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 재테크 공식이 달라졌다 - 해외 주식

내년부터 국내 주식 대주주, 3억 이상 매매차익에 25% 과세...대주주 요건도 강화

[편집자주]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했다. 시대가 달라지면 ‘재테크의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그중에서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8월 2일 처음으로 공개된 ‘세법개정안’과 ‘부동산 대책’에 투자자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앞으로의 재테크 공식이 어떻게 변해갈지 가늠할 수 있는 ‘이정표’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국내 고액 자산가들은 최근의 달라진 재테크 환경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발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달라진 재테크 공식’을 짚어 봤다.
국내주식 세금폭탄에 해외주식 매력 커진다
“국내 주식 대비 투자 규모가 작았던 해외 주식, 해외 상장 상장지수펀드(ETF)가 드디어 빛을 발할 시기가 오는군요.”

세법개정안이 발표된 8월 2일 네이버 밴드의 한 ‘해외 주식 전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세법개정안과 해외 주식 투자 사이에 도대체 어떤 상관관계가 있기에 이와 같은 내용이 언급되는 것일까.

안방에 앉아서 미국 증시에 상장된 구글·애플 주식을 사는 게 더 이상 새삼스럽지 않다. 무엇보다 투자자들이 예의 주시해야 할 부분은 이와 같은 흐름이 앞으로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제 ‘해외 주식’을 빼놓고는 재테크를 말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국내 주식 ‘매매 차익 대박’에 과세 강화

주식 투자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기본적으로 챙겨야 할 공식은 ‘국내 주식=비과세’였다. 국내 주식 투자에선 ‘대주주가 아닌’ 일반 투자자들에게 국내 주식 매매 차익에 대한 세금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주식을 사고팔 때는 수익을 냈든 손실을 봤든 매도 시 0.3%의 증권거래세를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기획재정부는 ‘2017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대규모 주식 투자자의 양도소득세 세율과 과세 대상을 크게 확대했다.

당장 내년부터 대주주로 분류되는 투자자들은 주식 매각 차익이 3억원을 넘으면 3억원 초과 부분 세율이 25%로 높아진다. 기존에는 이 세율이 20%였다. 매각 차익 3억원 이하까지는 현행과 마찬가지로 20%의 세율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코스닥 A종목에 20억원치를 투자한 자산가 A 씨가 이 종목을 팔아 10억원의 수익이 발생했다면 현재는 2억원의 세금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 세금이 내년부터는 2억3500만원으로 17.5% 많아지는 것이다.

대주주의 요건도 강화됐다. 현재는 유가증권시장 25억원 혹은 지분율 1% 이상, 코스닥은 20억원 이상 종목별 주식을 보유하면 대주주가 된다. 하지만 2018년에는 15억원 초과, 2020년 10억원 초과로 대주주의 범위가 넓어진다. 이에 더해 2021년부터 종목당 3억원을 초과하는 주식을 보유한 이도 대주주로 규정해 세금을 더 물도록 했다.

특히 종목당 수억원 단위로 투자하고 있는 거액 자산가들은 대주주 요건을 회피하기 위해 종목별 보유 비율을 ‘3억원이 넘지 않도록’ 지분을 조절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국내주식 세금폭탄에 해외주식 매력 커진다
◆고액 자산가 해외투자 비율 20~30%

이와 같은 분위기에서 고액 자산가들에게 대안 투자처로 주목받는 것은 ‘해외 주식’ 시장이다. 2021년부터 3억원 초과 보유한 대주주는 3억원 초과 매매 차익에 대해 최대 25%까지 세금을 부과하면 해외 주식의 매매 차익에 대한 세금 22%와 크게 차이가 없어진다. 결국 해외 주식 투자에 대한 매력이 더욱 부각되는 것이다.

전래훈 KB증권 대치점 해외 전문 프라이빗뱅커(PB)는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는 국내 주식에 대한 아쉬움과 한국의 저금리·저성장 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대안으로 해외투자를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무엇보다 국내 주식은 한 종목에 3억원 이상 투자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성장성 높은 글로벌 기업으로 투자자들의 시선이 더욱 빠르게 움직여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란 한국투자증권 영업부 차장은 “몇 년 전만 해도 고액 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해외투자 비율이 10%였다”며 “최근에는 평균 20~30%까지 해외투자 비율을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금융자산 100억원대 이상의 고액 자산가일수록 ‘성장성 높은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투자 비율이 높은 편이다. 이 차장은 “요즘은 투자자들의 시야가 워낙 넓어진데다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정보가 많아진 만큼 좋은 기업은 굳이 국내와 해외 상장 종목을 가리지 않고 투자한다”며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구글 주식도 갖고 있는 게 당연한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무엇보다 최근 글로벌 시장의 분위기가 유독 좋았던 것도 올해를 기점으로 ‘해외 주식 투자’가 급증한 데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주식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는 미국만 하더라도 연일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베트남과 인도 등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이와 함께 또 하나 챙겨볼 것은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 투자에 대한 과세 체계다.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코스피200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 양도소득세율을 현행 5%에서 10%로 2배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파생상품 투자자로서는 그만큼 기대 수익률이 떨어지는 셈이다.

정부는 그 대신 국내와 해외 파생상품 투자에서 발생한 손익을 합산해 과세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선물 투자에서는 수익을 얻었지만 유럽거래소에 상장된 선물 투자에서는 동일한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하자. 이때 두 손익을 합산하면 투자자는 실제 수익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발생한 수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물어야 했다.

지금까지는 국내 파생상품과 해외 파생상품 투자를 별도로 과세했기 때문이다. 전 PB는 “국내와 해외 파생상품 손익 합산 과세로 바뀌는 부분을 활용해 적극적인 연계 거래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경비즈니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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