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릴’ 20일 출시…저가 전략으로 점유율 높인다 (사진) ‘릴’과 전용 담배 ‘핏’. /KT&G 제공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KT&G가 궐련형 전자담배 ‘릴’을 11월 20일 공식 출시한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연초 고형물을 이용해 제작한 담배 제품을 불에 태우는 대신 열기로 데우는 전자 기기다. 기존 궐련형 담배에서 발생하는 흰 연기 대신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니코틴 함유 증기가 발생하고 유해 물질 또한 훨씬 적다는 것이 제조사들의 설명이다.
국내에서는 한국필립모리스와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이하 BAT코리아)가 각각 ‘아이코스’와 ‘글로’를 선보이며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KT&G의 릴이 가세하면서 본격적인 3파전 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KT&G는 개별소비세 인상에 관계없이 전용 담배 가격을 당분간 4300원으로 유지하는 저가 전략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할 전망이다.
◆릴, 아이코스와 글로의 장점 결합
KT&G가 사전 공개한 릴의 최대 강점은 휴대성 측면에 있다.
아이코스는 배터리 분리형으로, 전용 담배를 꽂아 쓰는 기기의 무게만 놓고 보면 경쟁 제품에 비해 가볍다. 하지만 배터리 본체에 끼우면 무게가 139g으로 늘어난다. 글로의 무게는 101g이다.
릴은 90g으로 세 제품 중 가장 가볍다. 가벼운 무게와 함께 손 안에 쏙 잡히는 인체공학적 설계를 통해 그립감을 향상시킨 점이 돋보인다.
릴은 글로와 마찬가지로 연속 흡연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2시간 충전으로 전용 담배 20개비 이상을 흡연할 수 있다.
아이코스는 전용 담배 사용 후 약 3~4분의 충전 시간이 필요해 연속 흡연이 불가능하다.
후발 주자인 만큼 아이코스와 글로의 장점을 합친 제품을 내놓았다는 것이 KT&G의 설명이다. 릴은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우위에 있다. 릴의 권장소비자가는 9만5000원으로 글로(9만원)보다 비싸다. 하지만 할인을 적용하면 가장 저렴한 가격에 기기를 구입할 수 있다.
릴 공식 홈페이지에서 성인 인증과 회원 가입 후 할인 코드를 발급 받으면 2만7000원 할인된 6만8000원에 기기를 구입할 수 있다.
글로의 할인 적용가는 7만원, 아이코스(권장소비자가 12만원)의 할인된 가격은 9만7000원이다.
KT&G는 특히 릴 전용 담배인 ‘핏’에 대해서도 추가 가격 인상 대신 가격 유지 전략을 고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KT&G는 핏을 4300원에 출시한다. 아이코스의 전용 담배 ‘히츠’와 글로의 ‘던힐 네오스틱’도 4300원에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11월 9일 궐련형 전자담배의 세금을 일반 담배의 90% 수준으로 올리는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한국필립모리스와 BAT코리아는 전용 담배의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KT&G 관계자는 “세제에 따른 가격 인상 여부는 추후 검토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직접적인 가격 인상 계획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KT&G는 애프터서비스에도 차별화를 시도한다. 기기가 고장 나면 전담 직원이 소비자가 있는 곳을 방문하는 ‘찾아가는 서비스’를 도입한다.
릴은 11월 13일부터 나흘간 서울 지역 GS25 편의점에서 예약 접수 후 11월 20일부터 핏과 함께 정식 발매된다. KT&G는 11월 13일부터 서울지역 GS25 일부 점포에서 한정 수량에 한해 제품 시범 판매를 진행한다.
KT&G는 서울 지역 판매 추이를 살펴본 후 제품 판매처와 지역 등을 점차 늘려 나갈 계획이다.
백복인 KT&G 사장은 “수년 전부터 변화하는 담배 시장의 트렌드를 분석하고 전자담배 등 다양한 제품의 연구·개발에 힘써 왔다”며 “오랜 기간 국내 담배 시장 1위 자리를 수성 중인 노하우를 십분 활용해 신규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도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기기 할인 판매 전면 금지는 부담 (사진) ‘아이코스’와 전용 담배 ‘히츠’. /한국필립모리스 제공
올여름 아이코스 상륙 이후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은 흥행몰이에 확실히 성공한 상황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정부의 규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정부는 액상형 또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기기를 할인해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의 건강증진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내년 1월 중 입법 예고할 계획이다. 법이 시행되면 궐련형 전자담배 출시 3사의 쿠폰 할인 경쟁도 전면 금지된다.
배터리 이슈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의 배터리 수명은 최소 1년에서 최대 2년 수준이다. 배터리 수명이 다하면 새 기기를 구입해야 한다. 소비자에게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향후 배터리 이슈가 본격화하면 궐련형 전자담배를 이용 중인 소비자가 기존 담배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해성 논란도 넘어야 할 관문이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아이코스 출시 당시 “아이코스에서 발생하는 증기에는 일반 담배 연기에 비해 유해하거나 잠재적으로 유해한 물질이 평균 90% 적게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 ‘글로’와 전용 담배 ‘네오스틱’. /BAT코리아 제공
글로의 유해 물질 역시 아이코스처럼 일반 담배에 비해 약 90% 적다는 것이 BAT코리아의 주장이다.
KT&G 측은 “릴의 유해 성분이 일반 담배보다 상당히 낮은 것으로 파악됐지만 자체 연구 결과인 만큼 구체적 수치 등에 대한 언급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등에 대한 공신력 있는 자료는 전무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 성분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식약처는 올해 안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관계자는 “국내에 가장 먼저 출시된 아이코스의 니코틴 및 타르 함량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아이코스의 추가 유해 성분에 대한 분석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고 글로나 릴 제품에 대한 분석 여부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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