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Ⅰ수소차]
차세대 수소차 세계 최초 공개…친환경차 시장 세계 2위 청사진
현대차, 수소차로 친환경 새판 짠다
(사진)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올해 1월 ‘2017 CES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현대차는 친환경적이고 주변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운 미래 모빌리티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정몽구의 차가 돌아왔다.’ 2005년 청와대에서 열린 시승행사에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직접 시운전을 하며 청와대 도로를 누볐던 한국 최초의 수소연료전지차(수소자동차)가 올해 8월 17일 다시 모습을 보였다.

이날 현대차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 설치된 수소에너지 체험 공간 ‘수소 전기 하우스’에서 ‘차세대 수소전기차’를 공개하며 내년 출시 계획을 알렸다.

한 번 충전으로 580km 이상을 달리는 차세대 수소전기차는 정몽구 회장이 선보인 이후 2013년 세계 최초로 양산된 1세대 수소전기차인 투싼 수소전기차(415km)보다 주행거리가 160km 이상 늘었다. 최대 출력도 기존보다 약 20% 증가한 163마력(PS)까지 키웠다.

이는 동급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성능이다. 또 섭씨 영하 30도 기온에서도 시동이 걸려 추운 날씨에 시동이 잘 걸리지 않는 수소전기차 상용화의 기술적 난제를 해결했다.
현대차, 수소차로 친환경 새판 짠다
(사진) 현대차가 선보인 ‘차세대 수소전기차’./ 현대차 제공

◆ 전기차 주도 친환경 시장에 등장한 수소차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4위인 현대차가 수소차 첫 양산에 이어 진일보된 차세대 수소차를 출시함에 따라 순수전기차의 완승으로 끝나는 듯했던 미래 친환경차 시장 주도권 경쟁이 제2라운드에 접어들게 됐다.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 넘어가는 복합 기술인 하이브리드차를 제외하면 현재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은 전기차가 주도하고 있다.

전기차는 말 그대로 배터리를 충전한 뒤 전기의 힘으로 달리는 차다. 내연기관차와 달리 주행 중 배기가스가 전혀 없고 엔진이 내는 소음과 진동도 없다. 직접 전기를 생산해 내는 수소차에 비해 차량 구조가 훨씬 간단하고 가격 또한 저렴하다.

단점은 충전 시간이 길고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가 일반적으로 100~300km 내외로 짧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대용량 배터리를 채택해 주행거리가 500km를 넘는 차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수소차는 이론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친환경차로 꼽힌다. 연료전지가 수소와 공기 중 산소를 결합해 물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전기가 만들어지고 이 전기의 힘으로 달린다.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배기가스 배출이 없고 순수한 물만 배출된다.

오히려 연료전지 작동을 위해 흡입되는 공기 중에 포함된 미세먼지 등 공해 물질을 정화하는 작용을 한다. 반면 연료전지 스택(연료전지를 겹겹이 쌓아 올린 묶음)과 수소탱크·배터리 등을 갖춰야 해 전기차보다 가격이 크게 비싸진다.

전기차에 비해 짧은 충전 시간과 상대적으로 긴 주행거리가 장점이다. 표준화된 수소탱크 및 충전기를 사용하면 완충 시간이 5분 이하로 기존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수준이다.

전기차보다 주행거리도 길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 시판 중인 도요타 미라이나 혼다 클래리티, 현대차 차세대 수소차 등은 모두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500km 이상이다.
현대차, 수소차로 친환경 새판 짠다
◆ 시계 빨라진 세계 친환경차 시장

전기차와 수소차의 상용화가 속속 진행되면서 130년의 역사를 가진 내연기관차의 퇴출은 머지않은 미래가 됐다.

특히 대기오염 및 지구온난화 현상에 따른 환경오염 문제가 국제적 이슈로 떠오른 상황 속에 2015년 일어난 폭스바겐의 디젤 배출가스 조작 사건은 자동차의 환경 규제를 법제화하는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영국 런던은 2019년부터 기준치 이상의 배기가스를 배출하며 도심에 진입하는 차량에 12.5파운드(약 1만7000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고 독일은 화석연료 차를 2030년까지 퇴출시킬 것이라고 발표했다. 영국과 프랑스도 2040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중국도 신에너지차(NEV) 의무 생산 할당 제도를 도입해 전기차 시장을 키우고 있다. 공해를 줄이고 자국 자동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신에너지차 생산 기준(2018년 연간 생산량의 8%, 2019년 10%, 2020년 12%)을 지키지 못하는 완성차 업체에 페널티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나 수소차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진영은 크게 전기차와 수소차로 양분되는 분위기다.

우선 유럽과 미국 그리고 중국 등은 전기차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디젤게이트 파문의 주인공이었던 폭스바겐이다. 폭스바겐은 2025년까지 전기차 개발에 90억 유로(약 12조1100억원)를 투자해 30종 이상의 전기차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 밖에 메르세데스-벤츠를 가지고 있는 다임러그룹과 BMW 등은 2025년에 전체 모델에서 전기차 비율 20% 전후로 키울 계획을 세우고 연구·개발에 한창이다.

미국에서도 전기차 시장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4000만원대 전기차 ‘모델3’를 출시한 테슬라는 전기차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고 제너럴모터스(GM)는 ‘볼트(Bolt)’를 출시했다. 이들은 각각 연 100만 대와 50만 대를 생산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밖에 미국 스타트업 패러데이퓨처는 1000마력의 힘을 갖춘 콘셉트 슈퍼 전기차 ‘FF 제로 1(FFZERO1)’을 최근 공개하며 전기차 붐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의 ‘전기차 굴기’도 무척 매섭다. 지난해 중국 내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를 포함한 전기차 판매량은 20만7382대다. 전 세계 판매량의 40%에 가까운 규모다. 대기오염 감소, 전기차 산업 부흥 등을 위해 정부가 막대한 보조금을 줘서다.

한국에서도 현대차가 6월 ‘아이오닉 EV’를 내놓은 데 이어 2020년 400km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를 양산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하지만 테슬라·GM·BMW 등에 비해 기술적으로나 규모 측면에서 약간 멀어진 상황이다.
현대차, 수소차로 친환경 새판 짠다
◆ 기술 앞선 현대차, 日과 수소차 패권 경쟁

하지만 수소차에서만큼은 다르다. 현재 수소차 시장은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형성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현대차는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1998년부터 수소차 관련 연구를 개시한 현대차는 투싼 수소차를 세계 최초로 독자 개발해 2013년 3월부터 양산하기 시작했다.

2014년 말 미국 자동차 전문 조사 기관 워즈오토는 투싼 수소차의 파워트레인을 ‘2015년 10대 엔진’으로 선정해 투싼 수소차가 수소차 세계 최초로 10대 엔진에 선정되기도 했다.

여기에 현대차가 이번에 공개한 차세대 수소전기차는 1세대 수소차인 투싼 수소차보다 주행거리나 출력 등에서 더욱 향상된 기술력을 보여 앞으로 수소차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특히 이번에 개발된 차세대 수소전기차는 친환경 보조금을 지원 받으면 3000만~4000만원대에도 가능할 것으로 알려져 내년 초 상용화 시점을 시작으로 수소차 시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경쟁자 역시 만만치 않다.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 도요타는 대량 양산용 수소차 모델 미라이를 2014년 12월 출시했다. 연간 생산 규모를 지난해 700대에서 올해 3000대로 늘린데 이어 2020년 3만 대 수준을 노리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도 이렇다 할 양산 모델이 없을 뿐 수소차 개발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GM이다. GM은 1964년 자동차 업계 최초로 수소차를 개발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GM은 현재까지 총 300만 마일의 수소차 주행 시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다임러그룹은 수소차 관련 연구·개발을 1980년부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2003년 2세대 수소차를 개발했고 현재 일본의 3대 완성차 제조업체인 닛산과 공동으로 수소차를 개발 중이다.

하지만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은 전기차가 주도하고 있다. 수소차 시장이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인프라다. 수소 충전소를 구축하는 데 들어가는 설치비용이 만만치 않다. 일반 주유소 건설비용은 약 1억~2억원이 소요된다.

이에 비해 수소 충전소 구축비용은 약 30억원 정도로 일반 주유소의 15배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입지와 규모에 따라 건설비용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2015년 서울시가 지은 서울 상암동 수소충전소 건설비용은 62억원이 들었다. 이 시설의 연간 유지비용은 2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수소 충전소 건설 시 15억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이를 고려해도 수소 충전소 구축비용은 부담이다. 문제는 수소 충전소가 구축돼도 수소차가 많지 않아 민간 기업이 선뜻 수소 충전소 사업에 뛰어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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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소차의 성공 열쇠는 가격과 정부 지원

수소차 가격이 전기차보다 월등히 비싼 것도 극복 과제다. 연료전지 촉매인 백금은 희귀하고 비싸다. 수소차 연료전지에는 50~70g의 백금이 촉매로 필요해 전기차 부품과 비교하면 절대 가격이 높다. 산업용 수소를 공급하는 업체도 많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한국에는 서울 2곳, 경기권 5곳, 지방 3곳 등 총 10개의 수소 충전소밖에 없다.

반면 일본은 현대차보다 1년여 정도 늦게 수소차를 개발했지만 판매 대수와 인프라 모두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투싼ix는 240대, 미라이는 1000대 정도 팔렸다.

현대차의 기술력이 앞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요타에 시장을 내준 이유는 정부 정책의 부재 때문이다. 일본은 하이브리드차에서 성과를 냈던 ‘올 재팬’ 방식을 수소차에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일본은 정부 내에 수소차 정책 컨트롤타워를 만들었다. 올해 하반기엔 정부 주도로 주요 제조업체들이 참여하는 충전소 출자회사를 설립한다. 여기에 더해 일본은 2020년 도쿄 올림픽 때 수소 연료전지로 구동하는 승용차와 버스가 선수들을 수송하도록 하고 2020년에는 연간 3만 대의 수소차를 판매할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현대차가 일본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부 주도의 인프라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소차는 전기차와 한 차원 다른 기술이다. 중국에서 전기차는 만들어 내도 수소차엔 쉽사리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후발 주자와 아직 기술 격차가 있을 때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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