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중견 가구 기업 전략은]
틈새공략과 전문성 무장…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대기업에 ‘맞불’
까사미아·형우모드 중소업체의 도약
(사진) 가구와 다양한 생활용품까지 볼 수 있는 '데일리 까사'./ 데일리 까사 제공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글로벌 공룡에 맞선 생존 무기를 찾아라.’ 세계 1위 가구·인테리어 업체 이케아의 국내 상륙으로 토종 가구 업체들이 자신만의 생존 전략을 찾아 고군분투하고 있다.

가구업계 대기업인 한샘·현대리바트·에넥스 등은 이케아의 저가 공세에 대비해 원가를 30% 정도 낮췄고 널찍하고 쾌적한 대형 매장을 늘려 더 많은 손님을 그러모으고 있다. 오히려 이케아가 등장한 이후 매출이 20% 이상 증가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문제는 중소 가구 업체들이다. 영세 가구 및 인테리어 업체는 저렴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추구하는 이케아에 밀려 ‘경쟁력’을 잃었고 사업을 정리하는 곳도 생겼다.

영세 가구 업체인 가구 업종 가맹점 수(카드업계 업종 분류 기준)는 2011년 2월 2만1000여 개였지만 2016년 2월 1만3000여 개로 감소했다. 영세 가구업계뿐만 아니라 영세한 규모의 직물 제품과 주방 용품 소매점의 피해도 심각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이케아가 자리 잡은 경기 광명시를 기준으로 2015년 2월 가구 및 생활용품 판매 업체 55%가 2014년 12월 이케아 입점 후 매출 감소를 겪었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성장 가도를 달리는 중소 가구 업체들이 있다. 이케아나 국내 대기업이 진출해 있는 시장의 틈새를 잘 파고들었거나 자신들이 가진 특장점을 극대화해 전문화된 제품을 통해 경쟁력을 쌓고 있다.

◆ 가구업계 흐름 선도하는 까사미아 ‘주목’

틈새시장 공략의 성공 사례는 ‘다품종 소량생산’을 도입한 까사미아·형우모드·체리쉬 등 중소 가구 업체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유행에 민감하고 남들과 다른 인테리어를 추구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를 갖췄고 이케아와 국내 대형 가구 업체가 주도하는 가구 시장에서 꾸준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이 중에서도 국내 1세대 홈 퍼니싱 기업인 까사미아의 틈새 전략이 눈길을 모은다. 까사미아는 가구업계의 흐름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 중 한 곳으로 꼽힌다. 특히 시대별 시장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고 있다는 평가다.

까사미아는 1982년 설립 당시부터 가구업계가 진출하지 않았던 생활 인테리어 소품을 취급해 왔다.

이국적인 까사미아 브랜드의 네이밍으로 고급 이미지를 구축했고 이를 통해 1997년 발생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별다른 어려움 없이 극복했다. 당시 경쟁 업체였던 보루네오가구·장인가구·동서가구 등이 IMF 한파로 규모가 축소되는 수모를 겪은 것과 대비된다.

까사미아는 이케아가 한국에 들어오는 시기에 맞춰 품질 우선과 소비자 맞춤을 전략으로 내세우고 다품종 소량생산에 돌입했다. 그 결과 지난해 12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까사미아 관계자는 “‘트렌드를 놓치지 않되 기본을 유지하는 것’이 까사미아의 디자인 철학으로, 특히 생활 소품은 시간이 흘러도 촌스럽다는 느낌을 받지 않고 어느 공간에서나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심플하고 모던한 디자인을 추구한다”며 “홈 퍼니싱은 무엇보다 고객 경험이 가장 중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단순한 제품 진열과 판매 홍보보다 자체 브랜드의 호텔·카페 등을 통해 고객이 직접 제품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서비스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까사미아는 앞으로도 급격하게 마케팅을 확장하거나 마케팅 타깃을 변화시키기보다 현재의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까사미아보다 규모가 작은 기업이지만 형우모드와 체리쉬도 다품종 소량생산을 통해 치열한 가구 시장에 잘 적응하고 있다.

이들은 원목 가구, 주문 제작 가구, 디자인 가구 등 소품종 소량생산이 필요한 제품을 주력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를 통해 형우모드와 체리쉬는 지난해 각각 314억원과 18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런가 하면 전문 유아용 가구도 중소 가구 업체를 중심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시장은 아직 태동기에 불과해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국내 유아용 가구 시장은 약 2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며 매년 약 30%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그동안 유아용 가구 시장이 업계로부터 외면 받았던 이유는 친환경 등 고품질의 원자재와 안전성을 고려한 디자인을 도입해야 하기 때문에 제품 가격이 높은 반면 사용 기간이 짧아 소비자들의 사용률이 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이들의 빠른 성장을 감안해 유아 때 구입한 제품을 어린이·청소년 때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중소 가구 업체들이 개발해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수입 가구 컴프프로(COMF-PRO)는 실용성을 갖춘 영유아 가구로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침대의 길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했고 책상의 높낮이를 조절해 유아 때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책상을 사용하도록 디자인했다.

회사 측은 “유아 시절 부모가 선택해 준 브랜드가 아이가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하면서 충성 고객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파 전문 기업인 로코코소파 역시 13년 만에 처음으로 영유아 가구를 내놓았다. 로코코소파 관계자는 “어린이 가구에 대한 고객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영유아 브랜드를 론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까사미아·형우모드 중소업체의 도약
(사진) 국내 최초로 사무 환경 연구팀을 만든 퍼시스의 인에이블&인라이트 시스템은 공간을 자유자재로 구성할 수 있는 맞춤형 솔류션을 제공한다./ 퍼시스 제공

◆ 사무용 가구 전문 기업들도 눈길

특정 제품을 전문화해 주목받고 있는 기업들도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사무용 가구 전문 기업들이다. 사무용 가구 업계 1위는 퍼시스로 지난해 매출 2316억원을 기록했다. 퍼시스는 사무용 가구 시장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직접 눈으로 보고 선택할 수 있도록 제품 쇼룸을 도입, 운영하는 한편 직군별 업무 행태와 특성에 따른 오피스 컨설팅 인력도 별도 배치했다. 코아스와 현대리바트는 2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구도다. 양 사는 사무용 가구 부문에서 지난해 각각 971억원, 72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 조달 입찰 등 기업 간 거래(B2B) 중심의 사무용 가구 시장도 최근에는 사무실 스타일별 맞춤 사무 가구 컨설팅, 기업·소비자 거래(B2C) 타깃형 사무 가구 마케팅, 대형 쇼룸을 통한 체험형 제안 등으로 타깃을 다양화하고 있다”며 “다양한 가구 브랜드가 시장에 합류하면서 경쟁 구도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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