한 노동자 추가 채용 금지, 북한과의 신규 합작 투자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대북제재결의안 2371호를 통과시켰다.

북한의 수출을 3분의 1 정도 줄이는 강력 제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추가 경제제재와 관련, “이번에 내놓은 제재안보다 더 수준 높은 경제제재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활발해진 한반도 미래 담론

한반도 위기는 8월 15일을 기점으로 다소 잦아드는 모양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괌에 대한 포격 대신 “어리석은 양키들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겠다”며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한반도 내에서의 일방적인 군사행동에 반대한다”며 미국발 전쟁론에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워싱턴 대북 전문가들은 북핵 사태가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앞으로 핵무기를 가진 북한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를 놓고 의견이 팽팽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 외교의 거두’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미·중 빅딜론’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8월 12일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을 통해 “북한 비핵화와 정권 붕괴 후 상황에 대해 워싱턴과 베이징이 합의한다면 국제사회에서 평양의 격리를 가속화하고 이후 벌어지는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정권 붕괴 후 한반도가 통일이 되든 1국 2체제가 되든 북한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보장해 주고 한반도에서 미군 철수를 약속해 준다면 중국이 자신들의 이해를 위해서라도 한반도 비핵화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주장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대북 인권특사를 지낸 제이 레프코위츠는 ‘남한 주도 통일 포기론’을 들고나왔다. 그는 7월 29일자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미국은 중국에 북한 정권 교체를 설득하기 위해 ‘하나의 한국’ 정책, 통일된 한반도를 포기하는 진짜 당근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존 볼튼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반대다. 그는 남한 주도의 통일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북에 대한 선제타격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장 내년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한 미사일로 미국을 타격할 가능성이 있는데 ‘실현 가능성 없는’ 외교적 해결책에만 매달려 있을 수 있겠느냐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북한 정권 교체론’을 주장했다. 그는 7월 20일 한 강연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이뤄진다면 좋겠지만 (평화적 방법으로 안 된다면) 북한의 핵 개발 능력과 핵 개발 의도가 있는 인물을 분리해 떼어 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은만 도려내면 자연스럽게 정권 교체, 비핵화 등의 목표들을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저명 칼럼니스트이자 외교 전문가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제재론자’다. 그는 8월 11일자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북한은 단 하나의 강점(핵무기)과 수많은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는 적”이라며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맞대응하기보다 강력한 억지력을 갖고 북한 체제 내부의 취약점을 전략적으로 공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