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코오롱, 세계적 기술력과 대규모 생산능력 갖춰…글로벌 시장 선도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안전운전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튼튼한 타이어다. 그렇다면 튼튼한 타이어의 핵심은 무엇일까.
정답은 ‘타이어코드’라는 보강재다. 타이어코드는 타이어의 형태 유지, 자동차의 중량을 버틸 수 있는 힘을 준다. 사람의 몸이 타이어라면 타이어코드는 뼈와 같은 역할을 한다.
◆사람의 몸에서 뼈와 같은 역할
한국 섬유산업의 양대 산맥인 효성과 코오롱은 세계 타이어코드 시장의 강자다. 효성의 세계 타이어코드 시장점유율은 45%로 1위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약 15%의 점유율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타이어코드는 양 사의 핵심 산업군이다. 효성은 1968년 국내 최초로 나일론 타이어코드를 생산했다. 1978년에는 국내 최초 독자 기술로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를 만들었고 현재는 아라미드·라이오셀 등 섬유 타이어코드와 스틸코드·비드와이어 등을 생산하는 세계 유일의 종합 타이어 보강재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2000년에는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고 2002년에는 세계 최대 타이어 메이커인 미국 미쉐린과 3억5000만 달러 규모의 타이어코드를 장기 공급하고 미국 버지니아 주 타이어코드 공장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업계에서는 전례가 없었던 고객사와 공급 업체 간 인수·합병(M&A)으로 눈길을 끌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1973년 타이어코드 사업에 진출했다. 2분기 기준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전체 매출액은 1조1237억원인데, 이 중 43%를 타이어코드가 포함된 산업 자재군이 차지하고 있다.
국내 2위 타이어코드 생산 업체인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내년 대규모 증설을 앞두고 있다. 2018년을 목표로 베트남에 3만6000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타이어코드 생산 공장을 준공하고 있다. 공장이 완공되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연간 11만3000톤의 타이어코드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올해 2분기 타이어코드 주력 회사들의 실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효성의 산업자재 부문 매출액은 6036억원, 영업이익은 525억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전년 동기보다 각각 29%, 28% 감소한 수치다.
효성 측은 2분기 타이어코드 산업 부문 실적에 대해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지만 하반기에는 판매 증가와 마진 개선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백영찬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효성은 타이어 업체의 재고 상승으로 2분기 타이어코드 판매량이 감소해 실적에 부정적 영향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산업자재 부문의 2분기 매출액은 4233억원, 영업이익은 322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7% 감소했고 매출액 또한 3.3% 줄었다.
박성준 코오롱인더스트리 경영기획담당 상무는 “(3분기에는) 산업자재 부문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타이어코드와 에어백 부문 실적이 해외 경쟁사 부도에 따른 공급량 축소로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세계 점유율 60% 차지
타이어코드는 상위권 업체들이 전체 시장점유율 70%를 차지하는 ‘독과점 시장’이다. 효성과 코오롱의 점유율을 합치면 약 60%다. 세계를 달리고 있는 자동차 타이어 두 개 중 하나에는 한국 기업의 손길이 닿은 셈이다.
자동차 관련 산업은 보수적이다. 안전과 직결되기에 부품 하나를 납품받을 때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 타이어코드도 마찬가지다. 국내 타이어코드 업체들의 선전은 뛰어난 기술력에서 비롯된다.
자동차의 안전과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소재’이기 때문에 승인에만 2~3년이 걸릴 정도로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이 때문에 타이어코드 시장은 점유율 상위 업체 위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높은 기준에 맞추기 위해 국내 타이어코드 회사들은 철저한 품질 검증 과정을 거친다. 효성은 해외 신설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이 적시에 승인받을 수 있도록 연구소와 공장 내에 다양한 내부 평가 및 검증 시스템을 갖췄다.
내부 평가 기준을 만족시킨 제품만 고객의 검증 절차를 거칠 수 있다. 또 각 공장 간 품질 균일화로 전체 품질을 상향 표준화했다.
3분기 양 사는 타이어코드를 통해 실적 회복을 노린다. 우선 2분기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완성차 업체들의 파업이 중단되며 타이어코드 공급량도 늘어날 수 있게 됐다. 노우호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3분기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영업이익을 381억원으로 예측했다.
노 애널리스트는 “2분기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산업자재 부문은 2016년 주요 고객사의 파업 장기화에 따라 판매량이 감소했지만 3분기에는 파업이 마무리되면서 판매량이 늘어나고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이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타이어코드의 평균판매단가(ASP) 상승도 3분기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효성의 3분기 산업자재 부문 영업이익이 30.2%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주력 제품인 타이어 보강재 판매 가격과 가동률의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타이어코드는
타이어의 내구성·주행성·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고무 내부에 들어가는 섬유 재질의 보강재를 말한다.
중합·방사의 과정을 거쳐 제조된 고품질의 나일론과 폴리에스터 원사를 연사와 제직의 공정을 거쳐 직물의 형태를 갖춘다. 그 후 접착성 용액을 직물에 묻혀 고무와의 접착성을 높이고 타이어코드 직물의 치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열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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