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분양자 귀책사유로 계약 해제될 때 분양 대금 반환 범위는 [한경비즈니스=사봉관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결혼 후 10여 년 동안 전셋집을 전전하던 A는 아파트를 구입하기로 마음먹고 2012년 9월께 대형 건설회사 B가 용인시에 건축하는 109㎡(33평)형 아파트를 3억원에 분양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A는 건설사 B에 계약금으로 3000만원을 납부하고 B가 알선한 C은행으로부터 중도금 대출을 받았다.
총 6회 분할 납부하기로 정해진 중도금은 1회부터 5회 차분 합계 1억5000만원을 납부했다. 그런데 A는 더 이상 분양 대금을 납부하기가 어려워졌다.
건설사 B는 2014년 9월께 아파트를 준공한 후 A에게 입주 기간인 2014년 11월 30일까지 6회 차 중도금과 잔금 등을 납부하지 않으면 분양 계약을 해제하겠다고 통지했다.
그 후 건설사 B는 C은행이 A에게 대출해 준 중도금 대출 원리금 1억1000만원(그중 이자는 1000만원)을 대위변제했다.
이 사건은 다음의 조항(‘이 사건 조항’)을 적용할 수 있다. ‘A의 귀책사유로 본계약이 해제된 때에는 공급 대금 총액의 10%가 위약금으로 건설사 B에 귀속된다.
이때 건설사 B는 A가 기납부한 대금에 대해 각각 그 받은 날로부터 반환일까지 연리 2%에 해당하는 이자를 부가해 A에게 환불하되 위약금 및 기타 공제금에 대해서는 이자를 부가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A는 건설사 B에 이 사건 분양 계약이 해제됐으니 A가 납부한 분양 대금 합계 1억8000만원과 이에 대한 민사 법정이자(연 5%)에서 위약금 3000만원과 C은행에 대한 대위변제금 1억1000만원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건설사 B는 이 사건 분양 계약에서 위약금과 기타 공제금(B가 대위변제한 대출 원리금)에 대해 가산 이자의 지급을 배제하고 있고 가산 이율도 연 2%로 정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A의 요청을 거절했다.
계약이 A의 분양 대금 미납 등으로 해제되면 A는 건설사 B로부터 어느 범위까지 납부한 분양 대금을 반환받을 수 있을까. (사진) 아파트 견본주택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해제 시 사업자의 이자 반환은 의무?
이 사건의 조항은 시공사이자 시행사인 건설사 B가 다수의 수분양자들과 분양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미리 마련한 분양계약서에 포함된 것으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약관법)’이 규정하고 있는 약관에 해당한다.
약관법 제9조는 ‘계약의 해제·해지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약관의 내용 중 계약의 해제·해지로 인한 사업자의 원상 회복 의무나 손해배상 의무를 부당하게 경감하는 조항은 무효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면 먼저 위약금 및 기타 공제금에 대해 가산 이자의 지급을 배제한 부분의 효력에 대해 알아보자.
민법 제548조 제2항은 계약이 해제되면 반환할 금전에 그 받은 날로부터 이자를 가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계약 해제로 사업자가 이미 받은 금전을 반환할 때 이자의 반환 의무를 배제하는 약관 조항은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해 공정을 잃은 것으로 추정돼 이를 정당화할 합리적인 사유가 없는 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2. 4. 12. 선고 2010다21849 판결 등).
그런데 위약금(공급 대금 총액의 10%)은 사업자인 건설사 B가 수분양자인 A에게 반환한 후 다시 이를 돌려받아 몰취하는 것이 아니라 반환하지 않은 상태에서 몰취하는 것이 일반적인 거래 실정이고 당사자들의 인식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중도금 대출 원리금의 대위변제금 등 기타 공제금은 위약금과 같이 보기는 어렵다. 기타 공제금은 이 사건 분양 계약에 따라 A가 건설사 B에 지급해야 할 채무액을 예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래서 그 금액 상당의 분양 대금이 시행사 내지 시공사인 B에 당연히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B가 A에 대해 가지는 별도의 채권에 불과하므로 원칙적으로 원상 회복의 대상에 포함된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 중 기타 공제금(중도금 대출 원리금의 대위변제금)에 대해 가산 이자의 지급을 배제하는 부분은 사업자인 건설사 B의 원상 회복 의무를 부당하게 경감하는 것이어서 약관법상 무효다.
◆가산 이자율이 법정이자율보다 낮다면
다만 계약 해제 시 이자 반환 의무를 면제하는 것이 아니라 법정이자보다 낮은 이율을 가산해 반환하기로 했다면 그 가산 이자율이 공정을 잃은 것으로, 무효인지 판단하는 문제는 좀 다르다.
일률적으로 그 가산 이자율이 법정이율보다 높거나 낮다는 것만을 기준으로 효력을 판단해서는 안 되고 당해 약관을 설정한 의도 및 목적, 당해 업종에서의 통상적인 거래 관행, 관계 법령의 규정, 거래 대상 상품 또는 용역의 특성, 사업자의 영업상 필요 및 고객이 입을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4다39909 판결).
결국 건설사 B가 분양 계약 해제 시 A에게 반환해야 할 금전에 대한 이자율을 민사 법정이율인 연 5%보다 낮은 연 2%로 정했다는 이유로 위 부분이 사업자인 B의 원상 회복 의무를 부당하게 경감하는 불공정한 조항에 해당해 무효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2년 5월 30일자 아파트표준공급계약서를 제정, 고시하면서 계약 해제로 인한 원상 회복 시의 가산 이자율에 관해 시공사 등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공란으로 해 뒀는데 B는 위 표준 약관에 따라 이 사건 분양계약서를 작성한 것이다.
또 위약금과 함께 가산 이자율을 낮게 정하는 것은 분양 계약의 중도 파기를 방지해 분양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도모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조항과 같이 수분양자의 귀책사유로 분양 계약이 해제되면 가산 이자율을 법정이율보다 낮게 정한 부분의 적용을 정당화할 만한 합리적인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러므로 위 가산 이자율 부분의 효력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결론적으로 A는 건설사 B에 A가 기지급한 분양 대금 1억8000만원에서 위약금 3000만원을 공제한 잔액 1억5000만원과 이에 대한 각 납부일로부터 반환일까지 연 2%의 비율로 계산한 이자에서 B가 C은행에 대위변제한 중도금 대출 원리금 1억1000만원을 뺀 나머지 금액의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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