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온·오프라인 현지화 전략으로 내수 시장 대신 '박리다매' 전략 펼칠 '엘도라도' 공략
인도 코끼리에 올라탄 샤오미, 삼성전자 '턱밑 추격'
(사진) 삼성전자가 인도 뉴델리에서 9월 개최한 갤럭시 노트8 출시 행사에서 현지 소비자들이 제품을 체험해 보고 있다. /삼성전자

[한경비즈니스=최형욱 IT칼럼니스트]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인도 시장 공략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이미 시작된 공략이 조금씩 성과를 거두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발표한 2017년 3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을 보면 삼성전자가 22.8%로 선두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2위인 샤오미가 22.3%로 삼성전자의 턱밑까지 추격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 기관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가 발표한 결과도 삼성전자가 26%로 1위를 수성했지만 샤오미가 25%의 점유율로 2위를 기록했다.

샤오미의 추격보다 더욱 관심을 끄는 부분은 1위인 삼성전자를 제외한 2~5위 업체가 모두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라는 사실이다.

2012년까지 인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전체에서 불과 1%를 차지했던 중국 업체들이 2017년 들어 50% 이상으로 시장점유율을 계속 늘려 가며 인도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중국 업체들의 공략이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중국 대체할 ‘기회의 땅’

중국 업체들의 인도 시장 진출 역사는 그렇게 길지 않다. 2013년 지오니가 중국 스마트폰 업체 중 처음으로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한 이후 2014년을 기점으로 샤오미를 비롯해 최근 중국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부상한 오포와 비보 그리고 메이주까지 다양한 업체들이 인도 시장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이렇게 급히 인도 시장에 대거 진출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면 우선 중국 스마트폰 시장 상황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시장조사 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2014년 중국 시장에서 출하된 전체 휴대전화 중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율이 90%를 넘을 만큼 중국의 스마트폰 성장이 급속하게 이뤄졌다.

이에 따라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연간 성장률이 2011년 179%에 육박하던 것이 해마다 떨어져 2014년 23.4%까지 급격하게 곤두박질쳤다.

결국 정체된 시장에서 나눠 먹기를 해야만 했던 중국 업체들로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이다. 여기에 또 다른 문제는 이른바 ‘가성비’로 불리는 저가 정책에서 오는 적은 이익이었다.

가격은 싸지만 결국 돌아오는 이익 역시 적을 수밖에 없었던 중국 스마트폰 업체로선 중국 시장 내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에는 힘에 부치는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그때까지 지속했던 박리다매 전략을 펼칠 수 있는 중국을 대신할 수 있는 적절한 시장이 절실히 필요해졌다.

인도 시장을 다시 살펴보면 2013년이나 2014년의 인도 시장은 2~3년 전의 중국 시장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2012년 인도에서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한 이후 전체 휴대전화 판매에서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율은 굉장히 낮았다.

5년이 지난 2017년에도 인도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40%를 조금 넘을 만큼 인도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엔 기회의 땅이었다. 더구나 낮은 소득수준과 함께 중국과 비슷한 숫자인 13억의 인구, 연간 40%에 육박하는 스마트폰 성장률은 새로운 기회의 땅을 찾고 있던 중국 업체들엔 말 그대로 황금의 땅이라고 불리는 ‘엘도라도’ 그 자체였다.

중국 스마트폰 초기 시장과 비슷한 인도 시장은 중국 업체들엔 이미 자신들이 경험해 본 것들을 복습하는 수준으로 인식하면서 2014년 인도로의 대규모 진출을 선언했다.
인도 코끼리에 올라탄 샤오미, 삼성전자 '턱밑 추격'
◆같지만 다른 시장, 실패의 쓴맛

2014년 인도 진출 과정에서 가장 큰 이슈를 불러일으킨 업체는 샤오미였다. 사실 다른 업체들은 특별한 행사나 선언 없이 조용히 인도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당시 스마트폰업계에서 유니콘으로 불렸던 샤오미는 중국에서의 방법과 동일하게 인도 진출 선언을 별도의 이벤트를 열면서 중국과 인도 시장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서 큰 화제를 일으켰다. 물론 인도 시장을 공략하는 방법은 이미 중국 시장에 적용해 큰 재미를 본 경험이 있는 온라인 중심 전략이었다.

샤오미의 핵심 역량이라고 할 수 있었던 가성비 중심의 제품을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면서 별도의 마케팅이나 오프라인 매장과 같은 리테일 없이 직접 소비자들과 교류하는 정책은 초기 인도 시장엔 신선한 바람이었다.

그리고 샤오미라는 브랜드가 인도의 소비자들에게 그때까지 크게 인지되지 않았을 것이란 우려와 달리 온라인에서 예약, 판매하기 시작한 제품들은 단시간 내 완판됐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중국 시장에서 저가 브랜드 이미지를 벗기 위해 집중적으로 프로모션했던 미(Mi) 시리즈를 인도에도 똑같이 프로모션하고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고공 상승할 것 같았던 초기 반응은 금세 사라졌다. 인도 시장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불러 온 난관이었다.

인도 시장은 전통적으로 오프라인을 중요시하는 시장이다. 지금도 이 부분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 단지, 3G나 4G와 같은 네트워크 서비스가 보급되고 인터넷의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 이커머스 시장도 조금씩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커머스 시장 역시 중국과 상황이 달랐다. 샤오미나 메이주와 같은 대부분의 중국 업체들은 자체 쇼핑몰을 보유하고 있다. 이 쇼핑몰을 통해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홍보하고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고객을 유치한다.

하지만 인도는 플립 카트나 아마존 인도와 같은 현지 파트너를 통하지 않고 직접 이커머스를 운영할 수 없다. 일단 같은 쇼핑몰에서 서로 비슷비슷한 업체들의 비슷비슷한 제품들이 나열되다 보니 자체적인 차별화를 내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다. 결국 현지 이커머스 업체와의 긴밀한 협력이 굉장히 중요했다.

또 다른 문제는 구매층이 분명하게 나뉜다는 부분이었다. 오프라인 매장에 접근하기 어려운 농촌 사람이나 온라인에 익숙한 젊은 층이 주요 소비자였지만 이런 소비자들의 구매 수준은 그렇게 높지 않았다.

달리 말하면 온라인 시장의 주요 판매 제품은 150달러 이하의 저가 위주 제품일 수밖에 없었다. 70%를 차지하는 인도의 오프라인 시장을 들여다보면 이 시장 역시 중국과 다른 부분이 있었다.
인도 코끼리에 올라탄 샤오미, 삼성전자 '턱밑 추격'
◆시행착오로 얻은 현지화 전략

중국은 급격한 경제 발전에 따른 도시화로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 집중해 살고 있는 반면 인도는 지역별로 중심 역할을 하는 도시가 있지만 도시 집중이 덜한 편이다. 더구나 영토가 넓어 굉장히 분산된 모습을 갖고 있다.

그러면 지역별 거점을 운영하고 오프라인 매장을 만들고 운영하는 데 굉장히 많은 비용과 시간 그리고 어려움을 수반하게 된다. 사실상 인도 시장에 진입한 기간이 짧은 중국 업체들이 성과를 내기 위해선 인내를 필요로 하는 부분이었다.

샤오미는 시행착오를 통해 이 같은 문제를 확인했다. 그리고 기존의 온라인 중심의 샤오미 전략과 병행해 오프라인 매장 확대에 집중했다. 또 온라인 판매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경쟁사보다 좀 더 가성비가 좋은 제품들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제품이 올해 샤오미를 인도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점유율 1% 차이까지 좁힐 수 있게 만든 홍미 4A와 같은 제품이다. 물론 이 밖에 홍미4와 홍미 노트 4와 같은 저가 제품들을 포함해 인도 스마트폰 판매 1~3위까지 싹쓸이하고 있다.

최근에는 홍미 Y시리즈 등의 새로운 저가 제품 시리즈를 인도 시장에 선보이면서 4분기 인도 시장점유율 1위를 향해 내달리고 있다.

반대 상황도 있다. 인도 시장에서 2015년까지 순위권에 들지 않았지만 2016년 들어서면서 3~5위에 안착한 오포와 비보가 바로 그들이다. 2014년 인도 시장에 소리 소문 없이 진출한 두 업체는 오프라인 유통망을 구축하기 위해 아낌없이 투자했다.

초기 시장 개척 비용으로 1억 위안이 넘는 자금을 투입하는 한편 브랜드 이미지 노출을 통한 브랜드 구축 그리고 유통망 확립에 가장 먼저 공을 들였다. 또한 위성도시 위주의 주변부를 전략적으로 먼저 공략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전체 250여 개 도시, 2만여 개의 리테일 매장에서 오포와 비보 제품을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성과를 조금씩 내고 있다.

오프라인 전략은 가격 전략과도 연계됐다. 중국 시장에서도 오포와 비보는 오프라인 판매에 집중했고 다른 온라인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경쟁사에 비해 단가는 높은 편이었다. 인도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오포와 비보의 제품은 150달러 이상의 시장에서 다른 경쟁사 대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하지만 인도 시장의 75% 이상이 150달러 이하의 시장일 정도로 저가 시장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인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150달러 이하 시장에 대한 공략이 반드시 필요했고 이를 위해 오포와 비보는 현재 현지 이커머스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해당 시장을 공략 중이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인도 공략은 이제 본격적으로 막이 오르고 있다. 그리고 분명 중국에서 학습했던 경험과 현지화에 대한 정확한 리서치, 가성비라고 불리는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국에 이어 단일 스마트폰 시장 2위를 향해 질주하는 인도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공격적인 행보는 앞으로도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