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 이상 1000명 설문…50세 이전 퇴직 30.1%, 한달 수입 200만원 미만 42% (사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9월에 열렸던 '2017 대한민국 중장년 채용한마당'에서 행사장을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정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신중년’으로 새롭게 이름 붙여진 50·60세대는 6·25전쟁 직후의 베이비 붐 세대이기도 하다. 온통 잿더미로 뒤덮였던 대한민국에서 자라나 ‘한강의 기적’이라는 경제성장을 경험한 주역이다.
이런 신중년 층은 이제 길고도 험난한 노후를 대비해야만 하는 또 다른 숙제를 안고 있다. 과연 퇴직한 신중년 층은 현재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한경비즈니스는 퇴직한 경험이 있는 50대 이상 남녀 총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대상은 △퇴직 후 현재 일하지 않고 있는 사람 △퇴직 후 재취업했지만 다시 실업 상태인 사람 △퇴직 후 재취업에 성공해 현재도 일하고 있는 사람 등 3개 집단을 대상으로 했고 일부 문항은 특정 집단에만 질문이 주어졌다. 가장 먼저 신중년 층이 퇴직과 재취업에 대해 어떤 생각과 고민을 갖고 있는지 설문을 통해 들여다봤다.
◆10명 중 8명 59세 이전 퇴직
신중년 층이 은퇴의 길로 들어서는 데 정해진 시간은 없었다. ‘퇴직할 당시 연령’을 물은 결과 50세 미만에 퇴직했다는 응답이 30.1%로 가장 많았다. 50~54세가 28.8%로 뒤를 이었고 55~59세 역시 24.4%를 기록해 엇비슷하게 나타났다.
60~64세는 11.2%, 65세 이상은 5.5%의 응답률을 보였다. 신중년 층 10명 중 8명 이상이 59세 이전에 회사를 떠났다. 56세까지 회사에 남아 있으면 도둑이라는 뜻의 ‘오륙도’나 45세 정년을 뜻하는 ‘사오정’이라는 용어가 괜히 생겨난 게 아니라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기업에서 정년 제도가 잘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아니다’라는 답변이 61.1%로 다수를 차지했다. ‘보통이다’는 30.7%였고 ‘그렇다’고 답변한 비율은 8.2%에 불과했다. 한국에선 2016년 이전까지 정년은 권고 조항이었다. 사업주가 정년을 정할 때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지난해 상시노동자 300인 이상 사업장 및 공공기관에서 60세 정년을 법적으로 의무화했다.
올해부터는 노동자 300명 미만인 사업장도 모두 법적 정년 60세가 보장된다. 하지만 여전히 실효성에는 의문부호가 뒤따른다. 직장 내 따돌림과 임금 삭감 등 이런저런 방식의 음성적 해고가 공공연하게 기업 내에서 진행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신중년 층은 현재 보장되는 법적 정년(60세)을 늘려야 한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현재 한국의 기업 정년(60세)은 적정하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이들은 11.4%에 불과했다.
‘65세로 늘려야 한다’는 답변이 83.2%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정년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0.7%)까지 나왔다. 실제로 일부 선진국에서는 정년을 폐지한 나라도 있다. 미국은 약 30년 전인 1986년 연령에 따른 고용 차별을 금지하기 위해 정년을 아예 없애버렸다. 영국 또한 같은 이유로 2011년 정년을 폐지한 바 있다.
정년 추가 연장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도 국내에서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도 정부 일각에서는 현행 60세인 정년을 2033년까지 65세로 끌어올리기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고용노동부에서 즉각 이런 내용이 사실무근이라고 밝히며 해프닝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고령화 속도가 계속해 빨라지는 만큼 정년 추가 연장은 시간문제일 뿐 향후 반드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배적이다.
◆63%가 한 달 수입 부족하다고 느껴
‘몇 살까지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65세까지 일할 수 있다’는 응답자가 31.8%로 1위였다. 이어 70세가 29.7%, 70세 이상 25.5% 순이었다.
수치상으로는 65세까지 일할 수 있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다만, 종합적으로 본다면 10명 중 9명에 가까운 응답자가 70세 혹은 그 이상까지도 일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노년기가 길어진 만큼 신중년 층이 생계를 위해 장기간 노동시장에 머무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가계 상황이 어떤지도 설문을 통해 살펴봤다. ‘재직 당시 월 소득수준’에 대해 물은 결과 200만~400만원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35.1%로 가장 많았다. 400만~600만원(27.2%), 200만원 미만(22.5%), 600만~1000만원(13.3%), 1000만원 이상(1.9%) 순이었다. 성별 응답자를 분석해 보니 남녀 간의 임금 차이가 여실히 드러났다. 200만원 미만이라고 응답한 이들 중 남성은 11.6%인 반면 여성 비율은 38.7%였다. 반면 400만~600만원이라는 응답자는 남성이 32.8%, 여성이 18.9%였고 600만~1000만원이라는 응답자 중 남성은 17.6%였지만 여성은 6.9%에 불과했다.
재직 당시 월 소득수준은 응답자 비율이 그래도 골고루 분포된 편이지만 퇴직 후 소득은 뚜렷한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연금 및 자녀들의 용돈 등을 포함해 현재 얻는 수익’에 대한 질문에 ‘300만원 이상’이라는 응답자가 37%로 가장 많았다. 여기에는 퇴직했다가 재취업한 신중년 층도 포함된 수치다.
하지만 응답자의 63%가 현재 300만원 미만의 수입을 기록했다. 100만원 미만의 소득으로 한 달을 보내는 이들도 15%로 집계됐다. 일하는 것과 일하지 않는 것이 퇴직 후 월 소득의 양극화를 불러오는 주된 요인으로 해석된다.
이어 ‘한 달 지출 금액’을 물었더니 23.1%가 200만~300만원이라고 적었다. 300만원 이상(21.1%), 150만~200만원(20.1%), 100만~150만원(17.7%), 50만~100만원(13.0%) 등으로 결과가 나왔다.
‘한 달 수입이 현재 생활을 이어 나가기에 적정한 수준인가’라는 질문에는 63.8%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적정하다’는 응답은 35.3%였고 0.9%는 많다고 대답했다. 절반이 넘는 신중년 층이 여유로운 노년기와는 거리가 먼 삶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퇴직 후 현재 일하지 않고 있는 사람 △퇴직 후 재취업한 경험이 있지만 현재 일하지 않고 있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향후 재취업할 의향이 있는지 여부’를 질문했다. 그 결과 62.4%가 재취업하고 싶다고 했고 37.6%는 재취업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응답자를 성별로 나눠 보면 남성 응답자는 71.7%가 재취업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고 여성은 절반이` 조금 넘는 55.9%가 재취업 의사를 보였다. 남성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노년기에도 여전이 무거움을 설문 조사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설문 개요]
조사 기간 : 2017년 10월 13~16일
조사 대상 : 퇴직 경험이 있는 50대 남녀 1000명
조사 방법 : 모바일 조사
표본 오차 : 95% 신뢰 수준에서 최대 허용
표본 오차 3.1% 포인트
조사 기관 : 한경비즈니스·글로벌리서치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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