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I 김문환 한세엠케이 대표 인터뷰]
유통혁신·부진사업 정리로 경영 효율화 꾀해
“NBA 라이선스 옷으로 중국서 대박”
(사진) 김문환 한세엠케이 대표가 자사 골프웨어 브랜드 LPGA의류·소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범세 기자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동대문 도매시장에서 시작해 3000억원 규모의 패션 회사로 거듭난 한세엠케이(구 엠케이트렌드).

미국프로농구협회(NBA)·미국여자프로골프(LPGA)와 독자적인 라이선스를 체결하며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한 엠케이트렌드가 작년 한세실업에 인수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엠케이트렌드는 한세엠케이로 사명을 변경하며 2017년 상반기 누적 매출 156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5% 증가했고 2분기 매출 765억원, 영업이익 47억원으로 작년 대비 각각 4.75%, 152%까지 증가했다.

전반적인 패션 산업이 침체기인 상황에서 캐주얼 브랜드를 주력으로 하는 한세엠케이가 한세실업의 신성장 동력으로 거듭난 것이다. 김문환 한세엠케이 대표를 만나 그의 경영 스토리와 인수 후 무엇이 변했는지 들어봤다.

김 대표는 1994년 한세엠케이의 모태인 TBJ에 합류해 회사를 3000억원 규모로 키운 주인공이다. 동대문 도매 패션 회사였던 TBJ에 합류하기 전에는 자동차 부품 회사인 만도에서 해외 비즈니스 업무를 맡았었다.

외국어와 해외 프로세스에 능통한 김 대표는 엠케이트렌드 창업자의 권유로 합류해 해외 의류 생산과 수출의 기초를 잡았다.

“당시 도매 회사로 해외 생산을 하면서 다른 데보다 더 좋은 가격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어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때 브랜드가 많이 없어지자 이를 기회로 동대문 도매 회사가 아닌 의류 브랜드 TBJ로 다시 시작했죠.”
“NBA 라이선스 옷으로 중국서 대박”
(사진) 김문환 대표와 한세엠케이 직원들./ 서범세 기자

◆ NBA 독자 라이선스로 중국 시장 공략

한세엠케이는 2011년 NBA와 독점 라이선스를 체결한 데 이어 2015년 LPGA와도 독점 라이선스를 체결하는 등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NBA 라이선스로 리테일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곳은 뉴욕 NBA플래그십스토어와 한세엠케이밖에 없다.

“상품 기획부터 디자인·유통까지 모두 우리 회사에서 독창적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NBA 라이선스 체결 당시 아웃도어 쪽이 굉장히 성수기였는데 아웃도어를 하기에는 늦은 감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에 목말라 있었죠.”

NBA 한국 비즈니스가 성공하면서 NBA 측에서 중국 라이선스도 한세엠케이에 맡겼다. 중국은 현재 한국보다 많은 152개 매장이 진출해 있다.

스포츠 자체는 미국 브랜드여서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타격도 없었다. 중국에서의 사업은 성장을 거듭하며 한세엠케이 실적에 날개를 달아줬다. NBA 리테일 사업의 글로벌 진출 성공 배경에는 중국인들의 농구 사랑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에서는 야오밍 선수 이후 NBA 스포츠 자체에 대한 이해와 인기가 아주 높은 상황이에요. 공장의 직원들도 구단·감독을 비롯해 선수들에 대해 꿰차고 있을 정도죠. 시즌 전 경기를 TV나 모바일 플랫폼으로 중개해 주는 것은 기본이고 NBA가 주최하는 다양한 행사도 중국 내에서 대대적으로 이뤄질 정도로 붐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LPGA는 한국 파트너를 모색하던 중 NBA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전개하고 있던 한세엠케이를 찾아 독자 라이선스를 체결했다.
“NBA 라이선스 옷으로 중국서 대박”
◆ “변화와 도전이 성공 비결”

국내 토종 브랜드로 꿋꿋하게 자리매김하던 엠케이트렌드가 한세실업에 인수된 지는 1년. 김문환 대표는 한세실업과의 인수·합병(M&A)을 ‘시너지’라고 정의했다.

“큰 회사와 결합하면서 효율적인 경영에 큰 도움이 됐죠. 직원들에 대한 복지나 채용에 대한 기회도 많아지면서 인프라 구축도 훨씬 수월해졌어요.”

한세실업 자회사로 편입된 후 손익 구조 향상과 회사 전체의 성장 속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그는 말했다.

인수와 함께 부진했던 편집숍 한 매장에서 2개 이상의 브랜드를 판매하는 유통 형태 사업을 정리하면서 경영 효율화를 꾀했고 전략적인 중국 시장 진출로 매출 성장을 도모했다.

김 대표는 직원들 사이에서 얼리어답터로 유명하다. 앞서가지 않으면 불안한 성격이어서인지 그 어느 나라에 가든 백화점 전자 매장과 전자상가를 방문한다. 새로운 것에 대한 수용과 도전 정신은 사업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물류·판매·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전자태그(RFID) 시스템을 물류센터에 접목했다.

“5년 전 쯤 미국 갭(GAP) 매장에 갔는데 라벨이 두껍고 딱딱했어요. 잘라서 분석해 보니 RFID 칩이었죠. 당시 한국에선 수요가 많지 않고 칩이 비싸 상용화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재작년부터 정부에서 시행한 육성 사업의 지원을 받아 한세엠케이의 모든 브랜드에 RFID 칩을 부착할 수 있게 됐습니다.”

RFID는 한세엠케이 매장과 물류센터에 새로운 혁신을 가져왔다. 창고 반출부터 반품까지 모든 과정이 바코드로 진행되면 제품별 바코드를 인식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시간이 소요된다.

반면 RFID는 한 박스에 100장이 들어가도 스캐너만 통과하면 모든 옷의 데이터가 한꺼번에 저장된다. 물류센터뿐만 아니라 매장에서의 재고 조사가 쉬워졌고 어느 매장에서 언제 팔렸는지 상품에 대한 빅데이터 구축도 가능해졌다.

김 대표는 올해 초 사장에 부임한 지 6개월 만에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끌었다. 남은 하반기를 성공적으로 보내기 위해 그가 꺼낼 카드는 무엇일까.

“시장은 늘 가변적입니다. 통제되지 않는 외부적인 환경 요인은 어쩔 수 없지만 개선할 수 있는 내부적인 요인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무엇보다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를 정확하게 읽어내 판매 적중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비자 니즈와 큰 오차가 없도록 디자인 단계, 상품 기획 단계부터 신중해야 하고 합리적인 원가로 좋은 제품을 만들어 가격 경쟁력을 높여야죠.”

구기 종목 중 가장 큰 공인 농구공(NBA)과 가장 작은 공인 골프공(LPGA). 이 둘의 간격만큼 다양하고 차별화된 비즈니스 전략을 구사하고 싶다는 김 대표의 마지막 말에 자신감과 자부심이 엿보였다.

kye0218@hankyung.com


[김문환 한세엠케이 대표약력]
- 1957년생. 1982년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졸업. 1982년 만도 기계기술제휴부. 1990년 제벡 아메리카. 1994년 엠케이트렌드 상무. 2011년 엠케이트렌드 대표이사 부사장. 2017년 한세엠케이 대표이사 사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