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 새 경영진 맞은 금호타이어]
영업·구조조정 최고 전문가, 자율협약 과정에서 채권은행 간 갈등 해소도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결별을 선언한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긴급 구원투수를 올렸다. 김종호 금호타이어 전 사장과 한용성 대한전선 전 부사장이다.

이들은 각각 회장과 사장으로 선임됐다. 김 회장과 한 사장은 10월 16일부터 금호타이어 본사로 출근하고 있고 비상 상황이라는 판단 속에 취임식과 취임 기자 간담회 등을 모두 생략하고 업무 파악에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임명과 동시에 진행된 삼일회계법인의 실사에 맞춰 중국 공장 처리 방향, 인원 감축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설 방침이다.
김종호·한용성 경영진 투입…‘부채·중국·노조’ 해결 기대
(사진) 금호타이어 난장공장 조감도./ 금호타이어 제공


◆ 워크아웃 극복 경험한 김종호 회장

이번에 선임된 김 회장은 금호그룹 출신의 전문 경영인이다. 특히 금호타이어 대표이사 총괄사장까지 지낸 만큼 금호타이어의 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이 인사의 배경으로 꼽힌다.

김 회장은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희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76년 금호에 입사해 싱가포르·중동·미국 등에서 영업을 담당한 글로벌 영업 전문가로 활약했고 2002년 영업총괄 부사장에 올랐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금호타이어 사장직에 올라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을 겪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는 금호타이어 고문과 자문역을 수행했다.

채권단은 김 회장이 채권단과 궁합이 좋다는 점도 높이 샀다. 채권단 관계자는 “김 회장은 채권단과 긴밀한 협조하에 상당한 경영 성과를 냈고 구성원들의 신망도 두텁다”며 “타이어업계에 대한 전문성도 감안했다”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이는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 시기인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김 회장이 대표이사로 채권단과 함께 위기를 극복했던 과거 경험을 바탕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김 회장은 이번에도 채권단과 함께 금호타이어의 정상화라는 임무를 맡는다. 벌써부터 그의 행보 하나하나가 초미의 관심사다. 일단 김 회장은 선임된 지 10일밖에 안 됐지만 위기의 진원지로 지목받고 있는 중국을 찾았다.

자세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중국 금융회사로부터 빌린 만기 도래 차입금에 대해 연장 등의 협조를 얻어내기 위한 행보로 관측하고 있다. 금호타이어가 중국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은 총 6203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은 3588억원으로 알려졌다. 현지 금융회사는 금호타이어 중국 공장의 현금 흐름이 불안하다는 점을 들어 차입금 상환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김 회장은 과거 금호타이어 워크아웃 기간에 중국 금융회사로부터 협조를 끌어낸 바 있다.

이 밖에 김 회장은 중국 공장을 직접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공장은 일종의 부가가치세인 증치세(8%) 부과와 물류비 증가 등으로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올해 3분기도 시장의 기대와 달리 영업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김종호·한용성 경영진 투입…‘부채·중국·노조’ 해결 기대
◆ 가교 역할로 구조조정 주도할 한용성 사장

한용성 신임 사장 역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에게 주어진 가장 큰 일은 구조조정 담당이기 때문이다.

직책 역시 구조조정 담당 최고책임자(CRO)다. 한국외국어대 베트남어과를 졸업한 한 사장은 1983년 우리은행에 입사한 후 국제영업부와 베트남 지점 등을 거쳤고 1999년 이후부터 대우그룹 구조조정팀장과 기업개선부장 등을 지낸 구조조정 전문가다.

또한 2010년 대한전선으로 자리를 옮겨 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로 계열사 구조조정을 경험했다. 금융권의 높은 이해도와 기업 정상화 추진 업무의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있을 구조조정 수행에 적합하다는 점이 높게 평가돼 신임 사장에 선임됐다.

그는 현재 삼일회계법인의 실사를 지원하며 ‘채권단-금호타이어-삼일회계법인’을 잇는 가교 역할을 수행 중이다.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한 사장은 회사 내부에서 서류더미와 씨름 중이다. 금호타이어에서 사용되고 있는 자금 중 불필요한 자금과 필요한 추가 신규 자금의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분석 중이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금호타이어의 재무 상태는 상당히 취약한 상황이다. 현금이 바닥나 채권단이 제공한 당좌대월도 쓰고 있다.

일종의 마이너스통장으로 한도 870억원 중 400억~500억원을 이미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실적 개선이 원활하지 않으면 신규 긴급 자금 투입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채권단 중 상당수가 추가 지원에 따른 부담 등으로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어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구체적이면서 투명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여기에 자금을 신규 투입하면 어떤 것이 좋아질 수 있는지에 대한 분석도 진행해야 한다. 이를 면밀히 분석하기 위해 한 신임 사장은 내정 직후부터 밤낮없이 서류와 싸움 중이다.
김종호·한용성 경영진 투입…‘부채·중국·노조’ 해결 기대
◆ 산업은행도 못 푼 노사문제는 과제로

이 밖에 이들 신임 경영진에게는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중 가장 큰 문제는 노조와의 협상이다.

금호타이어 노사는 지난해 임금 협상도 아직 타결하지 못하는 등 오랜 기간 갈등을 겪어 왔다. 특히 금호타이어 정상화 방안에 ‘인원 감축’이 포함되면서 노조의 거센 반발이 예고되는 상황이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사무직과 비정규직까지 모두 포함한 협의체를 구성, 구조조정에 함께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채권단 측은 새 경영진이 노조 설득에 나서 줄 것을 원하고 있다. 특히 김 회장이 2009~2012년 금호타이어 수장을 맡을 당시 워크아웃을 주도한 경험이 있어 노조 설득에 강점을 보일 것으로 기대 중이다.

채권단 측 관계자는 “노조와의 관계는 채권단인 우리로서는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는 문제”라며 “이번에 신규 선임된 경영진이 소통을 통해 잘 해결해 줘야 향후 있을 구조조정이 제대로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w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