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읽는 부동산]
상가 소유주 목소리 적극 내야…정부 차원 규정 마련 필요
재건축 시 소외받는 상가 소유주들
(사진) 김향훈 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

[한경비즈니스=김향훈 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 재건축은 통상 아파트 재건축을 의미하는데, 주택 소유자들이 약 90% 이상을 차지하고 상가 소유자들은 10% 내외에 불과하다. 이처럼 소수파이기 때문에 재건축에 따른 상가의 피해는 어마어마하다.

주택 소유자는 재건축하는 동안 잠깐 다른 곳으로 이사하는 불편을 감수하면 되지만 상가 소유자는 직장을 잃는 위험에 처한다. 재건축 구역의 주민을 신도로 하는 교회나 사찰도 마찬가지로 크나큰 어려움에 봉착한다.
재건축 시 소외받는 상가 소유주들
(사진)서울 시내 재건축 아파트 단지 내 상가.(/한국경제신문)

◆상가의 운명은 누가 정할까

이 때문에 상가는 조합 설립에 반대하게 되고 주택 소유자를 위주로 한 추진위원회 집행부는 말을 듣지 않는 상가 동을 구역에서 빼는 분할 소송을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도시정비법 제16조 제2항이 개정돼 과거 3분의 2 이상이던 상가 동의 소유자 동의율이 2분의 1 이상으로 완화돼 조합 설립 동의율이 금방 달성된다. 이렇게 조합에 편입되고 나면 상가만을 위한 독자적인 이익 수호가 어려워진다.

독립정산제를 하기로 조합과 약정했어도 조합 측이 신축 상가의 설계를 독단적으로 진행할 때가 많다. 신축 상가의 규모와 구조는 상가 조합원들이 가장 첨예한 이익을 갖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상가 소유자의 내부 회의를 거치지 않고 조합장과 상가 회장이 밀약으로 정해 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사업시행계획을 수립하고 총회에서 주택 소유자들의 압도적 다수로 통과시켜 버린다. 상가의 운명을 주택 소유자들이 결정해 버리는 것이 말이 될까. 이러한 행위에 대해 상가
소유자는 사업시행계획 및 인가의 취소를 주장할 수 있을까.

독립정산제를 하기로 명확히 약정했고 또 조합과의 중요한 계약은 상가협의회의 결의를 거쳐야 한다고 규약에 정해 뒀다면 위와 같은 조합의 독단적인 계획에 대해 사업시행계획 및 인가의 취소를 주장할 수 있다고 본다.

독립정산제는 말 자체가 ‘상가 소유자들이 상가의 신축에 따른 비용과 수익을 독자적으로 부담하고 누린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이러한 소송에서 상가 측이 승소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것이 정면으로 문제가 돼 소송으로 비화된 사례가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는 위와 같은 논리상 사업시행계획의 효력 정지와 취소 소송을 제기하면 승소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특히 재건축초과이익환수가 걸려 있는 2018년에는 소송 제기가 조합 측에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종전자산평가액은 신축 상가를 분양받기 위해 납부해야 하는 추가 분담금 계산의 기준이 된다. 이 평가 금액은 절대적인 높고 낮음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조합의 개발 이익을 근본적으로 높이지 않는 한 조합원 전체의 종전자산평가액을 일률적으로 올리더라도 개발 이익률이 낮아져 결국에는 추가 분담금이 일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다만 종전자산평가가 조합원들 간의 우열 관계를 나타내는 상대적 비율 관계 조절에 실패하면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첫째, 상가 조합원들의 상가 종전자산 전체 평가액이 주택의 전체 종전자산평가액에 비해 현저히 헐값으로 평가되는 경우다. 상가의 토지 지분이 큰 데도 불구하고 그보다 토지 지분이 작은 주택보다 더 적은 금액으로 평가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면 상가의 가치가 주택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둘째, 상가 소유자들 내부 간의 위치와 면적 등을 공평하게 따지지 않고 편파적으로 종전자산평가를 한 경우다. 이렇게 일부의 상가 소유자가 부적절한 평가를 받게 된 상태에서 상가 배정이 이뤄지고 나중에 바로잡는다고 하더라도 극심한 법률적 분쟁이 초래된다.

◆권익 보호 위해 스스로 나서야

이러한 종전 평가의 위법성이 두드러지면 관리처분계획 취소 소송이 가능하고 실제로 취소가 되기도 한다. 상가는 아니지만 교회를 대리해 필자가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에서는 교회가 차지하는 땅의 면적과 종전자산평가액이 전체 조합의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굉장히 커 구역 전체의 관리처분계획을 모두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관리처분계획 전부취소판결이 선고됐고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게다가 관리처분계획의 효력을 판결 확정 시까지 정지하는 집행정지 결정까지 내려졌다.

주택에 대해서만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고 상가에는 개략적인 틀만 정하고 자세한 것은 나중에 미뤄 둘 때도 많다. 하지만 이러한 관리처분계획 수립은 무효다. 나중에 상가관리처분계획이 수립되면 주택 부분에 관한 부분도 필연적으로 변경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관리처분계획 취소 또는 무효 판결이 선고되면 조합은 이를 무력화하기 위해 변경 계획을 수립, 다시 총회 의결을 받고자 한다. 하지만 이 변경 계획은 판결에서 취소된 종전의 계획과 큰 차이가 없는 것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할 관청은 웬만하면 이것을 그대로 인가해 준다. 개발 사업이 정체되는 것보다 진행시키는 것이 지방자치단체에도 이익이기 때문이다. 다수의 조합원이 원하고 있다는 것을 명분으로 한다. 이렇게 되면 변경 계획에 대해 또다시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넣는 수밖에 없다.

조합 집행부는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다수파의 이익을 위해 내달린다. 소수파의 이익은 스스로 지킬 수밖에 없다. 조합에서는 이를 분파주의·이기주의라고 치부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모든 이익은 스스로 지켜야지 남이 지켜주는 게 아니다. 선례가 없다면 스스로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 논리만 탄탄하다면 법원도 결국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상가·교회·사찰과 같이 특수 지위에 있는 조합원들의 문제가 심각하므로 기약 없는 판례 형성에 기대지 말고 입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본다. 이들 소수자들의 권익 침해가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조합 설립 단계에서 각 동별로 동의율을 충족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기는 했지만 사업 진행 단계에서도 소수자들의 보호가 필요하다. 상가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사업시행계획 수립과 관리처분계획 수립 단계에서도 이들의 의견 반영 절차가 꼭 있어야 한다.

교회나 사찰 같은 종교 시설도 마찬가지다. 서울시에는 종교 시설 처리 지침이 있는데, 이는 지자체의 지침일 뿐 법적인 효력이 없으므로 상위 법령에서 이를 정할 필요가 있다.