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단백질 공급원’에서 한국 캔햄의 대명사로…연매출 3300억원 도전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햇반(즉석밥)·봉고(승합차)·대일밴드(일회용 반창고) 등은 브랜드 자체가 일반명사처럼 통용되는 공통점이 있다.

즉석밥이라는 생소한 카테고리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도 햇반이라고 하면 바로 고개를 끄덕인다. 이처럼 ‘캔햄’하면 잘 모르지만 제품의 이름을 말하면 바로 알아듣는 브랜드가 있다. CJ제일제당의 ‘스팸’이 그 주인공이다.

스팸은 국내 캔햄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1980년대 출시 당시 75%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던 ‘런천미트’·‘치즈햄’·‘로스팜’·‘장조림햄’ 등을 제치고 이제는 캔햄을 대표하는 고유명사가 됐다.

스팸은 수십 년 동안 한국인과 함께하며 쌀밥과 김치로 대표되는 한국 식탁의 인기 반찬으로 명성을 이어 가고 있다.

◆6·25전쟁 때 미군 통해 국내 상륙
자체 생산 30주년…한국인의 ‘밥도둑’ 스팸
(사진) 1987년 스팸 출시 광고. /CJ제일제당 제공

스팸은 1937년 미국 호멜이 처음 출시했다. 햄과 다진 돼지고기를 섞어 캔에 담은 스팸은 대공황의 여파로 굶주리던 1930년대 후반 미국 저소득층에게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2차 세계대전 때에는 미군이 참전한 모든 국가에 스팸이 자연스럽게 전파되기 시작했다. 당시 미군은 스팸을 전투식량으로 채택했다. 스팸은 유럽은 물론 태평양의 작은 섬에 이르기까지 조리와 보관이 쉬운 음식으로 주목받았다.

스팸이 국내에 처음 들어온 시기는 1950년 6·25전쟁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스팸은 편리하고 맛있는 돼지고기 특수 부위와 같은 존재였다. 부유층이나 미군 부대와 연줄이 있는 사람만 누릴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

스팸을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은 미군 부대 쓰레기통을 뒤져 남은 스팸이나 소시지·햄버거고기·베이컨 등을 모아 식당에 팔 정도였다. 여기에 김치 등을 섞어 만든 음식이 지금의 ‘부대찌개’다.

이후 CJ제일제당(당시 제일제당)이 제품을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기로 결정하면서 마침내 스팸의 대중화 시대가 열렸다. CJ제일제당은 1986년 3월 호멜과 기술제휴, 1987년 5월 한국산 스팸을 본격 생산하기 시작했다.

CJ제일제당은 ‘세계적인 명성, 세계적인 품질. 스팸을 제일제당이 만듭니다’는 출시 광고를 앞세워 반세기 동안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 온 제품이라는 점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당시만 해도 캔햄은 일반 제품에 비해 고가였다. 하지만 한국산 스팸은 출시 첫해에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은 500톤이 판매되며 돌풍을 일으켰다. 휴대 및 사용이 간편하고 보존 기간이 긴 장점이 부각된 것이다.

이듬해인 1988년에는 매출이 두 배로 뛰는 등 성장세를 이어 가기 시작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올해로 자체 생산 30주년을 맞은 스팸은 연간 생산량 약 2만 톤(7500만 개), 금액으로는 3000억원어치가 팔리는 대한민국 대표 먹거리”라며 “스팸의 인기가 지속될 수 있도록 품질관리 등에 더욱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팸을 생산하는 CJ제일제당 진천공장은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지정은 물론 원료 선택부터 최종 제품 출하까지 철저한 검증을 통해 각 단계별로 발생할 수 있는 위해 인자를 차단하고 있다.

스팸의 모든 원료는 법에 정해진 규격보다 엄격한 CJ제일제당의 규격 검사를 통과해야만 공장에 입고될 수 있다.

CJ제일제당은 특히 잔류 농약이나 중금속·벤조피렌·보존료·방사능 등의 다양한 위해 물질 이슈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인프라 구축과 분석 대상 등을 확대하는 중이다.

최종 제품이 만들어진 후에도 품질 안전 관리는 계속된다. 엄격한 공정관리를 거쳐 생산된 스팸은 미생물 분석을 통해 최종 출고가 결정된다.

스팸의 꾸준한 인기 비결에는 한국인 입맛에 맞게 짠맛을 줄인 자체 레시피도 큰 역할을 했다.

CJ제일제당은 국내산 냉장 돼지고기 뒷다리살과 미국산 냉동 돼지고기 앞다리살을 적절히 배합해 맛과 식감을 살린 최적의 제품을 생산한다. 돈육 외에 핏줄이나 힘줄 등의 부산물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제거하는 수고로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자체 생산 30주년…한국인의 ‘밥도둑’ 스팸
(그래픽) 송영 기자

◆해외 언론이 조명한 한국인의 스팸 사랑

‘한국인의 밥도둑’으로 통하는 스팸은 ‘명절 선물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2014년 초 미국 뉴욕타임스의 국제판인 인터내셔널 뉴욕타임스는 ‘스팸과 사랑에 빠진 한국’이라는 타이틀의 기사를 게재해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뉴욕타임스는 “이제는 신선한 고기가 부족하지도 않고 유기농 음식을 선호할 정도로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졌지만 한국에서 스팸의 위상은 다른 국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남다르다”며 “한국 내 스팸 판매량은 지난 10년간 4배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에서 스팸은 명절에 소중한 사람에게 전하는 고급 선물 세트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프리미엄 유통 채널인 백화점에서 수입산 와인, 자연산 버섯, 정육 세트 등 고가의 선물 세트와 나란히 진열될 정도”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에서 스팸은 미국으로부터 물려받은 ‘싸구려 캔햄’이라는 오명을 벗고 명절 시즌 세련된 포장에 3만원대부터 그 이상의 가격에 판매된다”고 상세히 전했다.

실제로 스팸 전체 매출에서 명절 선물 세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상상 이상이다.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 명절 기간 스팸 선물 세트의 매출은 각각 10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실속형 소비 트렌드 등으로 중저가이면서도 실용적인 가공식품 선물 세트를 선택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합리적 가격에 프리미엄 인식이 더해진 스팸 선물 세트의 매출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며 “올해 추석에는 약 115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