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스타필드·롯데마트·GS수퍼마켓, 독특한 분위기와 가성비 지닌 그로서란트로 매출 ‘쑥쑥’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최근 유통업계가 기존 신선식품 매장을 ‘그로서란트’로 차별화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로서란트는 그로서리(식재료)와 레스토랑(음식점)을 결합한 신조어다. 식재료 구입과 요리를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복합공간을 뜻한다. 현장에서 구매한 해산물이나 쇠고기 등을 즉석에서 요리해 제공하는 방식이다.

시식 등을 통해 신선식품을 단순 판매만 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식재료로 만든 요리를 차분하게 즐기도록 하고 추가 구매까지 유도하는 형태다.

그로서란트는 시장 한복판에 온 듯한 독특한 분위기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무기로 소비자의 지갑을 공략한다. 소비자가 장보기와 식사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어번 델리’, 영국 런던의 ‘데일스포드 오가닉’, 미국 뉴욕의 ‘일 부코 엘리멘터리 앤드 비네리아’ 등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로서란트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이마트와 롯데마트, GS수퍼마켓을 운영하는 GS리테일이 그로서란트 도입 매장을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그로서란트는 소비자와 유통사 모두에게 윈-윈이다. 유통사에는 그로서란트가 식품 매출 발생 효과뿐만 아니라 고객이 매장에 머무르는 시간을 늘려 추가 매출 발생을 기대할 수 있다. 소비자는 ‘맛과 가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새로 생긴 깔끔한 고급 마트에서 구입한 좋은 식재료를 가지고 저렴한 추가비용만 내면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일례로 스테이크(호주산)는 조리비용을 포함해 300g 기준 3만원대 초반 가격이면 먹을 수 있다. 최소 5만~6만원인 스테이크 전문점보다 훨씬 저렴하다.
유통업계, ‘그로서란트’로 고객 지갑과 시간 뺏는다
◆이마트, 스타필드 하남·고양에서 그로서란트 선보여
유통업계, ‘그로서란트’로 고객 지갑과 시간 뺏는다
(사진) 구입한 고기를 근사한 스테이크로 제공하는 스타필드 고양 지하 1층에 자리한 ‘부처스 테이블’. /이마트 제공

이마트는 지난해 9월 오픈한 스타필드 하남 내부 신세계백화점 지하 1층에 대형마트 최초로 그로서란트 개념을 도입한 ‘PK마켓’을 선보였다. 전통시장 및 각국의 푸드 스트리트 등을 재현한 PK마켓은 색다른 인테리어와 상품 구성으로 눈길을 끈다.

이곳 ‘부처스 테이블’에서는 구입한 쇠고기를 즉석에서 스테이크로 제공한다. 팩에 담겨 있는 스테이크용 등심을 고른 뒤 고기 값에 조리비용 8000원을 추가하면 근사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수산시장을 재현한 ‘피시 마켓’에서는 고객이 직접 고른 생선을 신선한 회나 초밥으로 제공한다. 완성된 요리는 PK푸드 스트리트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즐기면 된다.

PK마켓에는 팩에 든 과일을 착즙 주스로 제공하는 코너도 있다. 착즙 비용은 과일값에 포함돼 있다.

주부 이윤정(41·경기 하남시 덕풍동) 씨는 “아이와 함께 쇼핑하다가 진열된 쇠고기 맛이 궁금해 조리 코너를 이용했는데 맛이 괜찮다”며 “내일 저녁에는 집에서 온 가족이 모여 스테이크 파티를 즐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주중에 약 3000명, 주말에는 약 5000명이 PK마켓 하남점을 찾고 있다”며 “즉석 조리 코너를 이용하는 고객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마트는 8월 24일 오픈한 스타필드 고양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그로서란트를 선보이고 있다.

스타필드 고양 지하 1층의 PK마켓에는 하남보다 규모를 대폭 늘린 부처스 테이블이 들어서 있다.

‘라이브 로브스터 바’에서는 수족관에 담긴 싱싱한 바닷가재를 즉석에서 요리로 제공한다. 바닷가재 값에 조리비용 5000원을 추가하면 홍합 등의 해산물을 곁들인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롯데마트, 서초점에 초대형 ‘그로서란트 마켓’ 도입
유통업계, ‘그로서란트’로 고객 지갑과 시간 뺏는다
(사진) 구매한 고기를 즉석에서 요리해 제공하고 포장도 가능한 롯데마트 서초점 지하 2층에 자리한 ‘스테이크 스테이션.’ /롯데마트 제공

롯데마트는 4월 27일 오픈한 서울 양평점에 그로서란트를 본격 도입했다. 롯데마트 양평점 지하 2층에 자리한 축산 매장에선 기존 대형마트의 ‘원물 위주 판매’ 방식에서 벗어나 스테이크에 관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한다.

양평점 ‘스테이크 스테이션’에서는 구매한 고기를 맛보려는 고객에게 즉석에서 스테이크를 제공한다. 완성된 요리를 포장해 가져갈 수도 있다.

롯데마트는 특히 7월 27일 서울 서초점을 오픈하며 대폭 업그레이드된 그로서란트를 선보였다. 롯데마트는 서초점 지하 2층의 약 3분의 1인 2083㎡(630평)를 초대형 그로서란트 마켓으로 꾸몄다.

롯데마트 서초점 스테이크 스테이션에서는 양평점과 마찬가지로 팩에 담긴 다양한 부위의 스테이크용 고기를 구매할 수 있다. 이 고기에 1500원의 조리비용을 내면 채소 등을 곁들인 그럴듯한 스테이크를 매장에서 바로 즐길 수 있다.

매장 안에 드라이 에이징, 에이징 전용 숙성고 9대를 설치해 보다 다양한 상품을 선보인다.

‘씨푸드 스테이션’에서는 로브스터·새우·연어·장어 등 집에서 조리하기 까다로운 수산물을 취향에 따라 찜이나 구이 등의 요리로 만나볼 수 있다. 조리비용은 스테이크와 마찬가지로 팩당 1500원이다.

‘주스 스테이션’에서는 오렌지·자몽·코코넛 등의 과일을 구매하거나 그 자리에서 착즙해 주스로 즐길 수 있다. 착즙 비용은 500원이다.

‘샐러드 스테이션’에서는 샐러드용 채소와 토핑·소스를 선택해 자신만의 샐러드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롯데마트 서초점 그로서란트 마켓은 대형마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신선식품 관련 서비스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GS리테일도 그로서란트 경쟁에 가세했다. GS리테일은 6월 27일 오픈한 GS수퍼마켓 서울 송파위례점에 그로서란트를 접목했다.
유통업계, ‘그로서란트’로 고객 지갑과 시간 뺏는다
(사진) GS수퍼마켓 송파위례점의 ‘쿠킹 존’. /GS리테일 제공

GS수퍼마켓 송파위례점 ‘쿠킹 존’에서는 원하는 쇠고기 부위와 채소 등을 구매한 후 1500원의 조리비용을 부담하면 즉석에서 스테이크를 즐길 수 있다.

GS수퍼마켓 송파위례점은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철 농수산물을 활용한 즉석 조리 상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해남 고구마로 만든 맛탕, 강원도산 ‘찐 찰옥수수’ 등의 먹거리를 쿠킹 존에서 선보임으로써 원물 구매까지 유도하는 방식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8월 20일까지 전월 같은 기간 대비 쿠킹 존 이용 고객 비율이 약 2.7배 늘었다”며 “고객 반응 등을 더 살펴본 후 그로서란트 도입 매장 확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