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오프라인 매장 1만162곳…송금땐 ‘코리아 프리미엄’ 주의해야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에 자리한 와인바 ‘더젤’. 이곳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의 비트코인 1호 가맹점이다. 2016년 비트코인 결제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온·오프라인에서 홍보 활동을 한 지 1년여가 지났다.
이제춘 더젤 대표는 "이 근처에 비트코인 가맹점이 많지 않다 보니 문의하는 이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심도에 비하면 매출 기여도는 미미한 편이다. “우리 매장에서 실제 비트코인으로 거래하는 고객은 1주일에 한 번꼴입니다. 아직까지 매출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하지만 마케팅 측면에서 관심도를 높이는 데에는 효과를 보고 있어요.”
최근 국내에 암호화폐 광풍이 불면서 비트코인을 실거래에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비트코인 사용이 가능한 장소를 알려주는 코인맵 웹사이트에 따르면 10월 10일 기준으로 국내에서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는 오프라인 상점은 119곳이다. 3년 전인 2014년 4월 33개에서 4배 가까이 늘었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포함해 주로 숙박업체·식음료업체 등이다. (사진)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비트코인센터코리아를 찾은 이용자가 비트코인으로 양말을 구매하고 있다. /정채희 기자
◆비트코인 오프라인 상점 119곳
사용법은 모바일카드 결제와 유사하다. ‘비트코인 월렛’과 같은 관련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내려 받아 가맹점에 부착된 비트코인 계좌 주소, 즉 QR코드를 스캔해 결제하면 사용자의 비트코인 지갑에서 결제 금액에 상응하는 BTC(비트코인 단위)가 즉시 차감되고 가맹점주의 비트코인 지갑으로 입금되는 방식이다. 입금 시간은 암호화폐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빠르면 10초 내, 늦어도 2시간 내 입금된다.
평균 2% 초·중반 수준에 이르는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와 비교하면 비트코인 결제는 수수료가 없거나 비트코인을 통화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중개 서비스 업체에 1% 정도의 낮은 수수료를 지불한다는 장점이 있다. 또 외국인은 비트코인 이용 시 환전에 따른 수수료가 별도로 들지 않기 때문에 비용 절감의 효과도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 광풍’에 비하면 암호화폐의 지불 수단으로서의 활용도는 높지 않다. 국내에서 재화와 용역을 구매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것이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가맹점 역시 수익성보다 앞으로의 미래 전망에 의의를 두고 있다.
이 대표는 “앞으로 암호화폐가 상용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며 “비트코인을 가게 결제수단으로 도입함으로써 이를 알리는 목적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해외에서는 이미 레스토랑에서도, 집을 살 때도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 않나. 우리도 머지않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코인맵에 따르면 전 세계적(한국 포함)으로 비트코인을 취급하는 오프라인 가맹점은 2014년 4188개에서 2017년 10월 현재 1만162개로 늘었다.
특히 이웃 나라 일본에서 빠른 속도로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4월 암호화폐를 지급 결제 수단으로 인정하는 내용으로 자금결제법을 개정하면서 일본 기업들이 하나둘 암호화폐를 지급 결제 수단으로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최대 가전제품 매장인 비쿠카메라는 비트코인 결제 서비스를 59개 점포에 도입했고 피치항공은 암호화폐로 항공권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보급 대중화 위한 선결 조건은
비트코인의 주 무대로 알려진 송금 서비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비트코인을 이용한 송금 서비스는 고객이 직접 송금하거나 핀테크 업체에 원화를 입금하고 이를 비트코인으로 교환해 해외의 비트코인 업체에 송금, 다시 현지 화폐로 바꿔 수신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중개 기관을 거의 거치지 않다 보니 각국의 전통 금융회사보다 비용과 시간 모두를 큰 폭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예컨대 시중은행은 100만원 해외 송금에 수수료가 5만~7만원 수준이라면 비트코인 사용 시 수수료를 1만원 정도로 낮출 수 있다. 나라별로 2~3일까지 걸렸던 시간도 1시간으로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한국은 대부분의 거래에서 국내 시세와 해외 시세 간 차이로 ‘코리아 프리미엄’이 발생해 비용 측면에서는 ‘이론’만큼의 장점이 부각되지 않는다.
핀테크 송금 서비스 업체 센트비의 최성욱 대표는 “서비스의 안정성과 값싼 수수료, 서비스 속도 등 암호화폐의 이론적 장점이 모든 국가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국가별로 암호화폐 거래소가 따로 있고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보니 국내에서 해외로 송금할 때 비트코인이 (가격 측면에서) 효율적이지 않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국가 간 전송이 자유로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방식과 마치 공동 구매처럼 여러 개의 거래를 하나로 묶어 처리하는 풀링 방식을 도입해 국가별 가격차에 따라 병행 사용하고 있다.
“7월 법 개정으로 잠시 중단했던 해외 송금 서비스를 이달 말쯤 재개할 계획이에요. 그때는 한국에서 해외로 송금할 때 풀링과 비트코인의 비율이 8 대 2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반대로 해외에서 한국으로 보낼 때는 역프리미엄이 발생하니까 풀링과 비트코인의 사용 비율을 4 대 6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반면 필리핀·베네수엘라·짐바브웨 등 금융 서비스가 발달하지 못한 개발도상국가에서는 비트코인을 활용한 송금 서비스가 보편화돼 있다.
은행 등 금융 인프라 구축은 느리지만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면서 인터넷 연결만 가능하다면 비트코인을 활용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강했다’의 저자인 오태민 크립토비트코인연구소장은 “비트코인은 많은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통화 관리가 민주제도와 균형 잡힌 사회 시스템에 의해 통제받는 선진국보다 저개발국이나 방만한 정부를 둔 국민에게 커다란 이익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암호화폐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비트코인이 결제 수단 또는 송금 서비스로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 조건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첫째는 가격 안정화, 둘째는 국가별 법적 규제 문제다.
최 대표는 “최근 국가별로 산재해 있는 다양한 암호화폐 거래소를 한데 묶어 가격을 안정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며 “정보의 비대칭성을 없애 거래소별 가격차를 줄이는 방안인데, (시도가 성공한다면) 향후 2~3년 내 암호화폐의 가격이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격 안정화에 성공해도 정부에서 비트코인을 규제하면 송금 서비스를 할 수 없다”며 “비트코인이 수신 국가와 발신 국가 모두 가능하다는 조건을 충족하면 대중적 화폐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에 위치한 비트코인센터코리아에서는 매주 토요일마다 초보자부터 비트코인 전문가들까지 참여할 수 있는 '비트코인 미트업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비트코인센터코리아 페이스북
국내에서도 비트코인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에 자리한 비트코인센터코리아는 '가상'의 화폐로 여겨지는 비트코인을 온라인 바깥으로 끌어낸 공간이다.
비트코인을 한국에 소개하고, 비트코인 산업을 진흥시키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실제 눈에 보이는 비트코인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목표다.
주중에는 회원들이 비트코인에 대해 학습하고 토론하는 공간이지만 매주 토요일에는 비회원에게도 문을 열어 비트코인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에 대해 워크숍을 열거나 기초 강좌를 제공하고 있다.
나세용 비트코인센터코리아 대표는 “센터의 주목적은 교육”이라며 “교육 프로그램 및 멘토링으로 인큐베이팅해 비즈니스 모델을 육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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