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Ⅱ = ETF 전성시대 - 문경석 삼성자산운용 상무]
해외채권·대체투자 등 라인업 확대…2022년까지 ETF 운용자산 30조원 달성 목표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삼성자산운용은 현재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압도적 1위’다. 전체 운용자금 31조원 중 절반에 해당하는 15조원 이상의 자금을 책임지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의 1위’에 만족하지 않고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2022년까지 운용순자산 30조원을 달성하며 ‘ETF 시장의 넘볼 수 없는 최강자’가 되겠다는 포부다.

삼성자산운용의 ETF 분야를 총괄하고 있는 문경석 패시브운용본부 상무를 11월14일 삼성자산운용 본사에서 만났다. 그로부터 삼성자산운용의 ETF 전략과 함께 현명한 ETF 투자를 위한 조언을 들어봤다.

-오랜 시간 국내 ETF 시장의 성장을 지켜봐온 만큼 최근의 뜨거운 관심이 남다르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국내에 ETF가 처음 도입된 것이 2002년입니다. 15년 동안 정말 빠르게 시장이 성장해 왔습니다. 그중에서도 지금이 ‘ETF 시장 3단계’로 진화하는 초입이 아닌가 판단하고 있습니다. 1단계는 2002년 처음 ETF가 도입된 초창기입니다. 당시만해도 시장 성장도 느리고 ETF 종류도 단순했습니다. 시장이 정착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단계였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2008년부터 자본시장법이 생기고 레버리지나 인버스와 같은 다양한 ETF 상품이 만들어질 수 있는 토대가 생겼습니다. ETF 2단계 시장이라고 볼 수 있죠. 채권형, 파생형 등 다양한 ETF가 만들어지고, ETF 거래량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ETF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시기였죠.

그리고 이제 막 열린 ETF 3단계는 아마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TF 상품 라인업이 확대되면서 스마트베타 ETF처럼 구조화된 형태의 ETF 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다양한 상품들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개인들에게 맞춤형 자산관리가 가능한 시장이 열리게 될 겁니다.”

-평소 ETF를 ‘21세기의 발명품’으로 표현한다고 들었습니다. 이유가 무엇인가요.

“‘발견’이 아니라 ‘발명’이라고 표현한 건 ‘전에 없던 것을 새롭게 만들어냈다’는 데 큰 의미를 두기 때문입니다. ETF는 기본적으로 펀드입니다. 그런데 이 펀드를 개인이 소액 투자가 가능할 수 있도록 ‘가로로 쪼갠’ 것입니다.

조금 더 쉽게 예를 들어볼게요. 개인투자자가 코스피200 종목에 투자를 한다면, 이 종목들을 1주씩만 담아도 대략 10억은 될 겁니다. 그런데 ETF는 이 10억짜리 펀드를 균등하게 10만등분으로 쪼개서 1주당 1만원에 거래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포트폴리오의 성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가격은 1만원으로 떨어질 수 있는 거죠. 소액투자자들이 단돈 1만원으로 코스피200에 포함된 종목들에 모두 투자

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서 ETF 투자의 가장 큰 장점이 비롯됩니다. 개별 ETF 자체가 ‘분산된 포트폴리오’의 성격을 담고 있으니까요.”

-ETF 상장 종목이 300개를 넘어서면서 투자자들은 오히려 어떤 ETF에 투자해야 할지 더 혼란스러워진 측면도 있습니다.

“글로벌 ETF 시장을 보면 현재 ETF를 보유하고 있는 40% 정도가 ‘투자자문업자’들입니다. 그만큼 ETF가 ‘자산관리’에 강점이 있는 투자 상품이라는 방증입니다. ETF는 다양한 기초자산으로 상품 설계가 가능합니다. 더욱이 우리나라처럼 다양한 상장 종목을 보유하고 있다면, 100만원으로 국내 채권 10만원, 코덱스 10만원, 해외주식 10만원 등 다양한 ETF를 활용해 자산관리가 가능해집니다. 매매가 간편하고 리밸런싱(운용하는 자산의 편입비중 재조정)이 쉽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가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에는 가장 편한 수단 중의 하나입니다.

다만 ETF 종류가 워낙 다양하다보니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때문에 삼성자산운용에서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시장 중의 하나가 EMP(ETF 자산 포트폴리오)이고요. 개인 투자자들이 각각의 목적이나 성향에 맞춰 ETF 포트폴리오를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묶음을 미리 제시해 둔 상품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삼성자산운용에서도 올해 ‘글로벌ETF로테이션’이라는 EMP 상품을 첫 출시했죠. 반응이 어떤가요.

“판매채널이 그렇게 확대돼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펀드온라인코리아의 펀드슈퍼마켓 등을 통해 180억원 정도의 자금이 유입됐습니다. 이제 막 EMP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것임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성과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저금리·고령화 시대에 향후 자산관리업계의 성장을 이끌 핵심 동력은 대중들을 위한 자산관리 시장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EMP 시장은 매우 빠르게 성장해 갈 것입니다. 개인투자자들에게 잘 구성된 ETF 포트폴리오 묶음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서서 향후에는 '개인맞춤형 ETF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는 데까지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3단계 돌입한 ETF 시장, 삼성이 앞장서 열어갈 것”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대우증권을 시작으로 증권업계에 발을 디뎠다. 채권부·자금부·트레이딩룸·OTC파생상품부 등을 경험한 그는 도이치투자신탁운용을 거쳐 2004년 KB자산운용 퀀트운용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KB자산운용에서 ETF 사업을 담당하며 ‘KStar’를 탄생시킨 그는 2015년부터 삼성자산운용의 패시브운용본부를 이끌고 있다. / 사진= 이승재 기자

-올해만 21개의 ETF를 신규 상장했습니다. 향후 준비 중인 ETF 상품이 있나요.

“올해 안에 85개 종목을 상장하고, 내년에는 상장된 종목이 100개를 훨씬 넘어갈 겁니다. ETF는 말하자면 좋은 자산관리를 위한 ‘블록’입니다. 이 블록이 다양하고 빈틈없을수록 더 탄탄한 빌딩(포트폴리오)을 짓는 게 가능합니다.

현재로서 가장 취약한 부분은 아무래도 해외자산 관련 라인업들입니다. 해외채권, 대체투자 등으로 빌딩을 천천히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노령화, 4차 산업혁명이라든지 투자 트렌드를 선도해 나갈 수 있는 상품들도 많이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국내 ETF 시장 점유율 1위인만큼 선두주자로서의 책임감이 클 것 같습니다.

“물론입니다. 하지만 1위 자리를 지키려고만 해서는 지켜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1위니까 안주하고 방어만 할 것이 아니라, 시장보다 한 발 앞서 먼저 치고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때문에 최근에는 ETF 신상품을 개발하는 데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삼성자산운용은 ETF 상품팀, ETF 솔루션팀, ETF 운용팀 등이 별도로 조직돼 있습니다. 이를 통해 각 부서별 전문성을 높이기도 하지만, 이 조직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있어서 서로 보완해주는 효과가 큽니다. ETF 솔루션팀에서 자산관리 전략을 짜다보니 어떤 분야가 약하다고 알려주기도 하고, ETF 운용팀에서 실제로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상품의 수요와 니즈를 파악해주기도 합니다. 이런 것들이 모두 다 조화롭게 이뤄졌을 때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ETF 상품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최근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ETF 보수 인하 경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물론 가격정책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시장 선도업체로서 더욱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라는 것도 잘 알고 있고요. 블랙록이나 뱅가드와 같은 글로벌 ETF 자산운용사들 역시 ETF 보수를 낮게 책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블랙록 등은 규모가 뒷받침 되기 때문에 이와 같은 낮은 보수 정책이 가능한 것입니다. 국내 ETF 시장은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단계입니다. 보수 인하 경쟁이 심화될 경우 우리 같은 대형자산운용사보다는 중소형자산운용사에 타격을 줄 수 있고, 오히려 전체적인 ETF 시장 발전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국내 ETF 시장의 규모가 안정적으로 성장을 지속하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때까지는 현재와 같은 보수정책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국내 ETF 시장이 더욱 성장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금융은 기본적으로 ‘규제 산업’입니다. 다양한 금융상품이 탄생하고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는 게 중요하죠.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산운용사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도적 한계를 탓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현재의 금융 제도 안에서도 얼마든지 새로운 상품을 발굴해 내는 게 가능하니까요.

기존의 제도 안에서 충분히 할 수 있었는데도 못하고 있었던 상품들을 개발해서 투자자들에게 ‘투자 솔루션’을 제공해 줘야합니다. 또는 투자자들의 수요를 미리 읽어내고, 제도의 변화 방향을 예측해서 미리 상품 개발을 준비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액티브 채권형 ETF만 하더라도 지난해 5월 금융위원회에서 ‘펀드상품 혁신방안’을 언급하고 이후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습니다. 삼성자산운용은 이에 대비해 이미 1년여 전부터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이처럼 ‘투자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늘 고민하고 그 해결책을 찾아주는 혁신 투자 상품으로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입니다.”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