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 통한 미래 전략 구상, “마힌드라와 전기차, 피닌파리나와 프리미엄 차 개발”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마힌드라그룹 대표이사(사장) 겸 쌍용자동차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파완 고엔카는 무척 바쁘다.
국내에 알려진 직함 외에도 인도자동차엔지니어협회(SAE)·인도자동차리서치협회(ARAI)·인도자동차제조협회(SIAM) 등 다양한 자동차 협회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마드라스인도공대(IIT Madras)의 이사회 회장도 맡고 있다.
지난해부터 마힌드라의 사업을 총괄하면서 세계 방방곡곡을 누비고 있다. 이 때문에 인터뷰가 쉽지 않았다.
지난 7월 한경비즈니스·NICE평가정보가 공동 선정하는 ‘2017 대한민국 100대 기업’ 순위 조사에서 쌍용자동차는 90위에 이름을 올렸다. 9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전년 대비 442계단 상승했다.
한경비즈니스는 고엔카 대표이사의 e메일 인터뷰를 추진했다. 그리고 답변을 받기까지 2개월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다.
여기에는 ‘빨리빨리’보다 ‘느려도 확실하게’라는 ‘인도식 경영자 마인드’가 한몫했다. 그만큼 서면 인터뷰 답변에는 ‘성의’가 보였다.
고엔카 대표 본인이 직접 단어 하나하나를 신중히 선택해 작성했고 그 어느 질문 하나도 허투루 답하지 않았다. 특히 한국 문화와 쌍용차 임직원을 존중하는 자세를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의 답변 중 “쌍용자동차는 한국 경영진에 의해 독립적으로 경영되는 한국 회사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메이드 인 코리아’ 브랜드로 남을 것입니다”라는 문장은 그가 추진하고 있는 쌍용차의 경영전략이 무엇인지 잘 보여줬다.
고엔카 대표와의 서면 인터뷰 중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사진)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대표./ 마힌드라그룹 제공
- 쌍용차의 실적이 좋습니다. 어떠한 요인이 있을까요.
“마힌드라는 쌍용차의 한국적인 전통과 긍지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쌍용차의 이런 특별한 문화적 전통을 계속 이어 나가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인수 이전 어려움을 겪었던 쌍용차를 안정화하기 위해 신제품, 브랜드, 시장 개발, 비용 절감과 플랫폼 공유, 소싱(sourcing), 연구·개발(R&D) 등의 다양한 측면에서 마힌드라와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투자에 집중했습니다. 그 결과 이 모든 분야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고 우리는 앞으로도 해당 분야들에서 더 많은 기회를 모색하고자 합니다. 쌍용차는 향후 3~4년 동안 신차 출시를 위한 적극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흑자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신모델과 시장 확대를 통해 지속적인 물량 증대를 기대합니다.”
- 쌍용차를 인수한 배경은 무엇인가요.
“기본적인 인수 배경은 쌍용차가 마힌드라와 같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문 기업이라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쌍용차가 프리미엄 브랜드 포지션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고 쌍용차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플랫폼·정보 공유, 공동 제품 개발, 소싱, 유통 등에서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또한 쌍용차는 우리에게 한국이라는 잘 개발되고 세련된 자동차 시장 환경 속에서 자리 잡고 있는 기업이었습니다.”
- 인수 당시 한국 내의 여론은 좋지 않았습니다.
“인수 전 외국 기업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습니다. 특히 중국 상하이차의 ‘먹튀’ 논란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수 후 예상보다 더 부정적인 여론의 반응에 놀랐습니다. 마힌드라는 대중에게 새로운 기업이었고 한국에서 신뢰를 얻어야 했습니다. 우리는 외국 기업이 한 국가에서 성공하기 전에 먼저 그 나라 현지에서 인정받고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고 전반적으로 잘 해결해 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한국 여론에 마힌드라는 ‘먹튀’ 기업이 아닌 높은 윤리적 기준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 앞으로 4년간 쌍용차에 1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마힌드라는 쌍용차 인수 후 투자 부족으로 노후화된 제품 파이프라인을 새롭게 개선하고 브랜드를 강화함과 동시에 비용 구조와 재무 성과를 개선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왔습니다. 이를 통해 제품 파이프라인은 상당 부분이 개선됐고 향후 12~18개월 내에 차세대 플랫폼과 제품들로 완전히 새롭게 바뀔 것입니다. 우리가 발표한 투자 계획도 이러한 계획에 따른 것입니다. 투자는 마힌드라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쌍용차의 자체 현금 창출을 통해 이뤄질 것입니다. 이는 마힌드라가 쌍용차에서 발생하는 배당을 챙기지 않고 재투자하겠다는 것으로 쌍용차의 독립 경영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 2019년 순수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도 밝혔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차세대 전기차 기술 및 제품 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에게 매력적인 전기차를 제공하기 위해 1회 충전으로 200~300km 주행이 가능한 하이엔드 전기 파워트레인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해당 기술은 쌍용차와 협업을 통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마힌드라와 쌍용차는 2020년까지 전기 SUV를 출시할 계획입니다. 또한 2015년 인수한 이탈리아 자동차 디자인·제작회사 피닌파리나와 쌍용차가 공동으로 고급형 프리미엄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품들은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것입니다.”
- 마힌드라그룹의 한국 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파트너십과 투자를 통해 한국 내에서 회사의 입지를 키우기 위해 다양한 기회를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에서 마힌드라의 관심은 높은 기술력과 함께 신제품 개발을 지원할 수 있는 훌륭한 현지 벤더(vendor) 등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최근 마힌드라는 한국과 과일 무역 관련 소규모 투자 협정을 맺은 바 있습니다.”
- 한국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한국 시장은 굉장히 발전됐고 정교합니다. 많은 한국 기업과 브랜드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며 그들의 기술·혁신·품질을 기반으로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과 같은 높은 비용을 상쇄합니다. 또한 한국 소비자들은 기술과 품질 면에 기대감이 매우 높은 편입니다. 한국 고객 특유의 취향과 선호로 외국 기업들은 그들의 부품을 한국 기업에서 조달해야 하고 한국 시장에서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게 영향력(local presence)을 갖춰야 합니다.” [파완 고엔카는 누구?]
엔지니어 DNA 품은 ‘스콜피오의 아버지’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그룹 대표이사(사장) 겸 쌍용차 이사회 의장은 2002년 출시 후 11년 동안 인도 내수 시장에서 40만 대가 팔린 스테디셀링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스콜피오’ 개발의 주역이다.
인도에서는 ‘스콜피오의 아버지’로 불린다. 고엔카 대표는 인도 칸푸르공과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했다.
14년간 미국 디트로이트의 제너럴모터스(GM) 연구·개발(R&D)센터에서 근무했고 1993년 마힌드라 R&D 부문 임원으로 입사했다.
당시 R&D 사업부에는 엔지니어가 50여 명에 불과했지만 고엔카 대표는 이곳에서 마힌드라의 첫 작품인 스콜피오를 탄생시켰다. 인도 회사가 자체 개발한 SUV에 대한 인도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마힌드라는 인도 SUV 시장을 장악했고 젊고 도시적인 이미지의 자동차 회사로 거듭날 수 있었다. 고엔카 대표는 도시 개발 사업 등 다수의 개발 프로젝트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3년 고엔카 대표는 자동차 부문 운영 책임자, 2005년 9월 자동차 부문 사장을 거쳐 2010년 4월 자동차·농기계 부문 사장, 2013년 마힌드라그룹 이사회 최고 임원에 올랐다. 2016년 11월 28일 마힌드라그룹의 대표이사로 임명됐다.
엔지니어로서의 그의 업적은 화려하다.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와 인도국립공학회의 석학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그가 개발한 엔진 베어링과 마찰저항분석법은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활용되고 있다.
1997년 미국자동차공학회에서 주최하는 국제자문대상, 1991년·1995년 제너럴모터스의 찰스 맥쿠엔상, 1987년 버트 L. 뉴커크상, 1986년 제너럴모터스에서 최고실적상, 2004년 인도 칸푸르공과대에서 자랑스러운 동문상을 수상했다. 2012년 미국 자동차공학회 인도 재단의 우수 엔지니어링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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